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6.6)

말레이시아여행 20-3 (차이나타운, 메르테카 광장), (2016.6)

남녘하늘 2017. 12. 20. 00:25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인 잘란 페탈링(Jalan Petaling)이라 쓰여진 큰 중국식 붉은 대문 앞으로 이동했다. 페탈링 거리에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천정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려 골목에서 비를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 가는 이 시간이 사람들도 가득 차 있어야 할 차이나 타운이 비때문에 한산하다. 비가 오면 관광객도 현지인도 돌아 다니는 것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시계와 옷 그리고 간단한 전자 제품 등을 노점에서 구입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 온다. 말레이지아 사람들의 삶을 엿 볼 수가 있어 좋은 곳중 하나인데, 오늘은 차이나 타운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을 듯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불편할 정도였을 터인데, 천정이 없는 쪽에는 내리는 비를 다 맞아야 하기에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좁은 골목엔 다양한 물건을 파고 있어서, 마치 남대문시장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 다 노점상으로 각종 메이커의 운동화를 비롯해서 구식 핸드폰을 모아서 파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양한 옷도 팔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아 가방이나 스포츠 의류를 모아놓고 파는 곳도 보였다. 동서남북 네 갈래로 나있는 차이나타운의 중앙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중국인들은 별로 없고 다른 아시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더 많은 듯하다. 복잡한 이곳에서 상술을 익히고 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이곳을 떠나 부촌으로 옮기거나 호주나 뉴질랜드 심지어 영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열대 과일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과일을 사먹지 못했는데 과일을 파는 곳은 여전히 영업이 잘 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열대 과일을 먹기 좋게 손질을 해서 비닐 봉투에 담아서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가격도 싸고, 손에 묻히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장에서 파는 과일중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종류별로 골라서 길거리에 서서 마음껏 먹었다. 이번 여행은 먹고 싶은 것을 원없이 먹을 수 있는 여행이다.  





 다른 골목을 들어섰다. 거기엔 온통 먹자판이었다. 옛 신당동 떡볶기 골목처럼 옹기종기 작은 노점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난번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을 때 일부러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한번 했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니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에게도 비는 불청객인 듯하다. 길가에 테이블을 두고 먹을 수 있고 호객 행위도 많았던 곳인데 썰렁한 분위기다. 비가 내리는데 길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차이나 타운 자체가 허름해 보이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거리풍경이어서 더욱 정감있는 느낌인데 오늘은 그 느낌을 느끼기에 조금 부족하다.    




 차이나 타운에 있는 식료품점을 잠시 방문했다. 현지인을 위한 식료품점이었는데 야채를 비롯해서 다양한 식품을 구비해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있기에 다른 식품은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구경만 하다가 커다란 파파야가 보여서 파파야인지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호텔에 돌아와서 저녁에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하나 사왔는데 와서 보니 익지 않은 파파야였다. 익은 것은 익은대로 먹지만 이곳 사람들은 익지 않은 파파야도 요리를 해서 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익은 것을 판다고 생각했는데, 식료품점에서는 요리해 먹는 파파야를 가져다 놓은 것이였다. 익지 않은 파파야는 호박 부침처럼 요리해서도 먹는 다는 것을 배웠다.  





 차이나 타운을 돌아 다니는 동안 거세게 내래던 비가 잠시 그쳤다.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니라 일시 소강상태다. 오늘 내린 비는 예상외로 많이 내렸고, 오랫동안 내렸다. 그나마 오후 늦게 내리는 바람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 때문에 파장 분위기인 차이나 타운을 돌아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어져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동안 다시 한번 더 방문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숙소로 돌아 가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비가 내리는 날의 여행은 불편하고 재미가 없다.    






 차이나 타운을 오는 길에 들렀던 메단 파사르 시계탑(Medan Pasar Clock Tower)이 있는 조그마한 광장을 다시 지나치게 된다. 메단 파사르는 영어로 마켓 스퀘어(Market Square), 즉 시장 광장이라는 뜻이다.높은 빌딩과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곳도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붐비는 곳이라고 이야기 들었는데 비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만이 있었다.   




 메단 파사르를 지나 메르데카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에 위치한 클랑강을 지나게 된다. 말레이어로 Kuala는 강이 만나는  곳을 Lumpur는 진흙을 뜻하는데, 이름이 말해주듯 쿠알라룸푸르는 클랑 강(Klang River)과 곰박 강(Gombak River)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이 되었다. 강이라고 해도 탄천보다도 폭이나 크기가 작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바닥에 깔려서 흘러가던 강물이었는데 몇 시간 비가 내렸다고 안그래도 깨끗하지 않던 강이 완전 흙탕물로 가득한 채 수위가 높아져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마스지드 자멕 모스크에도 물이 넘칠 듯 보인다. 우기때에는 자주 범람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차이나 타운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메르데카 광장쪽을 거쳐서 왔다. 낮에도 메르데카 광장 주변이 보기 좋지만 조명이 들어온 주변모습을 집사람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이제 비가 멈추는줄 알았는데 양은 조금 줄었어도 그치지 않는다. 영국식민지 시대인 1897년에 건축된 건물로 주요 행정부의 부서로 사용되었던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Sultan Abdul Samad Building)에 조명이 들어와 낮에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시간에 따라 조명색이 바뀌어 아주 볼만했다. 낮에 가 보았던 섬유박물관도 보기 좋다.  







 메르테가 광장 지하에 있는 Dataran Undrgrnd에 들어가 보았다. 지상에 비가 계속 내려서 잠시 비를 피할 생각으로 들어가 보았다. 2013년 쿠알라룸푸르 마라톤 대회때 이곳에서 배번과 기념품을 나눠 주었던 장소로 새롭게 만든 상업 공간이다. 런던 지하철 로고와 비슷한 문양에 Dataran Undrgrnd이라고 적혀 있다. 관광 중심에 있는 상가지만 지하에 지하철과 연결되는 공간이 아니어서 아직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비를 피하기도 좋았고, 낮에는 더위를 피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완벽한 공간으로 보였다. 영어의 Underground를 말레이시아에서는 Undrgrnd라고 표시하는 모양이다. 소리나는대로 읽으니 간편해서 좋다. 






 낮에 들렀던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를 다시 와 보았다. 그렇게 붐비던  I ♥ KL 포토죤 앞에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저녁때에는 덥지 않아서 메르데카 광장이나 시티 갤러리 앞에 현지인과 관공객이 많았을 터인데 비 때문에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한산한 거리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숙소로 이동한다. 비 때문에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고, 사진 찍기도 불편해서 풍경 사진만 몇장 더 찍었다.      





 독립광장 (Dataran Merdeka)에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메르데카 광장은 1957년 8월 31일 자정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을 내리고 말레이시아 국기인 잘루르 그밀랑(Jalur Gemilang)을 게양한 곳이다. 광장 한켠에는 95m 높이의 국기 게양대가 서 있다. 비 때문에 더 구경을 하지 못하고 광장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올 무렵에서야 비가 완전히 그쳤다. 비 때문에 저녁 구경이 조금은 귀찮고 불편하긴 했지만 내가 내린 덕분에 덜 더웠다고 생각된다. 호텔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다시 나왔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첫날을 호텔에서만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니 리틀 인디아 거리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무슬림에게 휴일인 금요일 저녁을 그냥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로 주변이 밤 늦도록 복잡하고 시끄럽다.      





 호텔 근처에 있는 리틀 인디아 거리와 인접한 자그마한 시장에 가 보았다. 차이나 타운보다 아주 작은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에 아주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데 비가 그치고 나니 그 사이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악세사리 종류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도 중국산이 많았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저가의 물건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가져 오고 있는 듯했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일이어서 아직 무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왔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