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처음으로 집사람과 단풍구경을 떠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산행을 좋아하는 나야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느 산에 오르던지 단풍구경을 마음껏 했지만, 집사람은 산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동안 사내아이 둘 키우느라 바빠서 단풍구경을 제대로 하질 못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된 단풍구경을 하지 못한 집사람을 위해서 모처럼 시간을 냈다. 오늘은 우리 부부의 결혼 21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불과 몇 해전에 결혼한 것 같은데 벌써 21년이나 지났고, 어느새 내년이면 내 나이가 50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나이만 훌쩍 먹어버렸고, 시간만 흘러간 듯하다.
단풍구경을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서 이왕이면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내장산으로 가기로 했다.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 단풍과 해인사 뒷산의 가야산 단풍도 멋지지만 그래도 가장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 바로 내장산의 단풍이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처럼 산을 오르는 것보다 산 아래의 단풍을 보는 것이 주 목적일 경우, 산아래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만끽할 수 있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내장산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점은 단풍이 아름답고 전급성이 편한 것에 비해 사람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주말이라면 내장산 입구에 도착할 때부터 길이 밀려 단풍구경보다는 사람 구경을 하고 오겠지만 평일날 가는 것이라서 조금 덜 붐빌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장산은 평일임에도 생각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처럼 휴가를 내서 온 사람이 많은 것이지 아니면 이렇게 평일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알수가 없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그래도 주말보다는 덜 붐빌 것으로 생각한다. 주차장도 엄청 복잡했는데 주차비가 생각보다는 비싸다. 시간에 상관없이 5천원. 시골의 주자장치고는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다.
매표소가 있는 입구에도 사람은 엄청나게 많고, 단풍은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어디에 카메라를 내밀어도 작품 사진이 될 듯 싶었다. 오늘이 단풍의 절정은 아니였지만 내장산의 단풍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마 이번 주말에서 다음주 중반까지가 단풍의 절정기가 될 듯 싶다. 내장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봉우리와 골짜기 곳곳에서 피어난 오색 단풍이 만산홍엽을 이루었고, 내장산에 처음 온 집사람도 따라 나서기를 잘했다는 표정이다.
내장산은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그리고 전남 장성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1971년도에 내장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중앙에서 볼 때 내장사를 안고 있는 북동부가 내장산지구, 남서부의 백양사를 중심으로 한 백암산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노령산맥의 중앙에 솟아 있는 내장산은 주봉인 신선봉(763m)을 중심으로 장군봉, 연자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등 600-700m의 기암괴봉들이 말발꿉 모양으로 들러쳐져 있고 그 중앙에 내장사가 위치해 있는데 예로부터 대한팔경의 하나로 꼽힐만큼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특히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학창시절 겨울이 되면 여러번 찾아와 나에게는 꽤나 친숙한 산이다.
매표소에서 내장산탐방안내소까지(대략 2Km) 무료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이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는데 매표소에서 탐방안내소까지 단풍나무 숲이 볼 것이 훨씬 더 많은데 이 멀리까지 와서 좋은 구경 대신 버스를 타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이가 많아서 걷기가 힘들어 보이는 분은 거의 없었는데....
나는 내장산에 여러차례 왔었고 2008년 이맘 때에도 산행을 해서 산에 오를 생각이 없었지만 집사람은 아직 내장산에 오르지 못해 케이블카를 탈 수 있으면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까지 가 볼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케이블카 승강장에 가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케이블카를 한번 타려면 올라가는데에만 두시간 이상 걸릴 것 같아 생략하고 내장사로 향했다. 오늘 내장산만 구경하고 돌아 간다면 조금 기다려서 케이블카라도 한번 타겠지만 가 봐야 할 곳이 많아서...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이르는 길. 내장사의 단풍터널이 시작되는 곳이다. 내장사 단풍터널을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100여년 전에 내장사의 스님들이 내장산에 있는 108그루의 아기 단풍나무들을 캐다 심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 단풍나무 밑을 거닐며 108가지 번뇌와 망상, 혼란한 생각을 여의고 깨달음의 얻으라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였다. 그 덕분에 후대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단풍나무 숲길을 만끽할 수 있다.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는 636년(백제 무왕 37) 영은조사(靈隱祖師)가 창건한 것으로서 지금의 내장사 어귀인 부도전 일대에 50여 동의 절을 짓고 영은사라고 했다 한다. 1925년 본사(本寺)를 벽련암(碧蓮庵)으로 옮겨 벽련사라 하고 옛 절터에는 영은암을 두었다가 1938년 지금의 자리에 내장사를 세웠다. 내장산 입구의 단풍도 아름다웠지만 내장사 안의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보고 느낀 것과 똑딱이 카메라로 담아 온 것의 차이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연못에 비치는 정혜루가 나온다. 정혜루 밑을 지나면 대웅전이 보이고 대웅전 왼쪽 약간 뒤로 물린 자리에 관음전, 마당 중간에 탑이 서 있다. 다시 극락전 옆 안쪽으로 들어서면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채가 있다. 내장사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네 기둥이 하얀색의 배흘림 돌기둥이다. 단풍이 물들은 것처럼 색색의 등이 대웅전 앞마당에 걸려 있었다. 이렇게 단풍이 아름다운 곳에선 스님들도 자연에 취해서 참선에 몰입하기 힘들지 않을까싶다.
내장사로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우화정이다. 우화정은 정자에 날개도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 우화정(羽化亭)이라고 부른다. 오전에 들어올 때 사람이 하도 많고 복잡해서 내려 오는 길에 들러서 주변 배경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1482년경에 내장산성이 있었던 곳으로 승군과 왜적이 격렬한 전투를 벌인 장소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당시의 시설은 남아 있지 않고 연못 가운데 자연석과 콘크리트로 바닥을 다지고 흰색기둥에 파란 지붕을 올린 정자 형태의 건물이 세웠다. 연못가에는 단풍, 산벚, 산수유나무 등이 있어 가을이면 맑은 연못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비쳐 사진을 찍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내장산은 산중의 수목 대부분이 활엽수여서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 여러 색감의 조화가 뛰어나다. 특히 매표소에서 내장산탐방안내소까지의 도로에는 인위적으로 심은 단풍나무가 밀집해 있어, 단풍나무와 더불어 여러 종류의 나무가 어울려 빚어내는 가을색의 현란함이 내장산을 전국 최고의 단풍 여행지임을 증명해준다. 집사람과 처음 찾은 내장산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주 잘 선택한 여행지였다고 생각한다. 집사람이 내장산의 단풍에 취해서 아주 만족해 했다.
단풍 구경을 마치고 다시 매표소 입구로 되돌아 나오면서... 비록 산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내장산의 단풍은 충분히 즐겼다. 오늘 여행은 내장산단풍구경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변산반도로 이동해서 내소사와 채석강까지 가는 일정이다. 그러고도 시간이 있으면 새만금 방조제까지도 움직여 볼 생각인데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나올 무렵에도 차가 주차장으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길은 더 많이 막히는등 단풍관람객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변산반도 방면으로 29번 국도를 따라 이동중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식당. 복잡한 시내보다는 한적한 시골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동중에 찾았던 음식점이였는데 제대로 찾았다. 내가 두부를 좋아해서 흑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직접 만든 두부도 맛있었지만 반찬이 모두 제대로 된 전라도 음식이었다. 평소 과식을 하지 않는 우리 모두가 배가 부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많이 먹고 나왔다. 다음에 이 근처를 지나치는 분이 있다면 꼭 추천한다. 정읍시 고부면 입석리에 있던 두승산흑두부 식당이다.(063-536-3041) 내가 음식점 소개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인데...
음식점 마당 한켠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감이 익어 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수확하지 않고 놓아둔 이유는 이곳에 온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고 즐거움을 느끼라고 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감을 한번도 직접 수확해 보지 못한 집사람이 주인한테 한개만 따 가지고 가면 안되겠느냐고 간청해서 억지로 허락을 받았다. 농사를 지어 보지 못한 사람은 농사를 짖는 어려움은 알지 못하고 이렇게 수확할 때의 기쁨만 안다. 나 역시 큰 차이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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