아침 일찍 일어나서 덜 더운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산책을 하려고 나왔다. 지난 2013년 쿠알라룸푸르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결승점 근처를 뛰면서 보았던 풍광이 너무나 좋아서 그 길을 산책하고 싶었다. 호텔이 마라톤 대회의 출발점이자 결승점이었던 메르데카 광장이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아침 일찍 메르데카 광장을 지나는데 광장 앞쪽 메인 도로를 전면 차단하고 특별한 행사를 진행할 것인지 도로에 천막까지 설치하고 행사 진행 차량에 세워져 있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도로가 한산하다. 오늘은 산책의 목적지는 호텔에서 2-3km떨어진 레이크 가든 (Lake Gardens)이다. 쿠알라룸푸르는 아직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조금 부족한 국가여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보행자를 위한 보도 건설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레이크 가든 (Lake Gardens)으로 향하는 잘란 패림먼 (Jalan Parlimen) 거리도 중간 중간 보행자 도로가 끊어지기도 하고, 보도블럭이 통째로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비교적 쿠알라룸푸르의 다른 보행자 도로에 비해서는 패림먼 (Jalan Parlimen) 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다. 주변으로 숲도 잘 가꾸어져 있고 도로도 깨끗하다. 그냥 걷고 싶은 길인데 이 길을 따라서 조깅을 즐기고 있는 서양 사람도 몇 명 만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청 건물 뒷편으로 조그마한 분수 공원이 만들어져 있어서 사진 한장을 남긴다. 걷지 않으면 와 볼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말레이시아가 더운 나라여서 현지인들은 달리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이크 가든 (Lake Gardens)으로 가는 길에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만났다. 주말인 토요일을 맞아서 클럽 회원들이 함께 모여서 언덕 훈련을 하고 있는 듯했다. 같이 달리기를 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고 있는 곳은 아세안 조각공원(ASEAN Sculpture Garden) 옆쪽 언덕이었는데 조금 더 가니 아세안 조각공원이 나왔다. 잘꾸며 놓은 정원에는 아세안 지역 최고의 예술가들이 제작한 나무, 철, 대리석 및 대나무로 제작 된 수많은 조각상이 있다. 생각지도 않고 산책을 나와서 좋은 구경을 많이 하게 된다.
아세안 조각공원을 지나쳐 가니 언덕 위에 투구 네가라(Tugu Negara :국가 기념비)가 나왔다. 길 가에서 앞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조각공원쪽에서 들어가니 뒷쪽부터 구경하게 된다. 국가기념비는 일본 제국 시절과 1946년부터 1960년 사이의 말레이시아 비상 시국 당시 말레이시아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을 기리기 위해 1966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전망이 좋은 언덕 위에 있었는데 우리가 워낙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현지인이나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자그마한 연못에 둘러쌓인 전쟁기념탑 꼭대기에는 말레이시아 국기가 있다. 전쟁기념탑 동상 군인들 모형 아래로 일본군의 모습이 형상화 되어 있다. 보통 다른 나라 현충원에 있는 동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기념탑 뒷쪽으로는 사원처럼 보이는 보이는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가이드가 있어 설명을 들었으면 좋을 듯한데 그냥 눈으로만 보고 오니 좋다라는 말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 안내 동판에는 동상이 미국의 조각가 Felix에 의해 1966년에 완성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아직도 매년 11월 11일 2차 세계 대전때 희생 된 사람들을 위한 기념 행사가 이 곳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국가 기념탑 언덕에서 내려와 길 건너 편에 있는 페르다나 보테니컬 가든 (Perdana Botanical Garden)이라고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심 속 공원으로 넘어 왔다. 페르다나 호수가 위치해 있어 레이크 가든이라고도 불린다. 내부에는 새공원을 비롯하여 나비공원, 사슴공원, 난초정원 등이 조성되어 있고 굉장히 넓기 때문에 공원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침 산책을 나왔기에 적당히 돌아보고 오늘 보지 못한 곳은 몇 일 후에 다시 와서 돌아볼 생각이다.
공원 입구에 있는 위치도를 보고 새공원을 찾아가는데 맞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곳에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고 달리기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도심에 이렇게 크고 멋진 공원이 있어 부럽다. 우리나라보다 이런 점에서는 삶의 질이 너 낳은 것이 아닌가 싶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어서 길을 물어 보면서 이동했다.
새공원을 제대로 찾아 왔는데 개장 시간이 오전 9시여서 아직 문을 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산책을 나왔는데 기다려서 구경하고 나면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아 관람을 과감히 포기한다. 옛날 이슬람 아트 뮤지엄에 왔을 때 박물관 너머로 새공원이 보여서 한번 가 볼까 생각만 했었는데 나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오래전 싱가포르 주롱 새공원에 가 보았기에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공원 주변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입장료는 1인당 50링깃으로 이곳 물가로 본다면 굉장히 비싼 편이다.
우리처럼 아침 일찍 방문한 다른 가족이 있었는데 나처럼 생각없이 빨리 나온 모양이다. 나중에 새공원에 대해서 보니 말레이지아 전역에서 제일 큰 새 공원인데 5천여 마리의 각종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90%정도는 말레이지아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이고 10%정도는 외국에서 수입을 해온 새인데, 아이들과 함께 오면 꽤 볼만하다고 되어 있다. 안내도를 살펴보니 규모도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넓어 보였다. 산책을 하면서 아랫쪽으로 그물을 쳐 놓은 것이 모두 새공원의 일부였던 모양이다.
새공원을 지나쳐 다시 산책을 이어갔다. 레이크 가든의 북쪽에 있는 여러 곳을 둘러보고 호수가 있는 남쪽은 시간을 다시 내서 돌아볼 계획이다. 오늘 아침에 레이크 가든을 모두 돌아보기에는 공원이 너무 넓고 크다. 새공원을 지나 사슴 공원이 있었는데 사슴 공원을 들어가보지 않고 계속 숲 속 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숲 길이 산책을 하기에는 너무나 좋았다. 한참을 이동하니 동화책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듯 화려한 색상으로 만들어진 아이들 놀이터가 나왔고, 놀이터 옆으로 선큰 가든((Sunken Garden)이 나왔다.
선큰 가든은 주변지역보다 낮은 지역에 공간을 활용해서 조성한 정원을 말한다. 주변보다 가라 앉아 있는 정원이라는 뜻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잘 꾸며 놓았다. 유럽의 잘 꾸며진 성 안에 있는 공원처럼 분위기도 좋고 조경도 잘해 놓았다. 정원 중앙에 자그마한 분수도 만들어 놓았다. 주변의 숲과도 조화롭게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선큰 가든 윗쪽으로도 조그마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더운 나라여서 숲과 분수를 많이 만들어 놓은 듯하다.
레이크 가든에서도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세안 조각공원(ASEAN Sculpture Garden) 옆쪽 언덕 옆에서도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쪽에서 달리기를 마치고 이 공원으로 이동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쿠알라룸푸르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침 산책이다. 공원 북쪽에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었고, 주차장 옆쪽으로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카페같은 매점이 있었다. 달리기를 마친 사람들이 와서 아침을 먹기도 하는 모양이다. 간단하게 모닝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왔다.
차 한잔을 하고 이제는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간단히 호텔 주변과 공원을 산책하려고 나섰는데 생각보다는 오랜 시간을 산책하는데 보냈다. 하지만 덕분에 좋은 공원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몇 년전 쿠알라룸푸르에 방문해서 난초정원(Orchid & Hibiscus Gardens)을 구경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난초 정원도 레이크가든 안쪽에 있다는 것을 오늘 산책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공원이 그냥 공원이라기 보다 곳곳에 멋진 풍광이 감춰져 있는 모물상자 같은 공원이라는 느낌이다.
레이크 가든 북측에 향신료와 허브 정원(Herb & Spice Garden)도 있었다.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향신료 정원을 들어가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남아 지역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고수 풀에서부터 생강 등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허브와 향신료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이곳도 제대로 구경을 하려면 가이드가 있었으면 좋을터인데 안내판에 있는 내용만 읽고 해석하려고 하니 제대로 된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과거 유럽의 열강이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향신료때문이었다는 사실에 더 관심이 있기도 했다.
공원 한쪽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야외찰영을 하고 있는 예비부부가 있었다. 사람은 말레이 사람들인데 복장은 말레이시안스럽지 않아 보였다. 신부의 친구들도 모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특별한 느낌이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안 집사람의 키가 작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신부와 신부 친구들은 키가 모두 175cm가 넘는 듯하다. 직업이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결혼사진을 찍고 있는 예비부부에게 축하를 건네고 왔다.
간단하게 아침 산책을 하고 올 생각으로 나왔는데 멋진 공원을 돌아다니는 바람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자유여행을 왔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닐 수 있어 좋았다. 오늘 일정은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오늘 중으로 말라카로 이동하면 된다. 그래서 덥지 않은 아침시간에 공원산책을 하고 싶었었다. 돌아 오는 길목에 1890년에 문을 열었다는 로얄레이크 클럽(The Royal Lake Club)이 공원의 한쪽에 있었다. 수영장을 비롯해서 여러 다양한 레져시설을 갖추고 있는 듯 보였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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