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과 함께 모처럼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 뵈었다. 아들 둘은 고등학생이라 한창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빼 주었고, 집사람을 아이들을 챙긴다는 이유로 빠졌다. 동생도 제수씨에게 휴가(?)를 주고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 두명과 함께 4명이 진주로 향했다. 부모님께서 건강하시고 한두달에 한번꼴로 분당과 서울에 올라오기 때문에 굳이 고향에 내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이드신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과 속내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될 때 한번 내려가기로 했다.
설과 추석에도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지라 항상 어른들께서 역귀경을 하시는 터에 근 1년만에 고향 방문이다. 일이 바빠서 고향에 가보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이고 사실은 게으름의 결과가 아닌가싶다. 40년이 넘는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귀향하신 부모님께서는 평생 지어보지도 않은 농사에 취미를 붙여 자식과 형제, 친지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나눠 주는 재미에 자꾸만 농사일이 늘어만가고 있어 불만이다. 밭에서 할 일이 많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모처럼 통영으로 나들이를 갔다.
처음에는 거제도로 놀러 갈 생각이었는데, 거제는 자주 다녀 보았고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님께서 얼마전에 개통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보자고 하셔서 거제로 가다가 다시 통영으로 나들이 일정을 변경했다.
거제도로 이동하던중 신거제대교 앞에 위치한 통영타워에 도착했다. 특이한 건물형태가 눈에 띄어서 잠시 휴식을 취할겸 들어와 보았다. 거제도로 진입하는 길목 신거제대교와 구거제대교 사이에 있으며 사방으로 탁 트인 높이 38m의 전망대도 있고, 견내량의 해협을 통해 통영과 성포 부산으로 운항하는 바다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어 인근의 절경을 즐기기 위한 휴게소로는 최적의 장소같아 보였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통영과 거제도를 연결하는 구 거제대교이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주변 경치를 보려고 했더니 단순히 전망을 위한 출입은 되지 않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만 된다고 한다. 점심을 먹은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조금 높이 올라가서 구경하려고 다시 식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냥 1층 매점에서 음료수나 먹으면서 유리창 너머로 주변구경을 끝냈다. 휴게소의 위치가 좋은 곳에 있어서 굳이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기에 어려움이 없다.
통영타워에서 동생과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미륵산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러 출발했다.
2002년 12월 공사가 착공된 이후 무려 5년 4개월의 시간이 걸려 2008년 4월 개통된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개통전에는 환경단체와 사찰등과의 문제로, 개통된 이후에는 몇번의 안전 문제로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던 곳이다. 한려수도 케이블카는 도남동 하부정류장와 미륵산 정상(해발 461m) 부근 상부정류장 사이 1천975m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길이의 관광 케이블카로 경남에서는 최초로 운행된다고 한다. 특히, 그렇게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설계에 의해 중간지주는 1개만 설치하여, 환경보호는 물론 탑승객에게 아주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8인승 곤돌라 48대가 연속적으로 탑승객을 실어 나르는데 운행댓수에 비해 이용객이 너무 많아 주말에는 몇 시간 기다리는 것이 예사라고 한다.
우리는 예매를 하지 않았기에 표를 끊고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통영 케이블카는 성인 왕복요금이 9천원으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앞바다를 손쉽게 감상하는 비용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손님들로 더욱 붐벼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기에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자 마음먹으면 조금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곳은 인터넷 예매가 가능해서 미리 준비한다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오후에 도착했기에 그나마 기다리는 시간이 적었던 편이다.
드디어 우리 일행도 케이블카에 승차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우리 가족 여섯명과 다른 일행 두명등 모두 8명이 탑승했는데 케이블카 내부가 좁아 케이블카 안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다른 일행이 있는데 불편을 끼칠 수 없어 조용히 주변을 구경하며 올라갔다. 우리 가족만 탔으면 좋으련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다보니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어쩔수 없는 것 같았다. 설치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실내는 깨끗했고 소음도 별로 없었다.
탑승한지 10여분만에 통영에서 가장 높은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니 참 편하고 좋았다. 날씨는 더운데 힘이 들지 않고 어머님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손쉽게 오를 수 있으니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물론 환경파괴라든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은 곳도 있다. 특히 이곳 통영 같은 경우에는 설치한지 1년만에 100만명이 이용했으며 엄청난 이용객으로 인해 1년 반도 채 안되어 투자금이 회수 되었다고 한다. 이 케이블카 하나로 인해 통영에 관광객이 유치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륵봉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멋지다. 푸른 섬과 쪽빛의 통영 앞바다, 그리고 통통 떠있는 배들이 어우러져 정말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통영을 가르켜 동양의 나폴리라 말하는 것 같다. 미륵산 정상에 위치한 상부역사에는 간단한 차 한 잔, 간식을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고 외부 테라스로 나가면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간의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어머님만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일행은 상부역사에서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미륵봉으로 오른다.
미륵봉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이곳에서 대마도 까지(거리가 95Km 밖에 되지 않는다.) 보인다는데 날씨는 화창했지만 먼 바다에는 구름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서 볼수 있는 10대 경관은 일출, 일몰, 야솟골, 한산대첩승전지, 봉수대, 통염병꽃군락지, 통영시 전경, 통영시 야경, 한려수도, 대마도라 한다.
미륵산 케이블카 상부역사에는 올려다본 한산대첩 전망대.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부 역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다.
계단주위에는 야생화를 심어 놓고 설명까지 해 놓는 등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전국의 유명산에 있는 케이블카를 볼 때마다 환경파괴의 주범이라 생각하고 케이블카 무용론을 주장했던 나였지만, 오늘 통영에서의 케이블카는 노인과 약자를 위한 배려차원에서의 설치라고 하는데 이의를 달수가 없었다. 정말로 볼만한 구경거리를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고 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통영시 전경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한 한려수도의 모습을 보고 내려와 통영 시내로 들어오는 도중에 들른 통영 해저터널. 다행히 케이블카 타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방 도착했다. 1932년에 완공된 완공된 동양의 최초 해저터널이다. 볼게 별로 없을거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도착한 이곳, 사람들의 말처럼 그다지 볼 것은 없었는데 동양 최초에 건설했다는 해저터널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나 역시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저 터널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이 기대를 가질 것 같다. 아쿠아리움에나 있을 법한 바닷 속을 상상할 수도 있고 그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멋있고 장엄한 터널 속을 지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론 부터 말하자면 그냥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지하도를 건너는 것 같은 평범한 터널일 뿐이다. 터널안에는 통영에 관한 설명이 돼 있는 각종 싸인몰이 전시되어 있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통영해저터널은 1931년부터 1932년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만든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로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이다. 양쪽 바다를 막아 바다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을 만든 것으로, 양쪽 터널 입구 이마에는「용문달양 (龍門達陽)」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는데 이는 "용문(중국고사에 나오는 물살이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함.)을 거쳐 산양(山陽)에 통하다"라는 설명문이 있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읽고도 알 수가 없다. 해석이 너무 억지가 아닌듯 싶다. 시공 당시 통영군수였던 야마구치 아키라가 쓴 현판인데 용문달양(龍門達陽)은 쉽게 '용문을 거쳐 밝은 세상으로 나온다.' 라는 뜻이 아닐까?
예전에는 통영과 방금 다녀온 미륵도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로 였지만 지금은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개통되어 거의 이용되는 않는다고 한다. 이용객이라곤 우리처럼 찾아오는 관광객과 학교에 갔다오는 학생 몇 몇과 시장을 다녀오시는 아주머니 정도가 전부인 듯하다.
통영 시내를 통과하다 보니 통영 동호항에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한산도 대첩에서 맹활약을 펼쳐 왜구를 물리치는데 앞장선 거북선의 실제 모형을 재구성하여 통영 시내 바다 위에 직접 띄워놓고 통영을 찾는 관광객의 무료 관람케 하는 통영거북선이다. 이 거북선은 서울시에서 제작해 한강에 있던 것을 1996년 임진강을 통해 통영으로 이동한 것이다. 거북선 주변으로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어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거북선의 외부 모양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신화처럼 전해지는 거북선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고증, 복원해 거북선의 세밀한 부분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또, 거북선이 활약했던 입진왜란과 거북선에 담겨 있는 민족의 지혜도 함께 배울 수 있다.그동안 과소평가되었던 우리 고유 무기들에 대한 유래와 원리, 내부 구조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초등학생등을 동반해 여행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시원한 통영항을 마주보고 있는 통영 중앙시장에 들러 횟감을 샀다. 중앙시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회센터들이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더 재래시장에 가깝고 완전 재래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세련된 느낌이 드는 시장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곳에서 회를 사서 즉석에서 먹고 싶었는데 또 어머니께서 활어시장에서 회를 쳐서 집에 가서 먹자고 해서 회만 사서 나왔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생선을 파는 뒤쪽으로 간간히 횟집이 자리하고 있어서 가족, 친구들이 함께 와서 바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또 초장집이라고 해서 회를 쳐주고 초장만 챙겨주면 손님들이 알아서 자리를 마련해 먹기도 한다. 어시장 입구부터 펄떡이는 싱싱한 물고기들 덕분에 물이 이리 저리 튀어 옷까지 튀어 오르는데 재래시장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시장 바닥에 벌여놓은 싱싱한 물고기들 보는 재미로 치자면 그쯤은 애교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더운 날씨에 혼자 운전을 하면서 돌아 다녔더니 식사후 피곤함이 몰려와 침대에서 잠시 자고 있는모습을 조카들이 찍은 사진이다. 잠 자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없는데 개구장이 녀석들이 찍어 놓은 사진이라 한장 올려 본다.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고향에 들러 부모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았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자주 와 봐야 할텐데 생각만으로 그쳐서는 안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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