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입사동기들과 함께 입사 30주년을 기념해서 부산 여행을 함께 했다. 1988년 1월에 30명이 입사해서 아직 현역으로 남아 있는 동기도 10명이 넘고, 퇴사한 동기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었는데, 30년차가 된 올해 의미있는 여행이라도 가자고 해서 이루어진 여행이다. 앞으로 시간이 조금 더 흘러 현역에서 은퇴를 하게 되면 가까운 외국이라도 갈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시간을 낼 수 없는 현역들이 많이 있어서 부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다른 입사 기수에 비해서 비교적 자주 만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는 우리 동기들이다. 20대 풋풋한 청년으로 만나 이제 50대 중반이 모두 넘어, 마음은 청준이지만 몸은 아저씨들이다. 그래도 아직 청춘이라고 우기고 있는 우리들이다.
세달 전인 지난 12월 9일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SRT가 개통되었는데 그간 SRT를 이용할 일이 없어서 타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여행에 이용하게 되었다. 차량은 KTX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상은 조금 다르다. 수서역에서 지제역까지 지하로 운행하기 때문에 부산까지 이동시간도 많이 짧아지고 비용도 KTX에 비해서 절약되는등 본격적인 고속열차의 경쟁시대에 들어섰다. 철도의 경쟁시대의 개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주주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고 코레일의 자회사격인 셈이어서 말로만 경쟁시대의 도래가 아닌가싶다.
2시간 30분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KTX에 비해서는 서울을 빠져 나가는 구간이 지하로 직선화 되어서인지 제법 빠르게 도착했다. 대전과 대구에서 출발한 동기들은 함께 출발하지 못했는데 미리 부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역시 부산에 살고 있는 동기 2명도 미리 역에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동기들은 자주 만나곤 했어도 이렇게 지방에서 동기들이 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1박 2일간의 행사라고 하지만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금요일 하룻밤을 보내고 토요일에 다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도착해서 바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아직은 대부분의 동기들이 모두 현역으로 바쁘게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주말을 모두 사용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고육지책으로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것으로 했다. 부산역에서 바로 광안리로 이동해서 미리 예약해 놓은 방파제 횟집으로 이동했다. 이번 부산 여행의 일정은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기들이 정했다.
방파제 횟집은 평일에 점심시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후 3시부터 밤 1시까지 영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저녁 손님만 받아도 운영이 될 정도로 자신감이 있는 모양이다. 부산에 와서 회를 먹는데 서울보다 못하다면 말이 되지 않겠지만 동기가 추천했던 이 식당도 상당히 괜찮았다. 개별적으로 내려온 동기를 포함해서 18명이 모였으니 근래에 가장 많이 모였다. 연락이 끊어지거나 해외에 있는 몇 친구를 제외하곤 거의 다 모인 셈이다.
식당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방파제 횟집 앞쪽으로 멀리 광안대교가 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광안리 해수욕장에 나가서 조금 시간을 보내야겠지만 오늘은 백사장에 나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차량을 내어 주어서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먼저 이동하기로 했다. 우선 숙소에 짐을 맡겨 놓고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운대 글로리 콘도가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인데 차를 바로 앞에 세워 주었는데 해수욕장 앞쪽으로 포장마차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부산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해운대에 이런 포장마차촌이 있는지를 몰랐다. 횟집에서 제법 많은 술을 마셨음에도 한잔 더 했으면 하는 동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술은 그만했으면 한다. 지나치면서 가격표를 보니 그다지 저렴한 것도 아니다. 다음에 오면 그 때 포장마차 분위기를 느껴보자면서 지나쳤다.
잠시 잠만 잤던 해운대 글로리 콘도였다. 마치 젊은 시절 M,T를 가거나 회사에서 연수를 온 듯한 느낌이다. 밤에는 바다 근처인지 별로 느낄 수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해운대 해수욕장이 바로 보이는 위치여서 괜찮았다. 일반 가정집이나 팬션 같은 느낌이 있는 숙소였다. 방이 넓고 온돌식이어서 한방에 여러 명이 함께 써도 괜찮았다. 콘도에 와 본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숙소에 짐만 풀어 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부산에 있는 동기들도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는 따로 여흥의 시간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아서 어디로 갈지 한창 고민을 했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로드비치호텔 2층에 있는 라이브 바에 가서 간단하게 한잔 하면서 오랫만에 노래 실력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그마한 우리만의 공간을 생각하고 들어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규모가 커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규모에 압도되지 않고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창밖으로 내려다 본 해운대의 밤 모습.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최대의 여행지답게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곳이 많다. 멀리 보이는 달맞이 고개쪽에는 아직도 영업하는 집이 많이 있는 모양이다.
어젯밤 늦게 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에 나가 보았다. 부산은 서울과 달리 날이 맑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도 썩 맑은 날씨는 아니었다. 해 뜨는 것을 보려고 했는데 해돋이는 보지 못했고 조금 있다가 구름 사이로 떠 오른 해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해운대 주변에도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바닷가의 스카이 라인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도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시간이 지나면 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다소 빡빡한 일정을 잡아 놓았다. 어제는 부산에 도착해서 식사만 했지만 오늘은 관광 일정도 잡혀 있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해돋이를 보지 못한 채 백사장 산책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한잔 해서 술이 빨리 깼지만 아침에 시원한 해장을 시켜준다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복국집을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짐은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챙기기로 하고 해변을 따라 식당으로 이동한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에 최근 뉴스에 자주 나왔던 엘시티 건설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옛날 한국콘도 자리에 건설하는 해운대 엘시티는 동부산 관광단지와 해운대 일원을 국제적 관광휴양 도시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 착공해서 2019년 완공 예정인데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는 완공시 롯데월드 타워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될 예정이다. 사업 내용은 좋은데 실질적 소유주인 이영복이 회삿돈 705억원을 횡령해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생겼어도 건설은 순로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인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엘시티 작업현장을 지나서 해운대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있던 할매집 원조복국을 찾아 갔다. 이미 맛집으로 엄청 소문이 나 있어서 이른 아침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사가 너무 잘되서 본점과 2호점이 해운대에 있고, 주변에 유사한 복집이 아주 많이 생겼다고 한다. 조금 기다려 안쪽에 들어가니 워낙 잘되는 식당답게 빠르게 주문을 받고 빠르게 상차림이 나온다. 벽면에는 유명인들의 사인들과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다. 맑은 국물과 담백함이 맛집으로 불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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