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조금 있을거라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초여름같은 봄날이다.
달리기에는 쨍쨍 내려쬐는 햇살보다는 구름이 다소 있는편이 한결 좋은데 날씨때문에 고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잠실 운동장 입구에서 정광춘 아우를 만나 어제 대신 수령한 배번을 전달해주고 물품보관소로 이동 마라톤 출발을 준비했다.
예산하프 마라톤을 달린 이후 한번의 연습도 없었기에 빨리 달릴 욕심은 없었고, 요즘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풀코스 횟수를 한번 더함과 동시에 연습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경향마라톤은 내 이름으로 참가한 서른번째의 풀코스대회 참가이다.
모처럼 정광춘아우와 함께 달리면서 페이스메이커를 할 생각이었기에. 동생은 그동안 연습이 부족해서 4시간 목표도 다소 부담이 된다고 했다.
풀코스 참가자의 뒷편에 서서 출발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많이 더운 날씨는 아닌것 같다. 출발 대포소리가 들리고 한참이 있고나서야 출발선을 통과했다. 초반에 속도를 내지 않고 동생과 즐겁게 달리기로 마음먹고 주위에 달리는 사람의 흐름에 맞추어 달리기 시작했다.
첫 5Km까지는 5분주로 달렸다. 날씨는 서서히 더워졌지만 다행히 바람이 조금씩 불어와 체온이 많이 높아지진 않았다. 주위의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한두명을 추월하는 방법으로 즐겁게 달렸다. 요즘에는 참 잘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비해 잘 달리는 여자 주자들도 많아졌고. 한여름처럼 건물로 인하여 생긴 그늘은 더위를 피할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강남 도심을 통과하는동안 생기는 건물의 그늘로 인하여 많이 편했고 그 그늘을 고맙게 생각하며 달렸다.
5Km를 지나고 나니 이제 건물의 그늘이 없어졌다. 대신 바람이 불고 있다. 첫 5Km에 비해선 속도가 조금 떨어졌다. 매 Km를 5분 30초의 속도로 달렸다. 난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데 함께 달리는 동생은 땀을 꽤 흘린다. 어제 싸우나에 가서 땀을 많이 흘려 땀구멍이 열어 있어 그렇다는 농담을 나누면서 달렸다.
이번 경향대회도 중간거리표시가 정확하게 되어있지 않다. 매 Km 거리표시를 정확하게 해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달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속도를 측정하면서 레이스 전략을 짜야하는데 어떤 곳은 3분대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곳은 7분이 훌쩍 넘어간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우린 비슷한 속도로 달렸었는데.
10Km를 접어들무렵 다시 가로수의 그늘이 나타난다. 지난 가을 중앙일보의 이 코스를 달릴때엔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을 보고 달렸는데 오늘은 참으로 깨끗한 초록빛의 어린 잎사귀를 접하니 기분이 좋다. 새롭게 돋아나는 초록의 물결이 참 아름답고도 정겹다.
앞 5Km와 비슷한 속도로 달렸는데 함께 달린 동생이 화장실을 찾는다. 주유소 화장실을 들러 잠깐 지체. 주유소 점원아저씨가 뛰는 사람들 때문에 손님이 안와서 편하다고 하면서 " 앞에 뛰던 사람들은 잘 뛰더만 지금 지나가는 사람은 왜 이렇게 못뛰는겨.." 라고 하신다. 지금 달리는 사람들도 Sub-4는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아저씨 눈에는 앞에 달린 사람들에 비해선 엄청 늦어보이나보다. 뭐라고 딱히 대꾸할말도 없어 '풀코스 뛰기만 해도 대단한 것'이라고만 해주었다.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가 아니어서인지 중앙때보다 천천히 달리는데도 선두주자가 반환해오질 않는다. 18Km를 가서야 선두가 오고 있다. 선두는 흑인인데 또 '위아'의 옷을 입고 있다. 위아는 외국인 달림이도 취업시키는가 보다. 상금을 독점해가는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좋질 않다.
19Km를 지나면서 긴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동생이 천천히 달리고 싶다고 먼저 가라고 한다. 오늘 가능하면 끝까지 함께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무리해서 끌어주면 기록은 당겨질지 몰라도 부상이 걱정되고 동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먼저 달리고 결승점에서 보자고 했다.
이후 매 Km를 5분 30초에서 1분을 당겨 4분 30초로 28Km까지 9Km를 달렸다. 초반 천천히 달려서 몸에 이상이 없었고, 힘이 남아 있어 4분 30초로 달려도 무리가 되질 않았다. 반환점 통과 이후 주자들이 지치기 시작할 무렵 난 힘을 내서 달리니 엄청나게 많은 주자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참가한 사람들이 많으니 추월하는 재미가 아주 좋았다. 그래도 힘이 들지는 않았고 이런 속도로 결승점까지도 갈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초반에 눈에서 멀어졌던 황재윤님 일행이 28Km 지점에서 나타났다. 같은 속도로 추월해서 달릴 것인가 함께 뛸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다가 빨리 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황재윤님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속도를 내다가 다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니 다시 편해진다. Km당 1분의 욕심이 몸을 많이 피곤하게 했었나보다.
이후 결승점까지 매Km를 6분 정도의 속도로 달렸다. 중간 중간 구령도 붙이고, 노래도 부르고 고함도 지르면서 즐거운 달리기가 계속되었다.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큰 소리도 내어보기도 했고...
역시 마라톤은 혼자 달리는 것보다 함께 하면 더 즐겁다. 결승점에 들어와도 다리는 아프거나 피곤하지 않은데 오면서 얼마나 큰소리를 쳤는지 목이 다 아프다.
오늘의 중간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천천히 달리다가 다시 빨리 달리고, 그러고나서 다시 천천히 달렸기에 기록으로서의 의미는 없다. 다만 초반을 천천히 달리면 중간에 속도를 내어도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전반보다 후반기록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천천히 달렸더니 그동안 뛸때마다 날 괴롭힌 물집도 잡히지 않았다. 역시 빨리 달려보겠다는 욕심이 물집이란 부상을 주는 것 같다.
그늘이 없는 날이었지만 바람이 간간이 불어 달리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앞으로 더 더워지면 좀 더 힘들 경기를 하게 될 것 같다.
4시간이 넘어서 들어온 동생과 함께 목욕하고 점심먹고 차마시고 귀가. 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05km -- 25'03" (25'03")
10km -- 52'17" (27'14")
15km -- 1:21:04 (28'47")
20km -- 1:48:18 (27'14")
25km -- 2:10:44 (22'26")
30km -- 2:34:59 (24'15")
35km -- 3:03:11 (29'12")
40km -- 3:31:43 (28'32")
full -- 3:44: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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