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교육 진행차 대전연수원을 온김에 연수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거리상 15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대전연수원에 올 때마다 국립현충원과 계룡산에 한번 가 보아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현충원을 먼저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에는 그래도 1년에 한번 정도는 다녀오곤 했었는데 대전현충원은 이번이 첫 방문이다. 그동안 몇 차례 올 기회가 있었는데 항상 일이 생겨 오지 못하곤 했었다.
이번 교육을 내려와서 꼭 현충원을 방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지난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로 순직한 46용사들의 영결식이 5일전인 지난달 29일날 이곳 현충원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영결식이 있기전 전국 여러 곳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분향소에 한번 가볼 기회를 갖지 못해 늘 마음속에 빚을 진 듯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보다 순직한 대부분의 용사들이 아들같은 나이의 젊은이로서 아까운 나이에 산화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더구나 집안에 군인이 많은 나로서는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이들이 남같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천안함 46용사들은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제3묘역에 조성된 합동묘역에 안장돼 있었으며, 그 한켠에는 천안함 장병들을 구조하다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의 묘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일계급 특진한 故 이창기 준위는 장교묘역에 안장돼야 하지만 유족들의 희망에 따라 천안함에서 생사를 같이 한 전우들과 함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전현충원의 입구에서부터 용사들이 잠든 묘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조국을 사랑했던 대한의 아들들 편히 잠드소서'라고 쓰인 근조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생각하고 현충원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다른 차량들이 모두 입구에서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가고 있어 다시 차를 가지고 현충원으로 들어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밤에 날씨가 서늘했는데 하룻밤에 여름같은 날씨로 바뀌어 무척 덥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차를 타지 않고 천암함 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308묘역까지 걸어 갔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더워서 땀을 제법 많이 흘릴뻔했다. 차를 타고도 한참을 더 가서 308묘역이 나왔다. 대전 국립현충원은 규모가 크다보니 여려 곳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고 308묘역 인근에도 큰 주차장이 몇 곳이나 있었다.
308 묘역에는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하는 참배객들의 추모 열기가 가득했다. 46용사 임시 묘비 옆 꽃병마다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와 조화등이 가득 꽂혀 있고 주위 군데 군데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놓아둔 것으로 보이는 초콜릿과 과자, 사과와 배, 막걸리 등도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추모할 때 쓰라고 국화까지 준비해 놓아 제단에 놓고 묵념을 올렸다. 아직 주변은 이제 조성되고 있는 묘역인지라 잔디도 없이 돌로 된 묘비석도 없이 나무로 만들 임시묘비가 있어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다.
이번에 산화한 희생장병 46위 명단을 한번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져 왔다. 몇 년전 한일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른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했던 연평해전때에도 군 관계자들조차 산화한 장병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미국의 국방장관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서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이 연평해전에서 함포와 기관포를 주고 받는 치열한 전투로 전사한 장병들이었다.
천안함 전사자 명단이다. 잊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많다. 내 기억력의 한계를 넘어선다.
▲원사 이창기
▲상사 최한권, 남기훈
▲중사 김태석, 박경수, 문규석, 강 준, 김경수, 박석원, 안경환, 신선준, 김종헌, 최정환, 민평기, 정종율
▲하사 임재엽, 문영욱, 손수민, 이상준, 심영빈, 장진선, 조정규, 서승원, 방일민, 박성균, 조진영, 서대호, 차균석, 김동진, 박보람
▲병장 이상희, 이용상, 이재민, 강현구, 이상민(88년생), 이상민(89년생)
▲상병 정범구, 김선명, 박정훈, 안동엽
▲일병 강태민, 김선호, 조지훈, 나현민
▲이병 정태준. 장철희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사병묘역의 모습들이다.
교육 진행중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동안 방문이었기에 천천히 현충원을 둘러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 현충원 내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인 현충문이나 현충탑까지는 가보질 못했다. 전체 방문은 머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와서 천천히 둘러 보기로 마음먹고 오늘은 천암함 순직 장병들의 묘역을 둘러보고 헌화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만 보훈미래관 앞쪽에 야외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각종 전차나 비행기만 한번 둘러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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