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후배들과 헤어진 이후 정선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던 중 동해시에 있는 추암해수욕장과 추암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촛대바위를 찾았다. 가족과 함께 여러번 왔던 곳이지만 오랫만에 와서인지 가족들은 추암해수욕장이 생소해 보인다고 한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따라 다니기만 하면 지형지물에 대해서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추암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추암소금강. 군사작전지역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바위에 접근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출입은 가능하다. 예전에도 가족과 함께 이곳에 와서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높았던 날에 바나나보트를 탔던 기억이 있는 곳인데, 그 이야기를 해주니 그 때서야 기억을 되살려 낸다. 아직까지도 해수욕장 한쪽 구석에서는 보트와 바나나보트를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추암 해수욕장도 오전에 다녀왔던 삼척해수욕장처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였다. 한창 휴가시기에 이 넓은 백사장에 이 정도의 사람밖에 없다면 이곳 상인들은 올해 매출은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찾는 사람이 많아야 물건도 많이 팔리고, 숙박도 하면서 음식도 사먹을텐데... 보트를 타는 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소비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양극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수욕장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을 할 수 없는 가족들이 아쉬움에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시간이 충분한 여행이었다면 바닷가에 들어가서 해수욕도 즐겼겠지만 해수욕을 즐길만큼 여유있는 여행이 아니였기에 이렇게 아쉬움을 달랜다. 바닷물에 한번 들어가면 정리를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합의를 봤다.
추암해수욕장에서 촛대바위로 오르는 길에는 바람이 조금 불고 있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나무 그늘이 형성되어 있어 그늘 아래로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동해시의 명소 추암 촛대바위는 수중의 기암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다. 이곳 해돋이는 워낙 유명해 많은 여행객들과 사진작가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촛대바위, 형제바위의 일출은 옛날 극장에서 애국가가 연주될 때 배경화면으로도 자주 나온 곳이기도 하다.
해수욕장과는 달리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은 지경이었다. 바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모두들 더운 날씨로 인해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서둘러 내려간다. 관광도 날씨가 좋아서 편하게 구경해야지 더위 아래서는 어쩔 수가 없다.
마치 초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서있는 촛대바위 바로 옆과 아래쪽으로 호위하듯 서있는 기기묘묘한 바위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데 이 일출은 동해 제 1경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른 새벽녁에 이곳 멋진 해돋이를 감상하러 인파가 몰려 든다고 한다. 그냥 바다만 바로 보는 것과는 달리 바위와 함께 어우려진 바다의 풍경은 훨씬 아름답다.
'남한산성의 정동방은 이곳 추암해수욕장입니다'라는 표시석이 촛대 바위를 바라보는 언덕 정상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정동진은 서울의 동쪽이고 이곳 추암해수욕장은 우리 집이 있는 성남의 정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촛대바위에서 5분 남짓 떨어진 곳에는 추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그늘한점 없는 곳이라 구경은 생략했다.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던 중에 추암역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굴다리 위로 있는 추암역에 관광열차가 도착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관광열차였는데 바다쪽으로 좌석배치가 되어 있어 다음에 한번은 예약을 해서 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암 해수욕장을 떠나 정선으로 이동한다.
동해시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42번 국도의 해발 780m의 백복령 정상에서...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의 접경지역이다. 가족들은 더운 곳에 있다가 시원한 차안에 있더니 어느새 단잠에 빠져있고 나혼자 백복령의 정상에서 맑은 공기를 호홉하며 주변의 경치를 즐겼다. 휴가 시즌이 시작되었는데 생각보다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적었다는 생각이다. 바다갓에서도 그렇고, 계곡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한적한 국도에서도 그렇고... 정상에는 바람도 불고 서늘한 느낌이 든다. 바다에서보다 훨씬 맑은 공기도 느낄 수 있다.
백복령 정상에서 출발해서 임계면을 지나 여량면에 있는 아우라지역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다니 내려오니 이곳의 날씨도 엄청 덥다. 장날이 아니면 다니는 열차도 많지 않은지 역사에도 사람이 별로 없고, 열차가 다니지 않으니 역사에 들어가는 것도 통제하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역 그대로였다. 레일 바이크의 종점으로도 사용되고 있는지 레일바이크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날씨가 덥지 않았으면 모처럼 이곳까지 왔으니 레일 바이크 체험이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날씨가 더워 가만히 걸어다니기만 해도 땀이 나는데 레일 바이크라니...
이곳이 관광지화 되었다는 것이 여러군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거의 10년전 전 직장의 동료들과 이곳에 놀러왔을 때 보지 못했던 건물들과 구조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우라지 역 바로 옆에는 어름치의 형상을 한 레스코랑도 있었는데 특이한 외관이 눈에 뛴다. 음식맛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한번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건물이었다. 점심 먹은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지나쳤지만 다음에 올 때는 이곳을 기억하고 꼭 한번 방문해 보아야겠다.
정선 아우라지는 예전에 이곳에서 땟목을 띄어 한강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이곳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루라지는 남한강 천리 물길을 따라 땟목이 출발한 곳으로, 땟목을 판 돈을 가르켜 '떼돈 벌었다'는 말이 유래했다고 하니 그 당시에는 땟목가격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던 모양이다. 예전에는 없던 아우라지를 건너는 다리를 제법 신경 써서 만들어 놓았는데 시골의 풍경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 보니 조명장치까지 갖추어 놓았는데 너무 관광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쓴탓에 시골스러운 맛이 너무 사라져버렸다.
다리를 건너가니 여송정이란 정자와 함께 옛날에도 보았던 아우라지 처녀상이 나타난다. 정선군에서 관광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투자도 많이 했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옛날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곳에 정자와 처녀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이곳에 접근하기 위해 멋진 다리도 놓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징검다리를 설치해 놓아 배를 타지 않고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덕분에 옛날에는 가보지 못한 여송정에도 올라 보았다.
송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이 징검다리도 옛날에 놀러 왔을 때에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에는 송천에 물이 별로 없어 징검다리의 효용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덕분에 신발을 벗지 않고 건너편에 갔다 올 수가 있었다. 물이 많이 흐르지 않아도 물은 맑았고, 조그마한 송사리와 아우라지 역앞에 있던 어름치 레스토랑의 모양을 닮은 어름치 치어도 굉장히 많았다.
두갈래의 물길이 어우러진다고 해서 아우라지라고 불린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해 흐르는 송천(구절천:사진 뒷편으로 보이는 하천)과 줄봉상에서 발원해 흐르는 골지천(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리가 설치되어 있던 하천)이 합류하는 곳이 이곳 아우라지이다. 이 두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조양강을 이루고 더 내려가면 동강이 되고 나중에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짐검다리 옆에는 물이 많이 흐르는 곳에는 통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섶다리)도 보인다.
우리가 갔던 다음날부터 이곳에서 3일간 아우라지 뗏목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벌써 올해로 18번째로 열린다고 하는데 시간을 잘 맞추어 왔으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아우라지 곳곳에 행사을 위한 무대도 설치하고 있었고, 하늘에는 애드벌룬까지 띄어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축제 기간중 정선 고유의 전통을 표현한 전통뗏목 제작 시연, 정선아리랑 공연, 아우라지 처녀총각 전통혼례를 비롯해 맨손송어잡기, 전통 돌다리 건너기, 뗏목타기 등 이벤트가 열린다고 한다.
정선에 와서 정선 장터를 가보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아 집으로 오는 길목은 아니였지만 정선읍내를 돌아왔다. 원래 장은 2일과 7일날 열리고, 휴가철에는 주말장도 열리는데 오늘은 주말도 아니고 끝자가 2일이나 7일도 아니여서 시끌벅적한 장터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대신 상설 시장이 있는 곳을 방문해서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는 옥수수를 두자루 사가지고 왔다. 다른 농산물도 많이 팔고 있었지만 하도 믿음이 가지 않는 세상인지라 굳이 이곳에서 사고 싶지 않았다.
상설 재래시장은 놓아 비가와도 문제가 없도록 잘 정비를 해 놓았다. 간판도 복잡하지 않게 해 놓고, 각종 나물류와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약초와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는 곤드레 나물밥도 팔고 있었지만 여행 다니면서 하도 이것 저것을 많이 먹었더니 이곳에서 더 먹을 여력이 없어 통과했다. 사람들에게 이곳 정선 장터가 많이 알려지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옛날 이곳에 왔었던 기억과는 달리 시골스러운 면모는 많이 없어진 듯하다. 마치 서울 근교에 있는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짧은 1박 2일간의 여행이었지만,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한 여행이었다. 직장인에게 있어 휴가란 휴식이 아니라 가족에게 봉사하는 때라는 것을 이번에도 절감했다. 하지만 그동안 나 혼자 돌아다니면서 가족과 함께 와 보았으면 했던 곳들을 몇 곳 함께 여행하니 참 좋았다. 날씨도 덥고, 일부 나의 강요에 의한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이 짜증을 내기는 했지만 여행을 마치면서 다들 즐거웠다고 하니 보람이 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매번 핑계를 대면서 여행이든 다른 일이든 시작하지 못하면 끝까지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에도 아이들 공부를 핑계로 떠나지 않았다고 한들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을 것이며, 또 능률이 얼마나 올랐을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편하게 휴식을 주면서 여행을 한 것이 더 낳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여견이 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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