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하루 휴가를 써서 집사람과 함께 간단한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 여행을 함께 다닐 수 없는 상황이어서 주중에 휴가를 내어서 여행을 다녀 오기로 했는데 1박 2일이나 2박 3일 여행도 아닌 당일 여행이어서 아주 멀리 떠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다. 앞으로 1-2년만 지나면 남들처럼 주말여행도 함께 다니고 몇 일동안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상황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에는 몸이 피곤하더라도 조금 멀리 가 볼 생각을 했었는데 집사람이 동의하지 않아 가까이 있는 한택식물원과 와우정사를 다녀 오기로 했다. 단풍 시즌이어서 설악산이나 내장산을 생각했었고 주중이기에 주말보다는 도로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는 않을 것 같아 한번 가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당일 여행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중도에 목적지를 변경하게 되엇다.
한택식물원은 집에서 그다지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좋다는 소리만 듣고 가보지 못해 빠른 시일안에 한번 방문하고 싶었었다. 집에서 멀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도 떠날 수 있는 곳이였는데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었다. 한택식물원은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있다. 비봉산의 서향에 위치하여 양지와 음지, 계곡 등 습지대가 잘 형성되어 있고 다양한 종의 자생식물이 자리하기에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입장료는 평일에는 7,000원, 주말에는 8,500원(성인 기준)이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생각보다는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고등학교 원예과 학생들의 탐방행사도 있어 고등학생들도 많았고,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소풍을 나와 있어 곳곳에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또 성인들도 생각보다는 많았다는 생각이다. 한적한 산책을 생각하고 왔었는데 그 기대는 조금 빗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아담하고 반나절동안의 나들이 장소로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택식물원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고 자연 그대로의 산과 계곡을 활용해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집 근처 공원과는 다른 산 속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나, 숲이 무성하며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는 여름도 아니고, 일년 중 꽃이 가장 적은 시기여서 꽃 구경을 할 수 있는 식물원을 보기에는 조금 미흡했다. 다양한 꽃 구경을 생각하고 갔던 우리에게는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대신 봄이나 여름에는 볼 수 없는 단풍을 볼 수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이곳 식물원은 가을보다는 봄과 여름이 낳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걷다보면 따뜻한 커피나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까페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카페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물이 흐르는 조그만 계곡에 내려간 학생들에게 계곡에 내려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고 너무 까다롭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뱀이 계곡근처 물가에 많고 나타나며 뱀의 독성이 강한 시기라고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로 식물원을 구경하면서 독사 한마리를 보았는데 여직원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였음을 늦게 알았다.
나즈막하게 이어진 산기슭을 따라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제일 윗쪽에 위치한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전망대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올랐으나 크게 볼만한 풍경이 있는 것은 아니였고, 다만 식물원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한택식물원의 규모가 20만평이나 된다고 해서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식물원은 생각만큼 큰 규모는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이곳도 아직 본격적인 단풍의 시기는 아니였지만 단풍잎이 하나 둘씩 물들기 시작하여 곳곳에서 가을의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꽃이 없는 겨울을 제외하고 일년 중 꽃이 가장 적은 시기이기는 하지만, 꽃 대신에 숲의 아름다움이 살아나는 시기이기로 한택식물원도 가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단풍이 많지는 않았지만 단풍이 들어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었다. 이 사진을 보면 단풍이 많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식물원의 일부 장소에는 벌써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들도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국화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고... 식물원이 넓다 보니 잎이 무성한 여름의 풍경도, 또 단풍에 물든 가을의 모습도, 그리고 이렇게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겨울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었다.
한택식물원에는 몇 개의 온실이 갖추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호주온실에는 바오밥나무 등 호주 및 뉴질랜드 자생식물을 볼 수 있다. 만날 수 있다. 이런 식물들까지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조금 비싼듯하다. 남향의 온실 안이어서 이곳에서는 오래 있고 싶어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출구로 나오기 직전에 있던 노란 색 꽃밭에서... 상당히 산뜻한 색상의 꽃이였는데 꽃 이름을 알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한택식물원에서 나온 도감에서 본 한라돌쩌귀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정확한지는 알 수가 없다. 차도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둘러 보았더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주차장 건너편에 수생식물원도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다 보아버리면 다음에 또 찾아올 명분이 없을 것 같아 다음에 또 구경하기 위해 남겨 두었다.
출구를 나와 가든센터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허브등을 활용한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꼭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해 기념품은 패스...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식물원으로서는 꽤 훌륭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런 식물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환경보호와 식물자원을 확보하려는 의식을 가진 개인들이 많아진다면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꽃이 활짝핀 계절이 아니어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는 틀림없다.
평일날, 모처럼 휴가를 내서 나온 나들이였는데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 고등학생들이나 어린 학생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교육적인 이유에서 찾아왔겠지만 성인들도 생각보다 꽤 많았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내가 반성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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