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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2009.12.29)

남녘하늘 2010. 3. 19. 08:24

 

한해가 몇 일 남지 않았는데 올 한해 휴가를 거의 쓰지 않아 한 해가 가기전 모처럼 평일 휴가를 하루 쓰기로 했다. 쓰지 않은 휴가를 다음해 연결해서 사용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내년에 새로이 주어진 휴가라도 다 쓸 수 있다면 다행일 것 같다. 집사람과 함께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 갈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해안에 폭설이 예고되어 있어 바닷가 여행을 취소했다. 대신 서울에서 가보지 못했던 몇 곳을 다녀보기로 하고 모처럼의 서울나들이를 나섰다.

 

당초 계획은 북촌 한옥마을을 걸어서 구경하고 성북동의 길상사와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구경한 뒤, 저녁은 워커힐 호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토데스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걸어서 북촌 한옥마을을 한가롭게 걸어 다닐 수 없어 한옥마을은 생략하고 길상사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길상사에 가기 전에 가끔씩 방문했던 부암동 손만두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후배인 이재구씨를 몇 년만에 만나 반가왔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식당이었는데 이제는 차를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아졌다. 하지만 몇 년만에 먹어본 음식맛은 옛날같지 않네...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성북동으로 이동, 길상사를 방문한다.    

 

 

 

 

이 절은 성북동의 대원각 만든 요정 주인이었던 김영한 할머니(법명 길상화)가 무소유의 청빈함으로 존경받는 법정 스님에게 재산 전부를 시주해서  길상사(吉祥寺)란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김영한 할머니는 함흥에서 태어나 한국근대 정치역사에서 없어서는 말하지 못할 삼청각과 더불어 대표적인 요정을 운영하게 되었고, 평생동안 일궈온 수천억대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대단한 분이다.  

 

 

 

나뭇잎이 거의 떨어졌는데 대마무만이 푸른 잎을 가지고 있다. 언제 한번 꼭 와 보아야지 마음먹고 있다 겨우 오늘에서야 오게 되었는데 이곳도 날씨가 너무 춥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기 좋고 아름다운 곳도 푸르름이 있을 때 그 효과가 더 커진다. 추운 곳은 추운대로의 가치가 있으나 오늘 목적은 눈으로 즐기기 위함인지라 날짜 선택이 잘 못 되어진 듯하다. 언제 날씨가 풀리면 이곳에 와서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찾은 찻집. 벽지와 천장을 모두 삼베천으로 도배해 놓았는데,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절에서 운영하는지라 찻값도 비싸지 않고 맛도 좋았다. 날씨만 따뜻하면 밖에서 차한잔 하는 것도 운치가 있을 듯하다.   

 

 

 

날씨가 추우니 절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찻집에서 일하시는 분께 부탁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추우니 지나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해도 사진을 찍어 달라고 말하기가 상당히 부담도 되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너무 어려운 부탁을 드린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활짝 웃으면서 응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돌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옛 요정 본채가 "ㄷ 자형"으로 있는데 일반적인 사찰의 모습이 아닌 옛날 양반집의 모습이다. 더구나 일반적인 절에서 볼 수 있는 단청도 해 놓지 않아 어디가 대웅전인지 알수도 없고, 어디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지 몰라 찻집에서 물으니 극락전이 본채라고 한다. 날씨가 추워 앞문이 열려 있지 않아 옛날 한옥을 들어가는 듯 부억부문이 있는 옆문을 통해 들어가 시주하고 절을 드리고 나왔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국립 중앙박물관이다. 어릴적부터 큰아들 못지않게 나 또한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을 즐겨 찾았고, 해외에 여행을 가더라도 꼭 빼먹지 않고 다니는 곳이 박물관인데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 용산에 개관한 이래 옆을 지나다니기는 여러번 했어도 방문은 처음이다. 최근 몇 년간 바쁜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 또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기에는 어중간한 나이가 되어서 방문하지 못했다. 처음 찾아온 중앙박물관, 너무나 잘 꾸며놓았고 앞으로 자주 찾아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특별전으로 잉카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오늘 박물관을 처음으로 온 것이라 특별전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처음 방문하는 본관을 둘러 보기로 했다. 이달말까지는 특별행사 기간이라고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오늘은 집사람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구경도 시켜 주려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돈을 쓸 기회를 주질 않는다. 점심식사도 후배가 먼저 계산해버려 돈 쓸 기회를 갖질 못했다.    

 

 

 

 

 

처음 방문한 박물관은 참 잘 왔다는 생각이다. 관람 중간 중간에 해설사님들의 설명도 들어가면서 모처럼 좋은 구경을 많이 했다. 집에서 가깝다면 앞으로 자주 와 보겠지만 그럴수는 없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한번씩 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 정도였다. 박물관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국력이 많이 향상되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외국인들이 오더라도 충분히 한국을 느끼고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후레쉬만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한 곳이 많아 더욱 좋았다.

 

 

 

 

 

 

박물관 한켠에 있던 휴게실에서. 한참을 둘러 보았더니 시간이 늦어졌고, 평일저녁 무렵이어서 휴게소에 사람이 별로 없다. 오늘은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왔기에 평소라면 시키지도 않았을 커피와 라면도 시켜 먹어 보았다. 

 

 

 

 

본관 전시물을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대충 살펴 보았음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중에는 폐관시간(오후 6시)이 다 되어가서 대략 어디에 어떤 전시물이 있는지나 둘러보자고 바쁘게 다녔다.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에서 '동서 문명의 십자로-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라는 설명과 함께 우즈벡 여행때 박물관에서 보았던 몇 몇 유물이 이곳에서도 전시되고 있어 반가왔다.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몇 일 되지 않아 박물관 뒤로 보이는 용산 미8군 본부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조명등에 불이 들어와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서해안 여행을 포기했었는데 하루종일 눈이 내리지 않더니 박물관에서 나올 무렵이 되어서여 겨우 조금 내리는둥 마는둥 조금 내렸다. 이렇게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처음 계획대로 서해바다 여행을 떠났어도 좋았을텐데... 하지만 오늘 하루는 바다여행을 떠난 것보다 훨씬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으로 진행되고 있던 잉카문명전의 광고판을 배경으로. 오늘 박물관을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니였다면 이런 기회에 페루의 안데스 고대문명인 잉카시대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텐데, 모든 것을 한번에 모두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어 박물관 관람을 정기적으로 해 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난 겨울 워커힐 극장에서 열리는 '집시문'이란 공연 티켓을 선물 받았었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워커힐 씨어터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공연까지 볼 수 있는 1인당 15만원짜리 티켓이였는데 중간에 확인해보니 '집시문' 공연은 이미 지난 여름에 끝나버렸다. 티켓이 아까워 전화로 확인해보니 공연티켓은 상품권과 같은 효력이 있어 다른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워커힐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데스'공연을 대신 보았다. 오늘 서울나들이의 마무리는 워커힐에서 저녁 식사와 공연관람이다.      

 

 

 

공연 시작에 앞서 워커힐 'W'호텔 로비와 주변을 돌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껴보았다. 직장단위의 송년회가 모임이 많은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와 있어, 요즘이 불황인지 아니지가 조금 헷갈렸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공연 사진은 없다. 우리가 관람한 '토데스'공연은 춤의 모든 것을 선사하는 러시안 모던 댄스라고 했는데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쇼였다. 선물로 티켓을 받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관람하게 되었지만, 연말이라 주차장은 만원이고 각종 모임으로 인해 로비는 북적이고 식사는 30분도 안되서 급하게 해야했다. R석이라해서 앞쪽에서 보는데도 극장의 배치상 앞사람에 의해 많이 가려졌다. 러시아에서 온 무용수들도 많은 노력과 열정은 보여줬지만 토데스 공연에 앞서 진행된 우리나라 민속공연 '동방의 빛'이 월씬 잘한 것 같다. 하여튼 오랫만에 집사람과 데이트도 하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