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 ('17.2)

교토마라톤 16-3 (니조성, 긴가쿠지 ) (2017.2)

남녘하늘 2018. 6. 28. 06:21


 나를 포함해서 몇몇 사람이 캡슐호텔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다른 일행이 있는 숙소로 돌아와서 여행 준비를 한다. 오늘은 긴가쿠지(銀閣寺)와 헤이안진구(平安神宮)를 돌아볼 예정이고 중간에 미야코메세(みやこめっせ)에 들러서 교토마라톤 대회 배번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집 한채를 전체로 빌린 아키쯔시마(蜻蛉島)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집 주인이 우리 일행을 위해서 한글로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태극지를 출력해서 문 앞에 붙여 놓았다. 친절하기는 그지 없지만 원칙론자인 일본 사람이었다. 숙소 바로 앞에 조그마한 신사가 있어서 사진 한장을 찍어 보았다. 







 가와라마치(河原町)역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어제 구입해 놓은 교토 1일 버스패스권을 이용해서 교토 시내를 돌아 다닐 예정이다. 시내버스를 한번 탈 때마다 200엔 정도가 들어 가는데 1일 패스는 500엔이어서 3번 이상을 타게 되면 이익이고, 무엇보다 탈 때마다 계산하지 않아서 편하다. 오늘 하루 마라톤 배번을 찾으로 갈 미야코메세(みやこめっせ)를 중심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일정을 잡았다. 버스 패스권 구매할 때 받은 안내 지도를 보고 당초 세웠던 일정을 조금 수정했다. 어제는 전철을 이용한 여행이었는데 오늘은 시내 버스를 이용한 여행이 된다. 우리가 탄 버스 내부에도 교토마라톤 안내 광고가 붙어 있었다. 






 아침에 바로 긴가쿠지(銀閣寺)로 갈 수 있었지만 가는 길에 일부러 니조조(二条城)를 방문한 것은 내일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동안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일행들을 위해서였다. 일본어도 잘 안되고 가는 방법을 설명해도 바로 찾아가기 힘들것 같아서 아예 어떻게 가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줄 생각에서였다. 오늘은 니조성을 들어갈 계획은 없고 그냥 나조성 외곽만 둘러보고 킨가구지로 갈 예정이다. 마침 니조성의 정문인 히가시오테몬(東大手門)은 보수 중이어서 임시매표소와 출입구가 다른 쪽에 있었다. 어짜피 성에 들어갈 상황도 아니어서 그냥 입구에서 사진 한장을 남긴다.    






 니조성은 나는 오래전에 방문해 보았던 곳이다. 방문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한번 더 구경해도 괜찮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니조성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교토에 방문할 때 공식적인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성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동서로 500m, 남북으로 400m 길이의 성벽을 쌓고 둘레에는 해자를 팠다. 니조성 안의 메인 건물인 니조마루고덴(二の丸御殿)은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마루를 걸어다닐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니조성은 격식, 규모, 완성도, 예술성 및 호화스러움 등 모든면에서 최고의 성으로 평가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방문한 생각이다.  





 니조성을 출발해서 다시 긴카쿠지(銀閣寺) 를 향해서 버스를 탔다. 버스 패스권 구매할 때 받은 안내 지도를 보고 긴카쿠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버스를 한번 환승하는 여유까지 부리게 된다. 가모가와가 보이는 진구마라타마치(神宮丸太町)역 근처에서 다시 한번 버스를 환승해서 

은각사로 간다. 버스를 한번 환승한 덕분에 시간을 조금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긴카쿠지미치(銀閣寺道) 정류장에 하차하여 긴카쿠지(銀閣寺)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한적한 느낌의 길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벚나무 길을 따라서 제법 걸으면 긴카쿠지바시(銀閣寺橋)가 나온다. 왼쪽으로 데츠가쿠노미치(哲学の道 :철학의 길)이 이어지는데, 긴카쿠지(銀閣寺)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가 보기로 하고 절쪽으로 오른다. 철학의 길은 그냥 시골의 작은 수로 옆길이라고 보면 된다. 작은 수로를 따라 투박하게 새겨진 나무 이정표를 많이 세워져 있다. 





 긴카쿠지(銀閣寺) 입구 광장 까지는 한동안 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아주 일본스러운 집들이 이어지고  집의 한쪽을 상점으로 개조해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이 보인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긴카쿠지를 찾은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아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골목도 관광객으로 가득찰 것이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식당들도 있는데 아침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 식당을 이용해 보지는 못할 것 같다.    





 긴카쿠지(銀閣寺)에는 문이 두개 있는데 대문이라 할 수 있는 소몬(總門)과 본격적인 입구를 알리는 주몬(中門)으로 나뉜다. 유홍준 교수는 답사기에서 긴카쿠지는 소몬과 주몬 사이의 구간이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었다. 그 구간에는 동백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데 그 모습을 장관이라고 했는데, 와서 보니 역시 보통 사람의 눈에도 멋있다. 소몬과 동백나무 울타리 길을 지나 주몬 입구에서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은각사의 입장권도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부적처럼 생긴 입장권이다. 특이하고 아이디어가 좋다.  






 긴카쿠지(銀閣寺)는 1482년 무로마치(室町) 막부 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은거 생활을 하기 위해 만든 산사소히가시도노(山荘東山殿)가 시초로 그가 죽은 후 절이 되었다. 긴카쿠지의 건물과 정원은 모두 무로마치 문화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유명하다. 혼도(本堂)와관음전인 긴카쿠(銀閣)를 중심에 놓고 흰모래를 잔잔한 파도처럼 깔아놓은 모래정원이 보인다. 바다를 상징한다는 모래 정원 긴샤단(銀沙灘)으로 긴카쿠지의 가장 좋은 사진 포인트인 듯하다.  








 모래를 정성스레 쌓아올려 윗부분을 평평하게 만든 고게쓰다이(向月台)도 볼만하다. 달빛이 반사되도록 만든 모래언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듯 깔끔한 잘린 원추형 모래언덕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바람이 불고 눈비도 맞을 터인데 이렇게 관리하려면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긴카쿠지의 일본식 정원도 멋지고 아름답다. 일본의 정원의 특징은 자연의 세계를 한정된 공간에 응축시키려는 성격이 짙다. 특히 돌의 배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고산수의 형식, 징검돌의 배치, 정원수 다듬기 등 모든 것에 규칙이 있는 정형적인 정원이다. 정형적이면서 자연스러움을 구사하는 점이 일본식 정원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긴카쿠지의 정원도 그런 일본 정원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긴카쿠지에 입장해서 정원의 멋진 풍광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긴카쿠(銀閣)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킨카쿠지(金閣寺)를 가면 멋진 금박의 전각이 풍경과 함께 들어와서 눈에 띄었지만, 은각사에는 은박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다른 전각과 함께 묻쳐 지나가 버렸다. 긴카쿠(銀閣)는 교토 사원건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으로 1층 신쿠텐에는 본존 불상을 안치한 불전 슈미단이 있으며, 2층은 선종 불전풍으로 꾸민 관음상을 모신 조온가쿠가 있다. 가까이서는 건물 전체를 다 찍을 수가 없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주변에 몇 개의 건물이 이어지는데 특별 참배 기간에만 입장할 수 있는 도구도(東求堂)도 있다.     





 긴카쿠지 내에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는데 이름은 긴쿄치(銀鏡池)다. 그 주변에는 건물들이 몇 채 있는데 다들 역사가 깊은 건물들이다. 연못을 중심으로 해서도 조경을 너무 잘해 놓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같은 동양문화권에 있는 우리가 보아도 멋 있는데 서양 사람들 눈에는 더 이국적이고 멋져 보일 듯하다. 정원 앞 정자에 앉아서 정원을 한참 바라보아도 좋은 듯하다. 이곳 연못에도 커다란 잉어가 많이 살고 있었다.기본적으로 우리 나라보다는 따뜻한 곳이여서 깊지 않은 물에서도 잉어를 많이 키울 수 있는 모양이다.   







 정원을 둘러본 후에는 산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진행되는데, 올라가는 길에 작은 폭포도 있다.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빈다. 은각사 뒷산에 올라가는 길에는 곳곳에 이끼가 덮혀있다. 이곳도 긴카쿠지(銀閣寺)의 대표적인 이끼 정원이다. 엄청 신경써서 이끼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조그만 공터가 나오고 샘물이 흐른다. 샘의 이름은 오챠노이(お茶の井)라고 부르고 샘물 근처를 오챠노이테이엔(お茶の井庭園)이라고 부른다고 적혀 있다.   








 이끼 정원을 지나 오르막을 한참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아름다운 긴카쿠지(銀閣寺)의 풍광과 멀리 교토 시내까지 보이는 풍광이 펼쳐진다. 입구에서 보았던 긴사단(銀沙灘)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보인다. 역시 겨울철에 관광을 하게 되면 숲이 우거진 계절보다는 볼것이 많이 없지만 전망을 내려다 볼 때는 나무잎에 없는 때가 좋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긴카구지의 모습도 나름 좋았다.     





 반대편으로 내가 가는 길에도 푸른 이끼가 가득하고 이끼 사이로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정원에만 이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도 이끼가 많아서 이곳이 공기도 좋고 건강한 숲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여름에도 습하기 때문에 이끼가 잘 자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무로 조경을 너무 잘 해 놓아서 어디를 찍어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은 것은 두 눈으로 본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긴카쿠지는 주변 건물이나 조형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재미가 더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언덕을 내려와서 되돌아가는 길에 긴카쿠(銀閣)를 가까이서 보게 된다. 출구쪽으로 가게 되면 긴카쿠의 뒤편이 나온다. 긴카쿠는 두개의 다른 양식이 공존한다는데 1층 신쿠덴(心空殿)은 일본의 전통가옥 구조이고, 2층 조온가쿠(潮音閣)는 중국사원 양식이라고 한다. 조온가쿠 안에 불당을 설치하고 관음상을 모셔놓았다고 한다. 나가는 길에 있는 건물은 기념품을 판매하는 샵이 있었는데 들어가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