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영동5교 아래에서 강남구청장배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강남구 육상연맹에서 주관하는 동내 행사같은 마라톤 대회였다. 장소가 협소해서 참가인원도 600명으로 제한해서 치뤄진 대회다. 양재천에는 각 다리 아래에 여러 마라톤클럽의 모임장소가 있는데 영동5교 아래는 강남마라톤클럽이 사용하고 있고, 오늘 행사 주관도 강남마라톤클럽에 주관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침에 수원마라톤클럽 회원이 광교산을 달리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서 아침에 광교산을 15km 정도 달렸던지라 한낮 오후 2시에 열리는 대회에 하프코스에 참가신청을 해 놓았지만 하프코스를 달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씨가 어지간히 더워야 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더워서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데 건강에 무리가 따르는 달리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아침에 시원한 숲길을 충분히 달려 준 것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행사 시작은 2시였지만 배번을 현장에서 수령해야 하는 관계로 조금 일찍 도착했다. 햇살 아래는 많이 덥지만 다리 아래는 그늘이고 또 바람이 불어서 그런대로 있을만 했다.
배번을 수령하고도 출발까지는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아 있어서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지 않고 조금 여유를 부렸다. 2시가 되니 기온이 영상 27도가 넘어 한층 더 더워지고 자외선 지수도 높아져서 달리기 대회에 참석을 해야 하는지에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 이곳까지 왔으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모두 편안한 달리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시상금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고수들의 참석도 거의 없는 듯하다.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는 강남주변의 사람들의 달리기 행사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참가자 6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행사에 식전 행사가 전국체전이 개최되는 것처럼 요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들을 단상에 불러 놓고 한사람 한사람 인사말을 하게 만들었다. 달리기 출발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실제 달리기 출발은 2시 30분이 넘어서 시작할 정도로 사전행사가 길었다.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다. 행사 주최측에서 참가자의 불만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행사 진행을 위해서 협찬을 한 사람들이었기에 인사말을 하는 기회를 준 것 같다.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그 정도가 많이 지나쳤다.
혼자서 간단히 뛰고 갈 생각이라 신청했는데 오늘도 아는 선배들이 많이 참석했다. 맨날 풀코스 마라톤만 뛰는줄 알았더니 하프대회나 10km 대회에도 참석하는 모양이다. 나처럼 하프 코스를 신청해 놓고 한낮의 더위에 질려서 10km를 뛰는 사람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배번이 2천번대로 시작하면 하프 코스인데 달리면서 보니 10km 코스에도 2천번대 배번을 달고 뛰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1천번대 배번이 10km에 참석한 참가자들이다.
오늘은 기록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달릴 생각이어서 디카를 들고 뛰었다. 주로가 거의 뙤약볕이어서 너무 힘든 달리기였다. 처음부터 하프를 뛰지 않고 10km만 달릴 생각이어서 출발할 때부터 하프코스 주자들과 달리지 않고 10km 주자들과 함께 달렸다. 아주 짧은 구간에 나무 그늘이 있었고, 영동교 다리 아래에 그늘이 있어서 햇살을 조금 피할 수 있었다. 날씨가 워낙 더우니 주최측에서 물은 충분하게 준비해 놓고 제공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천천히 달렸는데도 내 뒤로 뛰어오는 주자들이 더 많이 있었다. 어짜피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달리기 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뛰면서 오늘 내가 이 대회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대회장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고, 참가비가 비싸지 않았으며, 대회 참가 기념품이 그런대로 쓸만해서 했던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대회는 참가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한낮에 출발하는 대회가 건강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 참석해서 함께 달리자고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반환점을 지나고 나서 급수대를 지나칠 때는 정해진 공식 주로를 달렸지만 급수를 하고 나서는 뚝방길로 올라가서 숲속 길을 달리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아침에 치과에 들렀다 오느라 선크림을 챙겨오지 못해서 선크림도 바르지 못해 뙤약볕을 달리기 싫어서 생각해낸 방법이다. 공식 주로는 그늘 한점 없는 주로지만 뚝방길은 사진에서처럼 그늘 길이 이어져 있었다. 오르 내리느라 조금 시간은 더 걸렸지만 뙤약볕을 달리지 않는 것만 해도 엄청난 선택이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뚝방길에도 산책나온 사람이 없어 그 길을 달려도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안됐다고 생각하면서 달렸다.
이렇게 더운날 한낮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숲속길을 천천히 달려서 58분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현장에서 바로 기록증을 발급해 주었는데 코스도 바로 10km 부문으로 변경해서 기록증을 주었다. 오늘 같은날 오후에 하프를 뛴다는 것이 몸에 이로운 것보다 해로운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정을 빨리 해서 10km만 달린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다. 10km만 뛰고 들어왔어도 엄청 땀을 흘렸고 한참을 쉬어도 땀이 멈추지 않는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대회장에서 가까운 개포 5단지 상가에서 먹거리를 제공했다. 양재천 근처에 많은 인원이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길가에 식탁을 설치하고 음식을 제공했다. 최근 이 곳의 명칭을 개포시장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가끔 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과 호프를 하러 찾았던 곳인데, 시장 상인들이 협찬을 해서 뒷풀이 장소를 지정된 모양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자를 위해서 준비해 준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두부와 떡을 조금 먹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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