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숙소 근처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고 해운대 미포항으로 이동했다. 아침 일찍 해운대 관광 유람선을 타고 오륙도 유람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운대 유람선은 해운대 해변의 동쪽 끝부분인 미포에서 출발한다. 입구에는 '관광 유람선'이라는 간판보다 '마라도 횟집'이라는 간판이 훨씬 더 크게 눈에 뜨인다. 유람선 매표소에서 승선자 명단 등록을 하고나서 유람선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간 수없이 부산에 자주 왔어도 유람선을 타고 오륙도를 가 보기는 처음이다. 부산에 있는 동기들이 이번 여행에 신경을 엄청 많이 쓴 모양이다.
유람선 선착장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고 내부 시설도 그저 그런 편이다. 승선료는 대인이 22,000원으로 비교적 비싼 느낌이다. 관광 유람선의 일주 코스는 두가지인데 우리는 해운대-오륙도를 운항하는 코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유람선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출발할 때까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윗층에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있었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라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속력을 내기 시작한 유람선이 하얀 물살을 흩날리며 선착장을 출발하니 해운대가 뒤로 물러나고 달맞이 언덕이 한눈에 훤히 들어온다.달맞이 언덕이 뒤로 물러나면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호텔과 아파트 들이 차례로 시야에 나타난다. 날이 아직은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배를 따라서 오는 갈매기떼도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맞아본다. 부산의 아름다운 해안선 관광은 갈매기와 함께 한다. 늘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하게 되면 부산에 내려 와서 살아도 좋을 듯하다.
조금 가니 동백섬 등대가 눈 앞에 펼쳐지면서 둥근 지붕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그 멋진 모습을 보인다. 누리마루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운대 마린시티는 얼마나 높은지 숨이 턱 막힐 정도이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해운대 마린시티는 바다에서 보면 또 다른 분위기인데, 여기가 도대체 한국인가 의심될 정도이다.
광안대교를 지나 아름다운 이기대 신선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 때 이곳에 나병환자들의 주거지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멀리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륙도와 함께 엄청나게 높은 고층 아파트가 눈 앞에 나타난다. 언덕 위의 성곽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는 오륙도 SK뷰 아파트라고 한다.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멋진 풍광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멋진 풍광에 멋없는 아파트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선장이 오륙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데 질 낮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은 유람선의 엔진 소리에 묻혀서 소음으로만 들린다.
다들 잘 알듯이 오륙도는 5개의 섬으로 보였다가 6개로 보였다가 해서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자갈이나 모래와 같은 퇴적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갯바위로만 이루어진 오륙도는 오랜 세월 파도에 부서지고 깍여서 이렇게 대여섯 개의 섬으로 분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밖에서 경치구경을 하던 대부분의 동기들은 춥다고 아랫층 선실로 내려가 버리고 나와 동기 한명과 함께 둘이서 윗층에서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해랑으로 오랜 시간 수직으로 깎여진 절벽은 웅장하다.
유람선이 북쪽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드디어 하나 하나 갈라진 섬들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오륙도는 한국의 해양관문으로 육지와 바다를 아우러는 부산의 상징이며 1972년 부산 기념물 제 22호로로 지정된 후, 2007년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名勝) 제 22호로 지정되었다. 해발 최고높이 68m의 굴섬등 오륙도 전체와 이기대가 국가 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등대가 있는 등대섬 옆에 있는 굴섬은 섬이 하얗게 보이는데, 가마우지 서식지라 가마우지 배설물들로 희게 보인다.
오륙도 관람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는 우리도 선실로 내려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기분은 유람선 투어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선실에 오니 윗층에서 보는 것과는 활실하게 느낌이 다르다. 좀 춥더라도 밖에서 제대로 구경하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선실에서만 있던 동기들은 바닷바람을 즐기기 못했으니 반쪽 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구경했는데 비싸다고 생각한 승선료가 아깝지 않은 구경을 했다.
오륙도 유람선을 관광을 마치고 자갈치 시장으로 넘어 가기로 했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동기 2명이 차를 가지고 와서 일부는 그 차를 이용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좌석버스를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친구들 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자갈치 시장으로 가는 도중에 달맞이 공원과 해마루를 잠시 방문했다.
해마루는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여 건립된 정자라고 한다. 달맞이 길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운대뿐만 아니라 기장쪽(동해방면) 및 시계가 좋으면 대마도까지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75 계단을 오르면 탁트인 해운대와 청사포, 멀리 이기대 방면도 보인다. 부산에 여러번 왔어도 해마루 방문은 처음인데 승용차를 탄 덕분에 다른 친구들은 보지 못한 곳을 한곳 더 보게 되었다.
자갈치 시장으로 이동해서 시장 구경을 열심히 하고 다시 점심 식사를 하러 부산명물횟집을 방문했다. 아침에 복국을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지금 점심을 먹지 않으면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시간 때문에 식사를 하기 어중간해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게 되었다. 1946년에 개업해서 올해로 72년이나된 부산의 대표적인 노포(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횟집으로, 자갈치시장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된 집이다. 방송을 타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곳에 유명한 메뉴는 회백반인데 가격이 3만원이 넘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적당히 잘 숙성된 쫀득한 선어회가 아주 맛있는 집이였다.
자갈치 시장을 구경하면서 생선을 구입하지 못했지만 자갈치 시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부평깡통 시장으로 와서 어묵을 구입했다. 요즘 부산에 오면 이곳 시장에 방문하거나 아니면 부산역에서 꼭 어묵을 사 가지고 가는데, 부산의 동기들이 부평시장을 안내해 주었다. 대형 수산업체에서 만든 어묵과는 맛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말을 맞아 부평시장에는 사람도 많고 제법 붐비고 있다. 입소문이 펴져서 관광객들이 엄첨 많이 찾는 모양이다. 어느 집에 가더라도 맛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겠지만 동기가 소개하는 곳에서 어묵을 구입했다. 근처에 먹자 골목이 이어져 있어 볼거리가 많다.
모처럼 보증보험 입사 동기들이 입사 30년을 맞이해서 멀리 부산까지 짧은 1박 2일간의 여행을 즐겼다. 서울에서는 비교적 자주 모였지만 부산까지 여행을 하기 위해서 함께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동기들이 서울에서 모일 때마다 멀어서 항상 참석하지 못한다고 부산으로 내려 오라고 해서 이번 부산여행이 결정되었는데, 이 친구들 덕분에 여행이 더 알차게 진행되었다. 부산역까지 배웅을 나와서 떠날 때까지도 대접을 받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SRT는 열차의 제일 뒷칸을 예약했는데, 아직 시간이 조금 빨라서인지 서울까지 오는 동안 한칸을 우리만 탑승해서 올라 왔다. 내려 올 때에는 다른 손님들이 많이 있어서 조용 조용 내려왔는데 올라 올 때는 다른 승객 신경쓸 일이 없어서 재미 있게 올라 왔다. 앞으로 여건이 되면 이런 여행을 자주 하자고 했지만, 또 얼마를 더 기다려야 가능할지 모르겠다. 모처럼 보증보험 입사 동기회에서 추진한 여행, 즐겁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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