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클럽에서 단체로 반기문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서 생각지도 않았던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가급적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반기문마라톤 대회는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풀코스에 참가해서 단체전에 선수로 뛰어 달라고 했는데 무더위에 풀코스를 뛸 엄두가 나지 않아서 풀코스는 사양하고 하프코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클럽에서 80여명이 참가해서 최대단체 참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침 일찍 관광버스 2대에 탑승해서 음성으로 향했다. 그동안 음성에서 개최되는 마라톤대회에 여러번 참석해서 코스도 잘 알고 있고, 익숙한 곳이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참가자들이 와 있다. 금년에 치뤄진 대통령 선거에 반기문 전 총장이 나와서 당선이 되었더라면 대회 규모가 엄청 커졌을 터인데 중도 포기를 해 버리는 바람에 올해는 대회 규모가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작년에 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엄청 대규모로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순수한 마라톤 대회에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개입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인데, 주최측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몇년전 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는 모든 진행이 운동장 안쪽에서 이루어 졌는데 올해 와서 보니 운동장 안쪽에는 물품 보관소와 참가자들을 위한 텐트를 설치해 놓았을 뿐, 대부분의 행사가 운동장 바깥쪽에서 진행되었다. 각종 편의시설도 운동장 외부에 있었고, 행사를 진행하는 메인 부스도 운동장 바깥에 있었다. 좋은 운동장을 놔 두고 왜 외부에서 진행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최측에서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대회장에서는 주먹밥 시식코너를 비롯해서 많은 부스가 만들어져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제공하고 있었다. 주먹밥 시식코너에서는 아침부터 음성에서 생산된 다올찬쌀을 홍보하기 위해서 김밥형식의 주먹밥을 제고하고 있었는데 버스에서 김밥을 먹어서 더 이상 맛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달리고 들어와서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대회를 마치고 들어오니 행사가 끝나버렸다. 다음에 참가하게 되면 그때는 아침에 먹어야 할 듯하다. 농사를 지어서 판로에 문제가 있으니 지역에서도 이런 행사때 나와서 홍보활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품 보관소는 음성종합운동장 안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운동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운동장 안쪽에는 텐트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대회 주최측에서 우리 클럽에서 참가자가 많아서인지 2개의 텐트를 준비해 주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후덥지근한 느낌인데 본격적으로 낮에 되면 엄청 더워질 듯하다. 오늘 같은 날씨에 풀코스에 참가하지 않고 하프 코스에 참가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아침부터 들었다. 앞으로도 날씨가 더우면 풀코스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은 생각이다.
출발 장소로 이동하기 앞서 수원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사진 몇 장을 함께 찍었다. 운동장 안쪽 트랙에서는 수상에 욕심이 있어 보이는 주자들이 아침부터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 바깥으로 나가면 몸을 풀 수 있는 정소가 없으니 안쪽 트랙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도 대회에 참가한 주자들이 달리기에 앞서 스트레칭과 간단한 달리기 연습을 하기에는 운동장 안쪽에서 대회 진행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주최측의 결정권자는 달리기를 잘 모르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물품 보관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잔디 운동장인데 잔디를 보호하려고 행사장을 운동장 외부로 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논리적으로 그다지 설득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물품을 맡기고 부지런히 운동장 바깥 출발 장소로 이동한다. 날씨가 더워서 어깨걸이를 입고 뛰지만 팔이 많이 탈까봐 토시를 착용해서 어색한 포즈이다.
물품을 보관소에 맡겨 놓고 다시 대회 출발 장소인 운동장 밖으로 나왔다. 오늘 대회는 풐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코스가 있는데 풀코스는 몇 명 참가하지 않은 듯하고 대부분 10km와 5km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 클럽에서 풀코스와 하프코스에 골고루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다. 붉은 바탕의 배번은 풀코스이고 파란 바탕의 배번은 하프코스이다. 초록색은 10km 인데 우리 클럽에서는 그다지 많은 참가자가 없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빨리 들어와야 할 터인데...
이번 대회에서도 중간에 사진을 찍어 주는 서비스가 없어서 우리 클럽 회원이 찍어준 사진 한장이 유일한 대회 사진이다. 디카를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팀 대항전에 참가한 상태여서 기록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생각에서 달리면서 여유있게 사진을 찍을 상황이 되지 않았다. 날씨도 엄청 더워서 힘들었고, 대회 코스 자체가 긴 언덕을 넘어 갔다가 되돌아 오는 코스여서 더욱 더 힘들었다. 그나마 가로수 그늘이 군데 군데 있어서 전 구간을 땡볕에 달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1시간 46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엄청 더운 날씨에 그 정도의 기록이면 만족한다. 나와 함께 단체 대항전에 나갔던 동료가 중도 포기를 하는 바람에 아예 탈락해 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기다란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 하프를 뛴 것에 만족한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 풀코스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다시 한번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같은 날,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은 강인한 체력과 엄청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프를 뛰고도 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모른다.
땀이 멈추기를 기다려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고 행사장 주변에 있는 뒷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대회 주최측에서 국수와 두부, 떡 등을 나눠 주어먹었던지라 굳이 점심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식당 전체를 우리 회원이 사용하기로 약속을 해 놓았기에 이동했다. 회원 모두에게 삼계탕을 주문해 놓았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삼계탕 한그릇을 가져다 준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한그릇 다 먹으려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미리 삼계탕을 나오는 것을 알았으면 국수를 먹지 않고 오는 것인데...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풀코스에 참가한 주자들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있어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설성공원에서 열리는 음성 품바축제장에 잠시 다녀 왔다. 마라톤대회는 11회 대회였는데 품바축제는 올해로 18번째 열린다고 한다. 오늘이 품바 축제의 마지막 날이어서 한번도 참석해보지 못한 지역축제에 참가해 볼 생각을 처음부터 하고 있어서 시간을 냈다. 품바축제는 어렵게 생활했던 조상들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재조명한 축제라고 하는데 가서 보니 그런 웃음을 주는 축제라기 보다는 축제를 빙자한 먹거리 잔치라는 느낌이었다.
25일부터 시작한 축제는 오늘이 축제의 마지막날이라고 한다. 메인 무대에서는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름 그늘막도 쳐 놓고 좌석까지 갔다 놓아서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공연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축제장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구경하고 싶어서 공연 구경은 하지 않고 이동했다. 준비했던 모자는 땀에 젖어서 쓸 수 없었는데 주최측에서 종이 모자를 나눠주고 있어서 아주 잘 활용했다. 행사장 대부분이 뙤약볕에 노출되어 있었던지라 주최측에서 미리 미리 준비를 해 둔 모양이다.
행사장 곳곳에 여러가지 조형물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메인 광장 바로 옆에는 최귀동 할아버지 풍선 인형이 세워져 있어서 풍선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근처에는 정크아트로 만든 구조물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재미 있어 하는 것 같다. 만들고 운반하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들어갔을 것 같다.
중간에 품바의상체험을 하는 곳이 있었는데 상당히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옷 입고 사진도 찍고 재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있는 듯 보였다. 입구에 너무 먹거리 장터가 많아서 실망스러웠는데 안쪽으로 들어오니 그런대로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각설이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곳도 여러 곳에 있었다. 품바 가락 배우기 체험하는 곳을 비롯해서 품바 움막 체험을 하는 곳도 있고... 성인 전용 품바 유료 공연장도 있었는데 굳이 돈을 내고 들어가보고픈 생각이 없어 지나쳤다.
행사장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따라서 여러가지 행사장이 있었는데 공원쪽에서 하는 행사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듯해서 내려가 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개천을 따라서 하는 행사중에 재미 있는 것이 많이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발품을 팔아서 돌아 다녀야 볼거리가 많은데 미리 예단을 하고 가보지 않아서 반쪽짜리 구경이 되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 품바축제에 오게 된다면 빼 먹지 않고 개천에서 열리는 행사장에도 가 봐야겠다.
행사장 끝쪽에는 음성국 기업관이 있어 음성군에 있는 기업체에서 생산하는 여러가지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썰렁한 분위기였다. 어떤 제품이 있는가 싶어서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구매하고픈 제품이 별로 없다. 행사 마지막 날이고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사람이 많이 찾이 않어서인지 내가 방문한 시간에 벌써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옥고 양갱을 세일하고 있어서 하나 사 주었다.
각 날자별로 다양한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토요일 밤에는 랩 경연대회도 열린 것 같고, 가요제도 개최되었던 것 같다. 나름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기우렸던 것 같다. 마음을 열고 즐기면 재미 있는 것도 많이 있을 듯 하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을 보면 그런대로 성공적인 축제인 듯하다. 나처럼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서 잠시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중간에 되돌아 오면서 보니 젊은 친구들도 행사에 참석해서 분위기를 띄어 주고 있었다.
풀코스를 달린 회원들이 돌아오기 전에 식당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대충 구경을 하고 되돌아 왔다. 처음 축제장에 들어 오면서 너무 먹자판만 펼쳐져 있는 것 같아서 썩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았는데 돌아다녀 보니 가족이 함께 와서 즐기고 가도 좋을 듯 해 보였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음성에서 기른 송향버섯을 판매하고 있는 부스가 있었는데 막판이라고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싼 값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버섯을 조금 사가지고 왔다. 하루에 달리기와 함께 음성 품바축제까지 돌아보는 등 알찬 하루를 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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