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福岡)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부스키 마라톤 참가를 위해서 가고시마(鹿兒島)로 이동하는 날이다. 가고시마로 내려가는 중간에 잠시 구마모토(熊本)에 들러서 구마모토 성과 스이젠지(水前寺) 공원을 구경하고 내려 가는 일정을 세워 놓았다. 구마모토 성은 지난 2016년 구마모토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성이 많이 파손되었지만 파손된 성을 구경하는 것도 관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정에 넣어 두었다. 후코오카에서 구마모토까지 2011년에 왔을 때에는 신칸센이 운행하지 않았는데 2012년에 큐슈지역 전 지역이 신칸센이 개통되어 아침에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게 된다. 출발에 앞서 약간의 해프닝이 있어서 어제 예약해 놓았던 열차를 타지 못하고 30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큐레일 패스가 있어서 바로 다음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조금 이른 아침인지 생각보다는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어제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여행을 할 때에는 눈이 내리고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엄첨 맑고 기온도 어제에 비해서는 많이 올라 갔다. 신칸센 구마모토 역은 기존은 구마모토 역과 나란히 붙어 있었다. 지하 통로를 통해서 기존 역쪽으로 넘어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구마모토(熊本)라는 지명 자체에 곰이 들어가 있는데 이번에 방문해서 보니 구마모토가 도시 전체에 곰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구마몽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 활용하고 있었다. 지하 통로에서 구마몽 그림이 엄청 그려져 있다.
이번에도 여행사를 통한 여행이 아니고 자유여행인지라 짐을 모두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하다. 관광버스에 짐을 놓아두고 관광을 하는 패키지 여행에 비해서 유일하게 불편한 것이 이동간의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것. 하지만 일본은 이런 여행객을 위해 역마다 코인라커를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 다만 코인라커 이용 비용이 우리나라 물가에 비해서는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내가 관광안내소에서 노면전차 1일 승차권을 구입하는 동안 일행들이 코인라커를 이용해서 짐을 보관했다. 코인라커 이용법이 조금 스마트해져서 한글로도 안내되어 있어서 이용하기 편해졌다.
역 코인라커에 짐을 맡겨 놓고 구마모토 성으로 이동중이다. 구마모토에도 노면열차가 운행되고 있어서 시내 관광은 노면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구마모토역에서 탑승해서 하나바타초(花畑町)역에서 내려 구마모토성으로 향한다. 2011년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 참가할 때 와 본 이후로 7년만에 방문하게 되는 쿠마모토성이다. 지난 2016년 이 지역을 강타한 진도 7의 지진으로 구마모토 성이 상당부분 파손되어 오늘은 무너진 쿠마모토성 현장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찾았다.
구마모토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카토 키요마사(加藤淸正) 동상이 있다. 우리가 가등청정이라고 부르는 카토 키요마사는 쿠마모토에선 청정공 세이쇼코라고 불린다. 카토 키요마사는 우리에겐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으로써 잔인한 학살을 자행한 적장이자만, 쿠마모토에서 카토는 영웅이자 쿠마모토 번영의 기초를 닦은 존경받는 다이묘이다. 그런데 카토 키요마사 키가 아주 많이 작았던 모양이다. 통상 장군의 동상이라면 서서 용맹스러운 모습을 할텐데 긴 모자를 쓰고 않아 있는 모습에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며 소개를 해 주고 사진 한장을 남긴다.
동상 뒷쪽으로 구마모토 성의 외곽 성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쪽 성벽도 중간 부분이 무너져 내려 있다. 초입에서 본 무너진 성벽은 시작에 불과했다. 부너진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보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그다지 심한 붕괴가 아니었다. 나중에 손을 봐도 될 정도의 무너짐이었다. 실제 지진의 현장이 보전되어 있는 장소에 와 본것이 처음인지라 지진 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문이었다.
과거 정문으로 가는 입구는 공사차량만 다닐 수 있고 관람객의 입장은 통제하고 있었다. 그동안 구마모토 성을 여러 차례 왔어도 정문쪽으로만 가 보아서 옆쪽 주차장이 있는 곳에 죠사이엔(城彩苑)이 있는지 몰랐었다. 죠사이엔은 구마모토 성 아래에 자리한 작은 상업시설이다. 죠사이엔은 음식점과 기념품 전문점, 박물관, 여행안내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상업시설에는 관심이 없고 구마모토성 부흥 견학 루트라도 쓰여진 입간판을 보고 어떤 루트로 성곽을 돌아 볼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구마모토 성 관람은 여전히 가능하다. 천수각 내부 입장은 불가능해졌지만, 무너져 내린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는 가이드투어 무리를 따라 설명을 들으면서 부너진 성곽을 돌아 볼 수 있지만,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업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죠사이엔을 지나서 위쪽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구마모토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지진피해가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입구쪽에서 본 것보다 성벽이 주르르 무너져 내린 모습이 엄청나다.
구마모토 성의 외곽을 따라서 한바퀴 돌아보는 코스를 따라 이동했다. 어짜피 덴슈카쿠(천수각:天守閣)가 있는 본성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구마모토 성을 방문한 이후 처음으로 성 외곽을 따라 돌아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거의 없는곳이라 이 정도로 참혹할 것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다가와서 보니 상태가 심각하다.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모습인데 복구가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정도다. 2016년 4월 발생한 진도 7.3의 강진과 강력한 여진으로 인한 지진의 여파다. 직접 눈으로 보니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무섭게 느껴지는데, 얼른 복구가 되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멀리서 보이는 덴슈카쿠(天守閣)는 그래도 상태가 좋아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또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가 없다. 구마모토성도 일본의 대부분의 성들이 그렇듯이 옛 모습은 겉모습뿐, 내부는 현대 건축양식으로 복원한 것이어서 상태적으로 피해가 덜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될 뿐이다. 성곽을 따라서 이동하면서 본 망루도 멀리서 볼 때는 멀쩡해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상태가 심각하다. 조금만 건들면 무너져 내릴 듯한 모습이다. 성곽을 따라서 지진피해 출입금지와 통행주의가 빨간글씨로 사방에 보인다.
무너져 내린 쿠마모토성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쿠마모토성 카토신사라고 하는데 멀리서 지나치며 본 지진 현장 모습만으로도 지진의피해를 충분히 느꼈기에 가토 신사로 가지 않고 성곽을 따라서 이나리(稲荷)신사 쪽으로 내려 가기로 했다. 쿠마모토성 복원에는 약 20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3-4년이면 모두 복원을 끝낼 것으로 생각되는데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기본에 충실해서 완벽하게 복원하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복원작업이 더뎌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현실이 또 부럽다.
성곽을 따라서 한바퀴 돌아보면서 꼼꼼하기로 제일인 일본인들 특징이라서 작업이 더딘것도 있지만 주변 정리만 끝냈지 아직 성벽 복원은 시작도 하지 못한 듯 보였다. 구마모토 성에 여러번 왔어도 성곽을 따라서 돌아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성벽이 무너진 덕분에 구마모토 성의 다른 모습도 보고 가게 된다. 지진의 피해가 적나라하기에 구마모토 여행을 가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완전히 복구하기 전에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한번 보는 것도 귀중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던 조속한 복구를 기원한다.
구마모토(熊本) 성을 구경하고 나서 다음으로 찾은 곳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 成趣園)이다. 역시 전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예전과는 달리 역마다 고유의 번호를 붙여 놓아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전차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만 이동하면 정원 앞에 있는 상점가가 나온다. 거리가 짧지만 나름 상점가들이 양편에 줄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도 구마모토의 상징진 구마몽이 세워져 있다. 일행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빨리 정원 구경을 마치고 점심 식사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정원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는 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이었다. 일본의 정원은 인공적 자연미를 강조하는데, 나무의 성장을 막고 호수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그곳에 아기자기한 공간배치를 한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 成趣園)은 대표적인 일본식 정원이다. 1636년 당시의 이곳의 영주였던 호소가와(細川)가문이 3대에 걸쳐 만든 공원이다. 약 2만여평의 공간에 인공적으로 배치된 정원석과 소나무, 맑은 물이 솟아나는 넓은 못, 후지산을 모방한 잔디를 입힌 석가산 등의 교묘한 조화로 만들어졌다. 아소산에서 흘러든 지하수를 이용하여 호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뭄에도 마르지를 않고 비단잉어들이 놀고 있수 있게 되어 있는 공원이다.
스이젠지 조주엔은 개인적으로 세번째 방문인데 다른 때와는 달리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이곳뿐만 아니라 구마모토 전체적으로 여행객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마모토 성도 성이 무너져서 실제 관람객이 많지 않았고, 이곳도 비슷한 사정이다. 아무래도 지진이 영향이 여행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정원에 조성된 관람길을 따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정원은 크지 않아서 빠른걸음으로 걷는다면 1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원이 엄청 넓은 것이 아니어서 그냥 산책하듯 걷다가 좋은 풍광이 나오면 사진도 찍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작은 사잇길조차도 예쁘게 꾸며 놓은 정원이다.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정원은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고, 볼 수록 마음에 드는 장소다.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돌았더니 한바퀴 도는데 40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연못에 있는 잉어와 피래미 같은 작은 물고기를 구경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과거에 왔을 때에는 갈매기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새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새를 거의 보지 못했다.
정원 안쪽에는 호수를 바라보면서 말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있었는데 차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입구에 부담없이 구경을 하고 가라고 쓰여 있어 들어가 보기는 했지만 차를 한잔 하지 못하고 나오려니 조금 아쉽다. 이곳에서 보는 정원의 모습이 가자 멋지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말차 한잔 마시면서 조금 여유를 가져 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찻집 옆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한장 찍고 스이젠지 조주엔(水前寺 成趣園) 관람을 마쳤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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