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나의 단상

무궁화 동산을 꿈꾸며 - 진해 군항제를 바라보면서

남녘하늘 2009. 4. 1. 13:53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남녘으로부터 봄이 왔다는 꽃소식과 함께 벚꽃 축제 소식이 전해진다. 벚꽃뿐만 아리라 목련, 개나리, 진달래들도 봄이 왔음을 알리지만 아무래도 벚꽃만큼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해서인지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길가 가로수를 벚꽃으로 바꾸고, 벚꽃동산을 만들어 지자체를 홍보하며 상춘객을 모으곤 한다. 벚꽃이 봄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우리의 봄은 벚꽃과 함께 시작되는 느낌이다.

 

 특히 도시전체가 벚꽃으로 가득차 있어 대표적인 벚꽃축제로 이름난 진해의 군항제 행사소식이 들려온다. 우선 특정지역에 대한 불만이나 지역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서 군항제에 대한 소회을 말하고 싶다.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서 우리나라 해군의 요람이자 군인정신이 도도히 흐르는 지역이다. 더군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그 얼을 기리기 위해 거행되어 오던 추모제였던 군항제가 '사쿠라'라고 하는 일본의 정신과 이미지가 떠오르는 벚꽃축제로 바뀌어진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대규모 벚꽃 축제에 향토문화예술의 진흥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군항제'라는 명칭을 차용한 것은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도 아니고, 왕벚꽃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의 제주도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벚꽃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문제는 일제의 잔재와 군국주의의 상징성이 아닌가싶다.


 그래서 지역의 벚꽃축제에 우리의 바른 정기와 정신이 살아 숨쉬어야 하는 군대를 상징하는 의미가 포함된 '군항제'를 사용하는 것이 나로서는 불만이다. 진정한 의미의 “군항제”는 벚꽃 축제가 아니라 대양을 향해 뻗어가는 대한민국 해군의 기상과 군인정신을 알릴 수 있는 축제의 명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해왔던 군항제란 명칭과 벚꽃축제를 분리해서 진해의 벚꽃축제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명칭 하나에 뭐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명칭하나에도 우리의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봄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는 엄청나게 많이 개최되지만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개최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무궁화 동산하나 없고 무궁화 축제 하나 열리지 못하면서 입으로만 사랑하는 무궁화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끝이 없다는 "무궁"자를 따서 꽃말이 만들어졌으며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끈기 있게 피우는 생명력의 반복이 우리 민족의 끈기와 상통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 단체들이 줄기차게 벚꽃 축제만 기획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이 새겨져 있는 무궁화 축제를 열어 보는 것이 어떨까?


 다행이 내가 다니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에서는 지난해부터 나라꽃 무궁화 사랑운동을 주창하면서 우리 공사가 만드는 모든 사업지구 내에 무궁화 공원과 무궁화 꽃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제도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규정까지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토지공사에서 새로 만드는 신도시에서는 근사한 무궁화 동산과 무궁화 꽃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궁화 묘목 재배와 관리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국에 무궁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무궁화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것을 아끼고 사랑해줄 때 비로서 더 큰 의미라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도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우리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무궁화 동산이 만들어졌다는 소식과 더불어 무궁화축제가 열린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고 싶다. (20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