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트남 여행은 여행사를 통한 여행이 아니였기에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구경하며 가이드의 수입보전 차원에서 라텍스나 약을 구입하는 곳을 다니는 팩키지 여행이 아닌 알짜여행이었다. 따라서 쓸데 없는 곳은 다니지 않고 강홍원 형님이 계획했던 곳만 골라서 갈 수 있는 우리만의 여행이었다. 메콩강 여행을 마치고 호치민시로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있어서 사설 동물원을 방문했다. 열대 동물을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그다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동물은 별로 없었고 주로 구렁이와 살모사 종류의 뱀만 잔뜩 보고 왔다. 다만 잘 꾸며 놓은 정원과 열대우림의 주변 모습을 본 것이 이 곳의 수확이다.
출입문 위에 있는 베트남어 되어 있는 'KHU BAO TON DONG VAT HOANG DA' 내용을 구글 변역기를 통해 우리말로 번역해 보니 '야생 동물의 보존'이라고 변역되어 나온다. 사설 동물원이 야생 동물을 보존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공작등 몇 종류의 조류와 반달곰을 비롯한 곰 종류와 일본원숭이 같은 작은 종류의 원숭이를 구경하고 나서 한곳에 이르니 푸른 색의 뱀들이 나무위에 우끌거린다. 이곳의 뱀은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독사류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무위에까지 뱀이 올라간다는 자체가 섬찍한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무위에 뱀이 없는 우리나라가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베트남을 방문하기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말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천국이었다. 달리는 차량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하기에 상당히 위험해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운전법이 있는지 생각만큼 사고가 많지는 않다고... 호치민시 외곽에서부터 시내로 들어가면서 점점 불어나는 도로의 오토바이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다. 차량이 제 속도를 낼 수 없을만큼의 오토바이 물결이다.
오토바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50cc에서 100cc급 스쿠터 스타일이 대부분으로 200cc 이상의 오토바이를 구경하기는 힘들지만, 엄연히 오토바이는 호치민 시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그 어느 곳보다도 부유함을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일반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10만원이 채 안 되는 베트남에서 1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가격을 주어야만 오토바이 한대를 살 수 있다. 호치민시의 인구 두명중 한명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오토바이가 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셈이다. 퇴근 시간이 가까운 호치민 시내의 건널목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의 물결을 찍은 사진이다.
호치민 시내로 들어와 호텔에서 일행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별로 휴식을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집사람과 함께 호텔에서 가까이 있는 벤탄시장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벤탄시장 앞에는 적당한 크기의 공원도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제기차기와 비슷한 물건으로 발배구(?)를 하고 있었다.
벤탄 시장 앞의 로터리에는 짠 꾸웬 한 (Tran Nguyen Han) 장군의 동상이 보이고, 그 건너에는 호치민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어 여행객과 버스들이 가득하다.
공원과 연이어 있는 광장에서 LG그룹의 광고판을 발견하고 광고판을 배경으로 한컷.
호치민시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곳을 말하면 그중 하나가 바로 벤탄시장이다. 이곳은 1914년 프랑스 인들이 만든 곳으로 종각과 시계가 달린 정문 시계탑은 호치민을 나타내는 상징물중 하나로 대표된다. 각종 음식물을 비롯 의류, 수공예품, 잡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시내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거의 항상 사람들로 붐비며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해 외국 여행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저녁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시장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시장 주변의 노점상만 구경해도 볼 것이 많았다.
호치민 시에서 이틀동안 묵었던 HOANG HAI LONG 드래곤 호텔.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방에서 콘크리트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불편했던 것을 제외하곤 깨끗하고 아담한 숙소였다. 특급호텔은 아니였지만 좋은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였고, 누구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이 아니였나 싶다.
식사후 다시 벤탄시장 인근의 포장마차로 가서 일행들과 함께 베트남의 밤문화를 즐겼다. 벤탄시장의 상점들이 저녁무렵에 문을 닫기 시작하고, 시장을 둘러싼 외곽도로에 야시장이 들어서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사탕수수 쥬스와 맥주를 마시면서 간단한 요리를 함께 먹었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나서 아침 일찍 다시 주변관광을 위해 나섰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우리 가족은 새벽잠이 없는 나때문에 여행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휴양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면 잠은 집에서 많이 자고 여행지에서는 많이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와서 느낀 것중 하나는 이곳 사람들이 무척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그 어떤 나라를 다녀보아도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부지런한 것 같다. 다만 아직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 놀고 있는 남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앞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일자리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를 가장 위협하게 될 나라가 베트남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문화공원의 한켠에 있던 영화관을 배경으로. 아침 이른 시간이라 영화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는 도시에서의 삶의 질을 논할 때 우선으로 삼는 것이 도심속의 공원이다. 선진국일수록 도심속에 공원문화가 발달해 있었고 녹지공간이 충분하다. 땅이 넓어서일수도 있고, 도시집중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녹지공간과 공원이 많은 도시에 가면 항상 부럽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것이 도시 속의 녹지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묵었던 곳의 인근에도 호치민 문화공원이 있었고, 이곳에는 보기에도 우람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호치민의 다른 지역은 상당히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였어도 이렇게 멋진 공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러운 현실이다. 게다가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글 간판의 병원. '다솜병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교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베트남 진출이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이 병원에서 멀지 않는 곳에 한국대사관도 있어 사실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이 부근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대사관을 배경으로... 정문 가까이에서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경비원이 제지를 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는 베트남이 아무리 도이모이 정책을 편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사회주의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베트남 대사관에도 진입했었다는 기사를 언젠가 읽었던 기억도 있고... 하여간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 가서 자국 대사관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이 우습다.
한국 대사관 맞은 편에 있었던 호치민 음악원. 프랑스식 건물로 추정.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함께 온 일행들은 하지 못한 시내 도보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귀환. 뿌듯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들어가는 길이다.
호치민 시내 광광차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전쟁 박물관 (War Remnants Museum). 이곳은 호치민시에 있는 박물관 중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전쟁 범죄 박물관'으로 불리던 곳이다. 베트남전쟁에 관한 자료를 모아 놓은 곳인데 전쟁의 잔혹성을 사진을 통해 알리는 박물관으로 정원에도 미군 장갑차, 폭탄, 박격포 등의 전시되어 있다. 월남전의 유물, 전쟁과정, 역사를 전시해 놓았는데 매우 충격적이고 비극적이었다. 가족이 파괴되고 마을과 국가 전체가 파괴되었고 고엽제의 피해사례도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정문을 들어서니 마당에는 미군이 사용한 전투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차,지뢰 제거용 불도저,헬기, 전투기를 비롯해 마을을 통채로 파괴시키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 폭탄등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이곳은 각기 특별한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는 각기 다른 7개의 테마 상설전시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베트남 전쟁의 원인, 배경 그리고 전쟁의 과정을 설명한 전시룸을 비롯해서 전쟁터에서 사망한 11개국 134명의 종군기자의 기록을 전시한 곳과 미국이 광범위하게 살포한 화학 제초제의 영향으로 태어난 기형아들의 사진등이 전시되어 있어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1층 한쪽엔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베트남 어린이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전쟁은 어린이나 자위수단이 없는 다수의 국민들이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받게된다. 학생들의 그림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베트남 사람들이 겪었던 슬픈 과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시는 지구촌 어디든지 전쟁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전쟁기념관 옆에는 베트남의 감옥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남쪽의 베트남이 북쪽의 베트남 사람들을 가두어놓고 고문하던 곳으로 민족 상잔의 비극적인 장소인 셈이다. 당시 북쪽 인사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던 광경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그 때 고문을 당했던 나이 많은 할머니가 TV방송국 기자들과 함께 방문해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는 냉전체제에서 동서대립의 일환이었지만 베트남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투쟁"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의해 이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경제발전의 토대는 마련했으나 명분이 약한 전쟁에 참가해서 아까운 희생을 많이 치룬 해외파병이었다. 개관 당시에는 이곳에 한국군과 관련된 자료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제거되고, 현재는 전쟁 중 5만 명의 한국군이 참전했다는 기록과 부산을 떠나 베트남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는 모습 등 일부 자료만이 전시되고 있었다.
함께 간 일행들이 두번째로 찍은 단체 사진.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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