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함께 평택항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9월까지는 날씨가 많이 더울 듯해서 평택항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함께 참가하자고 해서 가을 메이져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 연습을 하자는 생각으로 참가했다. 대회가 열리는 평택항이 집에서 꽤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5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따로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서 회원들끼리 카풀을 하는 것으로 해서 나도 회원 몇사람을 태우고 평택항으로 이동했다.
대회 출발 시간이 9시인데 대회장에 도착한. 7시 30분 정도다. 혹시 참가자들이 많아서 길이 막힐지 몰라 부지런히 나섰더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출발 장소나 대회 메인 무대에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썰렁한 분위기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앞 도로를 통제하고 도로에서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대회 개최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올해 대회가 벌써 17번째 열리는 대회라고 한다.
각자 개별 출발했음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회원들이 도착한 것을 보면 우리 클럽회원들이 무척 부지런한 모양이다. 아직 다른 참가자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데 오늘 대회에 참가하는 거의 모든 회원들이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대회 주최측에서 단체 참가신청을 한 우리 클럽을 위해서 따로 텐트를 2개 마련해 주었다. 이른 시간에 대회 주최측에서는 준비를 많이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회 진행 장소는 시원치 않아 보여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평택시 체육회가 주관하면서 평택시마라톤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협력해서 대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운영은 정말 잘하고 있었다. 참가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 놓았고, 주변 정리도 깔끔하게 해 놓았다. 여러 후원단체에서도 부스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기념품도 나눠주고 캠페인도 펼치고 있었다. 단체참가팀 텐트로 설치해 놓아서 대회 시작 전에 준비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시작전에 부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자원봉사차 함께 온 회원이 있었지만 짐을 맡기지 않고 부스에 놓아두면 물품에 신경쓰느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대회주최측에서 마련해 놓은 물품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그다지 일찍 맡긴 것도 아닌데 물품 보관소가 한산하다. 오늘 대회는 하프코스와 10km참가자는 많지 않고 지역주민이 많이 참가하는 5km부분에 참가자가 많아서 현지주민들은 따로 짐 보관소를 이용하지 않는 듯했다.
물품을 보관장소에 맡기고 대회 출발에 앞서 준비를 한다. 오늘은 내가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달릴 생각이어서 디카를 들고 뛰면서 회원들의 달리는 모습도 찍어줄 생각이다. 대회 출발에 앞서서도 디카를 가지고 있어서 회원들의 사진을 조금 많이 찍어 주었다. 오늘은 따로 사진 자봉을 나온 회원이 없었다. 달리기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와서 오늘 이곳 평택항 마라톤대회를 비롯해서 문화일보 통일마라톤, 철원DMZ평화하톤 등 전국 13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려 회원들도 각자 자기 취향대로 대회에 많이 참석한 듯하다.
9시 출발을 앞두고 출발대기선으로 이동했다. 오늘 대회 참가자가 1만명이 넘는다고 했는데 하프코스 참가자는 500여명 정도 되는 듯하다. 함께 모이니 단촐한 느낌이다. 그 중에서 우리 마라톤클럽에서 30명이 넘게 신청했으니 10명중에 한명이 수원마라톤클럽 회원인 셈이다. 이 대회에 작년에 참가했던 회원이 주로가 그늘이 하나도 없고, 직선주로가 이어져서 그리 재미있는 달리기 환경은 아니라고 귀띰을 해 주었다. 나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주로인 듯하다. 하지만 즐기러 왔으니 부담없이 달려볼 생각이다.
하프코스 참가자가 얼마 되지 않으니 내가 서 있던 장소가 선두쪽에서 너무 가까운 듯해서 조금 뒤쪽으로 물러섰다. 기록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인데 괜히 앞쪽에 서 있으면 분위기에 휩쓸려 초반에 빨리 달리게 되고, 초반 오버 페이스가 후반에 고통으로 다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가급적 앞에서 출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드디어 출발싸인이 떨어지고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미리 대회 책자를 확인하지 않아서 주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지 못한채 출발하게 되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는 코스여서 그나마 다행인데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직선주로에 그늘이 없어 힘들 것이라 말했기에 그냥 알지 못한채 다른 사람을 따라서 뛰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해서 500m 정도 지나고 나니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주로가 나온다. 다른 참가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그늘 하나 없는 주로가 시작되었다.
6km를 통과할 때부터 평택항 서부두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이 도로도 커브가 있는 곳까지 3km직선주로였다. 역시 했볕을 가릴 만한 그늘은 전혀 없다. 엄청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그나마 오늘은 미세먼지의 영향인지 구름이 낮게 깔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햇볕이 바로 내려 쬐지 않아서 복사열로 인한 더위는 한결 덜했다. 만약 햇쌀이 쨍쨍한 날이었으면 입에서 험한 소리가 나왔을 것 같다. 재미없는 주로를 즐겁게 달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프코스의 반환점은 평택항 서부두가 있는 인공섬의 중간쪽이었다. 반환점 옆으로 서해대교가 지나가고 있었다. 서해대교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행담도 휴게소만 보았지 아산만 평택항 앞쪽에 이런 인공섬이 만들어져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항구에서 보아야 볼 수 있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반환점 근처에서 회원들을 많이 만나서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고 뛰어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니 내 페이스를 찾기가 힘들지만 달리면서 사진을 여러번 찍어 보아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반환점을 지나 되돌아 오는 길도 갈 때와 마찬가지로 지루한 직선도로를 뛰어야 했다. 앞으로 보아도 직선도로, 뒤를 보아도 끝없는 직선주로다. 차량 통제는 완벽하게 해 놓아서 넓은 4차선 도로를 주자들만이 사용했다. 통제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최측에서는 해풍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평택항 내외항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고 표현해 놓았는데, 아마 달려보지 않고 머리 속으로 주로를 상상하며 쓴 멘트라고 생각한다. 결승점 가까이 도니 서해대교가 보인다. 엄청 땀을 흘렸지만 이제 결승점이다.
1시간 47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주로에서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지 않고 달리기에만 전념했다면 몇 분은 더 빨리 달릴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서 즐겁게 사진을 찍어주면서 주변을 둘아보면서 달린 결과이다. 그나마 달리기를 하는 동안 구름이 있어서 땀을 덜 흘리고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같은 코스로 달린다면 참가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대회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날씨가 선선해 졌을 때라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도 아주 오랫동안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날씨는 덥고, 주로가 짜증스러웠지만 대회 준비는 참 잘 했다는 느낌이다. 평택시장이 나와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 주었고, 평택시민들의 자체 축제의 장인 듯했다. 먹거리도 충분하게 지원되었고, 행사 지원도 매우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읍면동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지역주민들이 잔치를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먹거리 인심이 좋았다. 외지인에게도 무한정 먹는 것을 나누어 주어서 대회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음에도 과일과 전을 얻어 먹었다. 수도권 대회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라 기분이 좋았다.
대회를 마치고 바로 식당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오늘 대회에서는 다채로운 경품이 많이 있어서인지 참가자들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추첨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런 추첨에 기대하지 않아서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텐트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1등은 티볼리 자동차 한대가 지급되고 냉장고, TV를 비롯해서 세탁기, 블랙박스등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 클럽 회원들도 기대를 하면서 지켜 보았지만 아무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냥 빨리 식사하고 집으로 오고 싶었는데 함께 이동해야 해서 더운 날씨에 이동도 하지 못하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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