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에서 재수 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들이 여름 휴가를 나왔다. 이번 여름 휴가는 큰녀석의 외출기간에 맞추어 온 가족이 함께 짧은 강원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여행을 떠난지가 벌써 3년이나 된 것 같다. 그사이 큰 녀석 공부에 전념해야 할 시기여서 가족이 함께 떠나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휴식도 없이 공부한다고 효율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휴가 기간에 집에 남아 있다고 해서 엄청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아닌지라 이번에는 모두 함께 떠나기로 한 것이다.
내 휴가는 몇일 전부터 시작되었고 그저께 밤에는 큰 녀석을 제외한 가족이 서울의 호텔에서 호텔 패키지로 휴가를 하루 보내고 큰녀석 외출에 맞추어 오늘 강원도로 출발한다. 시원스레 뚫린 경춘고속도로를 지나 44번 국도상에 있는 청정조각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홍천군과 인제군의 경계에 있는 휴게소인데 지난 몇 달동안 속초에 갈 때마다 들러서 한방차를 사서 마셨던 곳이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속초를 비롯해 강원지역을 다니면서 가족과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실행해 보려고 한다. 청정조각공원 휴게소 방문이 그 첫번째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한방차도 맛있고, 이 공원에 세워져 있는 조각상과 휴게소 한퀴퉁이에서 전시하고 있는 조각품들이 아주 세속적이지만 한번 볼만하다. 이미 다 성인인지라 '19금'에 걸리지는 않는다. 몰래 숨어서 보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 보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도 자세히 보면 꽤 도전적이다.
경춘고속도로와 44번, 46번 국도를 따라 새로 뚫린 미시령 터널을 지나면 울산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나는 지난 8개월동안 직원 교육때문에 이곳을 아주 많이 다녔지만 우리 가족은 미시령터널이 뚫리고 이 길이 처음이다. 더구나 미시령에서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처음이 아닐까싶다. 그동안 미시령 고갯길을 자주 다녔지만 도로에서 사진을 찍기에는 위험해서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날씨가 맑은 편이어서 울산바위가 가깝게 보인다.
숙소에 짐을 풀어 놓고 우선 바닷가로 향했다. 맨손 오징어잡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속초의 장사항 해수욕장으로 향햤다. 장사항은 영랑호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오징어잡이 축제는 해수욕장 해변가에 그물로 막아놓고 그 안에 오징어를 풀어놓고 바다에 들어가 면장갑만 끼고 봉투에 오징어를 잡아서 넣어가지고 나오면 되는 체험 축제였다.
현장 접수가 가능했지만 아무도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구경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본행사는 자꾸 미루어지고 행사에 앞선 노래자랑부터 별볼일 없는 행사만 이어져 결국 오징어 잡이 하는 것은 구경하지 못하고 말았다. 오징어잡이 축제가 바로 끝나버리면 사람들이 행사장에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흩어질까봐 행사에 앞서 다른 행사를 길게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사람들은 많고 붐볐지만 그다지 실속있는 행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당초 속초를 여행오기로 마음 먹었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영랑호 한바퀴를 산책하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번 속초에 왔을 때 영랑호 주변 8Km 구간을 천천히 달려 보았는데 풍광도 아름답고, 나무 그늘도 있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랑호 리조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표시석을 배경으로. 산책을 시작하려는 순간부터 벌써 아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날씨가 습도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더웠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달릴 때에는 해가 진 뒤라 한낮이 아니어서 한결 편한 달리기를 할 수 있었는데 나역시 덥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속으로는 적당히 걷다가 그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산책을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영랑호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범바위가 나왔다. 호랑이 형상으로 생겼다 해서 범바위라 불리는데 계단 등을 새로 설치하여 가볍게 산책삼아 올라 영랑호를 굽어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바위인지라 나무 그늘이 없어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 너무 더워서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범바위와 범바위 옆에 있는 영랑정을 돌아보고 내려왔다.
나무 그늘로 걸어도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는다. 인근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고 했는데 차라리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았으면 낳을 뻔 했을 것 같다. 말하지 않고 참고 있는 집사람도 서서히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걸어야 할지 계속해서 내 주장대로 계속 걸어야 할지를 결정할 때가 왔다. 이제 겨우 2Km 정도 걸었을 뿐인데... 내 스스로도 너무 더워 힘들었기에 더 이상 교육효과도 없는 일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 차를 가지고 와서 남은 구간은 차를 타고 한바퀴 돌기로 했다. 영랑호 주변은 일방통행 도로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출발할 때의 반대편에서 영랑리조트와 범바위를 배경으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이동하니 아이들이 희희낙낙한다. 놀러와서 운동을 시키려고 한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더운 날씨탓에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를 도는 사람은 몇 몇이 보이기는 했으나 걸어서 호숫가를 도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저녁무렵 날씨가 조금 선선해져야 속초시민들이나 관광객이 산책을 나올 듯하다. 호수는 평화로워 보이나 날씨는 엄청나다.
장사항쪽에서 가까운 곳에서 영랑호를 배경으로...
이곳은 넓은 호수의 전체모습이 보이는 곳이다. 영랑호는 속초시 장사동, 금호동, 영랑동 일대에 걸쳐 있는 석호이다. 석호는 바닷가에 있다가 바다와 분리되어진 호수를 말한다. 더운 날씨로 인해 이번에는 차로 영랑호를 전체 다 돌아지만 다음에는 꼭 한번 더 산책을 하면서 돌아보아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지하에 있는 실내 수영장에서 바닷가에서 놀지 못한 한을 원없이 풀어 주었다. 바닷가에서 놀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실내 수영장에서 있으면 그런 불편함이 없다. 다음에 아들끼리 놀러 오면 너희들끼리 바닷가에서 열심히 놀라고 했다. 연수원 지하 수영장에도 휴가철을 맞아 직원 가족들이 많이 놀러와 있었고, 물이 워낙 깨끗하고 좋아서 집사람이나 아이들의 불만이 없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마찬가지로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서 가족이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와 본지도 몇 년만인지 가물가물하다. 그 사이에 큰녀석과 작은 녀석 모두 외국노래만 부르네...
숙소 앞에 임시로 만들어진 호프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낮에 주변에 모기약을 치는 것 같더니 주변이 숲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모기가 별로 없었다. 밤이 되는 아직도 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낮의 더위는 아닌지라 지낼만 하다. 방안에서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시간을 보냈다.
큰아들과 처음으로 맥주를 마셔 보았다. 이제 아들과도 맥주를 마실 수 있을만큼 아이들이 컸다. 30년전쯤 내가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아버지와 함께 스텐드 바에서 술을 했던 기억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는데, 그런 기억을 아들에게 남겨 주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서 올 겨울쯤에나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 까 싶다. 맥주를 한잔 마셔본 결과 아들도 나처럼 술을 많이 할 체질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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