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동아일보 서울마라톤대회 참가후기(2005.3.13)

남녘하늘 2008. 3. 9. 17:16
   
(3시간 13분 56초)

이번 겨울은 연습량이 절대로 부족했다.
모친이 관절수술을 받으신후 양친께서 우리집에 함께 생활하시게 되었고, 부모님 모두 내가 많이 달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해 눈에 뛰게 달릴 수가 없어 일주일에 한두번 간단히 연습하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당연히 연습량 부족이어서 이번대회는 참가하는데 의의를 가지자고 생각하였고 그저 즐겁게 달리자고만 생각했다.
당연히 식이요법도 하지 못했다.
다만 연초에 100회마라톤 클럽의 회원 6명과 약속한 내기에서만 꼴등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동아대회에 참가했다.

아침에 날씨가 쌀쌀해 다른 동아대회때와는 달리 긴타이즈를 입고, 상의는 반팔과 어깨걸이 셔스를 입기로 했다. 윤동규님 덕분에 아침에 쌀쌀한 주로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국세청 본청 지하의 헬스클럽에서 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시간에 맞추어 광화문으로 나갔다. 아직도 많이 춥다.

인천에서 온 정광춘아우와 함께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맞기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이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 많기도 많다. 그래도 우리나라도 마라톤과 관련한 상당한 노하우가 쌓여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많이 나아졌고, 무질서함도 엄청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동생은 B그룹, 난A그룹이어서 출발선이 달라 헤어지고 잠실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A그룹으로 가니 아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앞사람의 어깨도 두드려주고 고함도 지르면서 서서히 출발지의 열기가 올라간다. 대회장에서 모처럼 애국가도 불렀다. 군대생활을 할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크게 애국가를 불러본적이 없었는데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두 큰소리로 애국가를 부른다. 아마 일본의 독도와 관련된 억지때문이 아닐까..

엘리트선수들이 9시에 출발하고 6-7분이 있다 A그룹이 출발한다. 빨리 나가야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A그룹 후미에서 출발한다. 오늘 내기에 동참한 배경준형과 함께 뛰기로 하고 초반 10Km까지는 주위에서 뛰는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어 물흐르듯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A그룹이라서 그런지 출발때부터의 속도가 내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르단 느낌인데 그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듯해서 보조를 맞추었다. 역시 A그룹은 잘뛴다. 이중에 많은 사람들은 Sub-3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남대문까지는 도로가 넓었는데 남대문을 지나 을지로로 접어드니 길은 몹시 비좁다.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그러나 추월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다들 빨리 뛰고 있다. 5Km의 통과시간이 22분 24초. 매 Km를 4분 30초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연초에 내기를 하면서 나는 3시간 13분을 목표로 생각했었는데 이 속도를 유지하면 예상했던 목표보다도 빨리 들어올 수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운동량이 부족한데 후반부로 가면 분명히 체력의 한게가 찾아오리라고 예상했다. 나중에 지쳐 못뛰는 한이 있더라도 몸이 따라줄때는 그대로 가자는 생각으로 밀고 나갔다.

종각역 근처에서 런클회원들의 응원을 받았고 계속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5Km이상을 뛰어도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몸이 더워지는 느낌이 별로 없다. 10Km통과 시간은 44분 3초. 초반 5Km보다 조금 빠른 4분 20초의 페이스다. 10Km급수대에는 지하철 공사를 하는지
철제 복공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주자들이 마시다 흘린 음료수가 얼어붙어 많이 미끄러웠다. 추운날 급수대는 복공판위가 아닌 일반 도로위에 설치해야 될 듯.

10Km 지점을 통과하니 주자와 주자간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추월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함께 뛰는 배경준형과 함께 한명 두명 참가자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하프지점까지 계속해서 매 Km를 4분 20초의 속도로 달리면서 내기에 참여했던 주자중 3명을 추월했다. 간간히 맞바람이 부는 곳이 있었으나 몸이 서서히 덥혀져서 많이 춥지는 않았다. 하의를 긴바지를 입은것도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방지해 준 것 같다.

25Km지점까지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리니 생각보다는 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배경준형이 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같아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겠다며 헤어졌다. 이 속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만 있다면 최고기록도 갱신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내 연습량이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 속도가 많이 늦추어질 것이 예상되어졌고, 결국 30Km 부근부터는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몸은 무겁다는 느낌은 아닌데 발이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남은 12Km는 매 Km를 5분은 넘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이번 동아대회는 거리표시가 아주 잘못된 것 같다. 5Km단위의 거리표지는 그런대로 맞는것 같은데, 그 중간에 있는 1Km의 거리표지는 들쑥날쑥이다. 거의 정속을 유지하며 달렸음에도 어떤 구간은 3분대가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구간은 5분이 넘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중간기록은 측정하지 않고 5Km의 기록만 체크하였다. 동아같이 큰 대회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니 조그마한 군소대회에서는 오죽하랴... 거리측정이 마라톤의 가장 기본인데..

조금씩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매 Km를 5분을 넘기지 말자는 생각은 지켜졌다. 가끔씩 걷고 있는 주자가 있기는 했지만 다들 3시간 초반에 달리는 주자들이라 씩씩하게 잘 뛴다. 3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를 8Km 지점에서 추월했는데 끝까지 다시 보지 않았으니 15분안에는 들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연습을 그런대로 했던 작년에도 막판 5-6Km는 5분주로 달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오늘은 참 이상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습량이라고는 금년들어 동아대회에 앞서 뛴 3번의 풀코스대회 참가와 설을 전후해서 조금 뛰어준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생각보다는 참 잘 달려주는 몸이 고마왔다. 선의의 경쟁이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100회 마라톤에 가입해서 지난 1년간 열심히 풀코스대회를 참가하면서 알게 모르게 몸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달리기는 내가 한 연습량에 비해선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5분주가 유지되어진 것 같다. 결승통과 시간은 3시간 13분 56초. 생각보다 좋은 기록이다. 28번의 풀코스 참가중 두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내기에 참여한 사람 6명중에서는 2등. 공짜로 저녁을 얻어먹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을 위해 준비를 많이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다. 사실 준비도 많이 부족했고 기록이 이렇게 나오리라곤 예상치 못했었는데..

 


끝나고 나니 조금만 연습량이 많았다면, 아님 항상 효과를 보았던 식이요법이라도 했었더라면 오히려 이번 동아대회에서 최고기록을 갱신할 수 도 있었으리란 생각을 해 보았다. 처음부터 기록갱신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에 달리고 나서도 발바닥에 조그마하게 물집이 잡힌 것을 제외하곤 큰 부상도 없었다.

예상외로 잘 달린 것에 대한 원인분석을 한번 해 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소질이 있었나(?)...

3시간 30분에 달릴때에 비해서 펀런을 한 것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게거품을 물면서 달린 것도 아니였고 그냥 몸이 갈 수 있는대까지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달린 것이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시 3시간 30분대로 복귀하여 조금 더 편하게 달려야겠다.

05km -- 22'24" (22'24")
10km -- 44'03" (21'39")

15km -- 1:05:36 (21'33")
20km -- 1:27:31 (21'55")

25km -- 1:49:29 (21'58")
30km -- 2:13:24 (23'55")

35km -- 2:37:13 (23'49")
40km -- 3:02:40 (25'27")

full -- 3:13:56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