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 ('17.2)

교토마라톤 16-2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야사카 신사 ) (2017.2)

남녘하늘 2018. 6. 26. 00:22


 많은 사람들이 센본도리이(千本鳥居)에서 인증 사진만 실컷 찍고 되돌아 가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쿠샤 호우하이죠(奥社奉拝所)가 나오고 이곳에 오모카루 이시(おもかる 石:재미 돌)가 있어 소원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석등 앞에서 소원을 빌고 석등의 머리 부분에 있는 돌을 들어올리는데 예상보다 가볍게 느껴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무거우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그냥 지나쳤기에 오늘은 몇 사람과 함께 들어 보았다. 엄청 가볍게 느껴져서 소원을 빌어 보았는데 이루어질지는 두고 보아야겠다.    





 늦게 도착해서 금방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아직 사진으로 보이는만큼 어둑한 정느낌은 아닌데 후레쉬를 사용해 사진을 찍으니 실제보다 어두운 분위기처럼 보인다. 오르는 길에 있는 도리이 뒷면에는 언제, 누가 봉납한 것인지가 적혀 있다. 수많은 회사나 가문, 단체 등에서 사업 번창을 기원하거나 가문의 영광 등을 위해 봉납한 것이다. 도리이 하나를 봉납하는데 크기에 따라 많게는 130만엔에서 적게는 17만엔 정도 든다. 가장 큰 10호는 무려 우리나라 돈으로 1,300만원 정도 하니 대단한 가격이다. 이 산에 이런 것이 천개나 있다고 하는데...     







 센본도리이를 따라 다시 산길을 오르니 또 하나의 신사인 쿠마타카샤(熊鷹社)가 나온다. 신사 앞쪽에 인공 연못이 있어 구분이 되는데, 산 중턱에 있는 인공호수에 안개가 내려 앉아 더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양쪽을 길이 나뉘어 있어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닌 쪽을 가보니 엄청난 크기의 대나무가 많이 있었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조금만 가 보고 되돌아 나온다. 쿠마타카샤(熊鷹社)가 있는 곳까지는 관광객이 조금 있었는데 여기부터는 우리 일행 이외에는 관람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행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엄청난 숫자의 도리이(鳥居)로 천 개의 도리이가 있다고 해서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제는 천 개가 아니라 1만개가 넘을 정도로, 헤아릴 수 없는 붉은 도리이의 행렬이 시선을 압도한다. 각 도리이에는 성공을 기원하는 글 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신사 주변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나리 산 정상까지의 모든 길에 전부 도리이가 이어져 있다. 다시 정상으로 향해서 오르막 길을올라간다.  





 입구에서 30분 정도 걸어 올라오니 이나리산의 중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츠츠지(四つつじ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 지형의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길이 양 쪽으로 갈라지는데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든 이나리산 정상인 해발 233m의 이치노미네를 거쳐서 다시 여기로 되돌아 오게 된다고 한다. 일행 중에서 일부는 이곳에 오르기도 전에 힘들다고 되돌아 갔고 일부는 이곳까지만 오르겠다고 한다. 이곳까지만 올라도 교토 시내 조망도 되고, 이나리 신사의 센본도리이(千本鳥居)를 충분히 보았기에 충분한 관람은 되었을 것이다.      






 작년에 왔을 때 어린 조카와 함께 오르느라 중간에 있는 전망대까지만 오르고 내려갔지만 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정상까지 가 보기로 한다. 다음에 오면 정상까지 가 보기로 했던 약속을 1년만에 지키게 되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중간에 있는 매점처럼 보이는 장소도 모두 문을 닫았다. 중간 중간에도 사당과 묘역같은 장소도 보이고,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다. 산 중간에 물은 흔하게 보인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끊임없이 도리이도 이어지고 전망을 할 수 있는 몇 몇 구간도 있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와서 보니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은 233m이다. 정상에도 사당같은 건축물이 보이고 이곳 역시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의 전령인 여우상도 보인다. 아랫쪽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조금 늦어서인지  정상까지 오른 사람이 우리 일행말고는 거의 없다. 혼자 올라 왔으면 사진을 부탁하지도 못할 뻔했다. 산 아래서 올라 오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생각해서 조금 빠르게 올랐더니 땀이 흐른다.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 왔음에도 산 아래에서부터 4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내려 가기만 하면 된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센본도리이(千本鳥居)를 따라서 조명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려 오는 길에 급하게 내려 오느라 올라갈 때와는 조금 다른 코스로 내려 오게 되었다. 처음보는 신사도 지나치게 된다. 엄청난 숫자의 도리이가 줄지어 널어서 있는 모습은 가 보지 않고 사진과 글로는 그 느낌이 전달이 안된다. 센본도리이(千本鳥居)를 찍은 사진을 수없이 많이 봤지만 사진으로 보던 것과 실제로 본 느낌이 많이 다르다. 리이의 주홍색은 마력에 대항하는 의미를 갖고 있고, 원료는 황화수은이라고 한다. 수은은 옛날부터 목재의 방부제로서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 도리이가 훼손되어져 곳곳에서 새로 보강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센본도리이(千本鳥居)에서 내려와 본당쪽으로 오니 비로서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지난번에 왔을 때에 비해서는 확실히 사람이 많지는 않다. 정상까지 올라 갔던 일행들이 신사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내려 오지 않아서 오히려 기다리던 사람을 찾으러 갔다 왔다. 정상까지 갔다 온 사람들도 정상을 갔다 온 만족감이 크고, 아래서 기다린 일행들도 무리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사의 곳곳을 둘러 보아서 좋았다고 한다. 모두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을 방문한 것에 만족해한다. 일본의 사업가와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기부를 받는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입장료도 받지 않고 24시간 개방한다고 한다.    






 올라 갈 때와는 달리 기념품점이 몰려 있는 조그만 샛길 도로를 따라서 내려온다. 기념품점과 음식점이 늘어서 있고, 포장마차 같은 간이 판매대도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곳에 오니 신사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시간이 저녁시간이 되어 가는지라 먹거리를 찾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타코야끼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먹거리도 많이 팔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 오니 기념품점들이 이어져 있는데 기념품점에는 여우 모양의 조각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오늘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간사이드르패스 2일권을 확실하게 활용해서 끝까지 잘 사용한다. 케이한(京阪)전철 후시미이나리(伏見稲荷)역에서 전철을 타서 기온시조(祇園四条)역 하차해서 야사카 진자(八坂神社)를 방문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멀리 있지 않아서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교토에서 볼거리가 많아서 오늘 저녁이 아니면 다음에 시간을 내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을 하다. 이제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야사카 진자(八坂神社)도 밤에 방문해야 한다.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야사카 진자(八坂神社)는 교토의 가장 번화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기온과 이어져 있어서 방문객들이 많은 명소다. 기온 시조 거리 끝에 위치한 야사카 신사의 누문이 어둑하 밤하늘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빛난다. 길을 건너 커다란 누문을 통과하자 작은 신사들이 보이는데, 작은 신사들이 여러개 모여 있었다. 주변 경관을 구경하면서 신사의 내부로 들어갔다. 야사카 신사는 액운을 물리치고 사업을 번창 하게 해 준다는 신을 모시고 있다. 그래서 신사내 곳곳에는 자신의 사업을 번창하게 해 달라는 헌등을 많이 볼 수 있다.  





 야사카신사는 낮에도 와 보았지만 이렇게 밤에 방문하는 것도 괜찮았다. 야간에 오게 되면 경내에 등불을 환하게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전각을 빙 둘러서 불을 밝히는 등불은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신사에는 작은 본전 외에도 부속 사찰들이 많이 있다. 야사카 신사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장소인데, 일본의 3대 마츠리(축제) 중 하나가 바로 야사카 신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3대 마츠리는 도쿄의 간다마츠리, 오사카의 덴진마츠리, 그리고 이곳 야사카신사가 주관하는 교토의 기온 마츠리다. 등불도 작년에 기온 마츠리에서 보았던 등불과 같은 종류인 듯하다.   





 날은 어둡고 저녁 식사 시간은 조금 지났고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 다녔기에 야사카 신사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게 된다. 밤에 오게 되니 신사의 본당 이외에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기온마츠리가 열리는 시기에 왔다면 더 볼거리가 많았겠지만 오늘은 본당을 중심을로 주변을 간단하게 둘러 보고 나온다. 나오는 길에 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오미쿠지(おみくじ)가 잔뜩 걸어 있는 것도 보인다. 흉이 나오게 되명 사찰에 걸어 놓고 온다고 한다. 간단하게 몇 몇 곳을 보는 것으로 야사카 진자 구경을 마쳤다.      






 야사카 진자(八坂神社)를 나와서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교토에 와서 첫 저녁 식사는 지난번 교토에 와서 맛 있게 먹었던 교토 가츠규(京都 勝牛)라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맛집으로 알려진 규카츠 집에서 하기로 했다. 카모가와(鴨川)와 실개천 같은 다카세가와(高瀬川)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길은 일본전통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폰토죠(先斗町) 골목이라고 한다. 에도 시대에부터 자생한 유흥가가 밀집해 있어 게이샤 등이 많이 있었던 골목인데,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고 깔끔하고 운치있는 가게들이 많이 모여있는 맛집 골목으로 변했다. 다양한 맛 집들이 있는데 가격은 조금 비싼 편으로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오후 늦게 문을 연다고 한다.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폰토죠(先斗町) 골목 중간에 교토 가츠규(京都 勝牛)는 오늘도 손님이 많아서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조금 기다려야 했다. 모든 인원이 한자리에 앉아서 먹는 것은 불가능해서 자리가 생기는대로 들어가서 먹는 것으로 했다. 교토 가츠규(京都 勝牛)는 일본에 살고 있는 6촌 동생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중에 하나로 한국 여행객이 소문을 많이 나 있는 식당이다. 함께 간 일행들도 음식을 먹고 상당히 맛 있다고 한다. 맛있는 곳을 찾아 서 기다리기까지 했는데 맛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신경이 쓰이는 일인데 교토에서의 첫 식사는 성공적이었다.   







 일본에서의 숙소는 호텔을 예약하지 않고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교토 가와라마치 근처에 있는 집 한채를 전체를 빌렸다. 방이 4개였고 13명이 잘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우리 정서에 한방에 한명씩 끼어서 자면 조금 불편하지만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주인과 몇 차례 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실제 가서 이야기를 하니 함께 있는 것은 되지만 잠을 17명이 자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니 그간 주고 받은 메일에서 서로 기본적인 생각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함께 잘 수 없다고 하니 억지를 부릴 수도 없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야 했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캡슐 호텔이 있어서 젊은 사람 순으로 4명이 짐은 숙소에 놓아두고 생전 처음으로 캡슐호텔을 이용하게 되었다. 






 캡슐호텔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공상과학 영화의 우주공간에 들어 온듯한 분위기와 느낌이 들었다. 숙박 장소 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단체로 빌린 전통주택보다 훨씬 더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폐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룻밤 자 보니 그동안 캡슐호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오게 된다면 이 정도의 캡슐호텔은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