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나의 단상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관람 (2010.6.17)

남녘하늘 2010. 8. 30. 00:51

 

 4년만에 열린 월드컵. 옛날처럼 친구들이나 지인들끼리 모여서 거리 응원을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별로 없다. 나만 아직 철이 덜든 것인지, 아니면 내 친구들이 거리응원을 나가는 열의보다는 편한 것만 찾는 나이가 되어버린지 알 수가 없다. 남아공에서 열린 첫 본선 경기는 강원도 삼척에 가 있어서 거리 응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서, 팬션에 여러명이 모여서  TV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이번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는 회사 대운동장에서 회사 동료와 가족과 함께 보게 되었다.

 

회사에서 거리응원은 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회사 운동장에서 단체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회사 잔디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맥주와 치킨,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참여 행사가 아니어서인지 행사장에 모인 직원들의 열기가 그다지 열정적이진 못한 것 같다. 내 생각과는 참으로 많이 다르다. 즐길 수 있는 마당은 만들어 주었으면 함께 즐기면 되는데, 사장님이 참석한다고 하니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집사람도 불렀고, 후배 영태와 제수씨도 불러서 함께 즐기기로 했는데...

 

회사의 젊은 친구들은 굳이 회사 운동장에 참석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기를 발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간 듯하다. 거리 응원이 열리는 곳이나 아니면 영화관 등으로 간 것 같다. 운동장에서 남아서 응원에 참가한 사람들은 조금은 쉰세대... 그렇다고 월드컵에 대한 열정까지 없지는 않을텐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늘 전국 길거리 응원장 349곳에서 13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거리 응원을 폈쳤다고 했다. 우리도 거리응원은 아니였지만 4-500여명이 모여서 응원에 동참했다.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8시 30분까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사내 보컬 그룹의 공연도 이어졌고, 그 사이 사이에 회사에서 지급한 맥주와 다과를 즐겼다. 이번 아르헨티나와의 본선 두번째 경기장은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남서쪽 소웨토 인근에 위치한 이번 대회 주경기장인 사커시티 스타디움이다. 한라산보다 불과 197m 낮은 해발 1천753m에 위치해 고지대 적응 여부가 승패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경기 시작전까지는 본선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압도적인 실력차이로 이겼기에 오늘 경기도 대등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경기 시작전 회사 보컬 동아리가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동료들은 맥주를 한잔씩 마시면서 그 분위기에 젖어 들어 가고 있었고...    

 

 

 

 

 

부서 직원들과 함께 응원을 하지 않고 내가 초대한 최영태 부부와 집사람과 함께 운동장 뒷편 스텐드에 편하게 않아서 응원을 하기로 했다. 주변이 산을 둘러 쌓여 있어 모기가 많을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이 올해는 모기가 많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았다. 거리 응원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나도 붉은 셔스를 입었고, 후배도 붉은 셔스를 입고 오라고 미리 이야기 했었다. 맥주를 비롯해서 통닭과 다른 먹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놓고, 응원봉까지 준비하는 등 본격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갖추어 놓았다.   

 

 

 

 

 

하지만 전반전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에 이어 추가 실점을 하자 탄성이 흘러나오고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나는 나름대로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 동료들 별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거리응원을 가지 않고 회사에 남아서 응원한 것을 후회되기 시작했다. 함께 응원하면서 즐기지 못하고 그냥 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 선수가 만회골을 넣자 조금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응원 분위기가 살아나고 우리 선수들이 한번 해 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넘쳤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우리 팀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배했다. 아르헨티나의 이과인선수의 해트트릭등 실력차이도 실력차이지만 박주영의 자책골에 오프사이드 판정 오심 논란까지 운도 정말 안따랐다. 하지만 운동경기는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이 있는 것이고, 또 항상 이길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다행히 우리팀 경기에 이어 벌어진 같은 B조의 그리스-나이지리아전에서는 그리스가 사니 카이타의 상대선수 발차기로 퇴장당해 10명이 그라운드를 뛴 나이지리아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 팀에겐 나이지리아가 부담스러운데 나이지리아가 4위로 밀린 것이다.


오늘 아르헨티나에 패배함으로서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었지만 단순한 수치상으로 볼 때 그리스나 나이지리아팀에 비해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이 1-4로 대패한 충격과 아픔을 선수들이 빨리 극복해 주었으면 좋겠다. 조별 마지막 경기는 23일 오전 3시30분 열리게 되어 젊은 학생들처럼 거리응원을 갈 상황은 안되지만, 오늘같은 응원전에는 다시는 참가하지 않은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우리 팀이 선전하지 못한 원인도 있었지만, 함께 응원하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집사람도 붉은 셔스로 갈아 입고 맥주를 한잔 더 했다. 회사에서의 응원분위기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집사람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별 마지막 경기는 새벽에 치뤄지는 관계로 응원을 갈 상황이 아니지만, 우리팀이 꼭 16강에 진출해서 그 이후에 거리 응원을 한번 나갈 수 있기를  함께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