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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2010.11.4)

남녘하늘 2011. 1. 14. 00:51

 

금강산 관광을 함께 떠났던 옛 직장의 5가족이 2001년 겨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왔던 기억이 있는 내소사를 다시 찾았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왔더니 절 입구와 주차장을 비롯해서 주변의 모습은 많이 바뀐 듯하다.  오래 전 내 기억속에 있던 내소사 입구가 아니고,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고즈넉한 절이 아닌 왁자지껄한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계절도 겨울이었는데  이번에는 단풍이 물들어 여행하기 좋은 가을철이었기에 더욱 번잡해졌는지도 모른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이곳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더욱 유명해진 절이 되어 버린 듯하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에도 책이 발간되었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 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서  조용한 절도 아니고, 호젓함에 아름다운 전나무 길은 걷고 싶었던 내 기대와 상상은 이미 물건너 가버린 상황이다. 내소사의 위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라는 특별한 환경에 자리잡고 있다. 변산반도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대표적인 자연유산 관광지로 익히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소일뿐 아니라 채석강이나 격포, 곰소항 같은 훌륭한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633년)에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여러차례 중창과 중수를 거듭한 내소사는 인조11년(1633년) 내소사 조실 창민선사에 의해 지금의 대웅보전이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후에도 몇 번의 중창과 중건과정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수 있는 1932년 오늘날 내소사 있게 한 해안선사가 내소사에 자리를 잡고 계명학원을 설립하여 무취학 아동들과 무학 청년들을 대상으로 문명 퇴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보유한 문화재로는 국가 지정문화재 4점과 지방 유형문화재 2점이 있다. 또한 잘 보존된 봉래루 등 옛 건축물과 근래에 신축한 무설당, 진화사, 범종각, 보종각, 선원, 회승당 등의 건축물이 도량에 조화롭게 잘 자리잡고 있다.     

 

 

 

내소사 일주문을 통과하면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숲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내소사 전나무 숲길로 산림욕을 즐길 만큼 유명한 길이기도 하다. 숲길에은 나이테 안내판을 비롯해 숲을 설명해주는 해설판이 중간 중간 놓여있다. 게다가 나무 밑에 의자를 놓아 누구든 쉬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생기는 흙먼지가 있어 맑은 공기는 아니였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나무 숲길은 아름답고 걸을만했다.  

 

 

 

 

전나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내소사 여행이었을텐데 전나무 숲길이 끝나자 다시 단풍나무 길이 이어졌다. 오전에 보았던 내장산의 단풍처럼 대규모는 아니였지만 단풍의 질은 내장산 못지 않게 좋았다. 오히려 내장산의 단풍보다 규모만 작았지 훨씬 더 예뻤다. 이번 내소사 여행은 전나무 숲길에 단풍나무 숲길을 보너스로 얻은 셈이다. 몇년전에 왔을 때에는 겨울이라 단풍나무 숲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그저 전나무 숲길만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었는데...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지었고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교수는 한국의 5대 사찰중 하나로 내소사를 꼽았다. 건물 자체보다 산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라고... 길이가 제각각 다른 24개의 기둥을 가진 봉래루 앞에는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보리수나무가 있고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일품인 당나무가 내소사 마당을 지키고 있다.

 

 

 

 

 

뒤로 보이는 보물 291호 대웅보전은 나무로 만들어진 석조건물이다. 화려한 단청이 있거나 커다란 건축물은 아니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어 아름답다. 정면 여덟 짝의 문살은 연꽃,국화,해바라기 등의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채색도 하지 않은 소박한 문살이지만,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후손들에게도 전해 주어야할 귀중한 문화재인데 사람들이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자꾸 만져서 쉬 손상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소산 뒷산이 능가산에 오르면 변산반도의 바다를 두루 다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산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관음봉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도 내소사의 전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을텐데... 내소사의 제일 높은 쪽에 위치한 팔상전(八相殿)에 올라가서 절 아랫쪽을 내려다 보아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내소사 천왕문 앞에 있는 할머니 느티나무로, 1982년 7월 부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하였으며 내소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높이 약 20m, 둘레 7.5m의 규모로 수령은 약 1,000년에 이른다고 한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나무 허리에 무성한 이끼가 덮여 있어 오랜 세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찻집. 언젠가 서울 성북동에 있던 길상사 찻집에서 차를 한잔 하면서 여유를 부렸던 것이 생각나서 차 한잔 하고 싶었으나 오늘은 가 볼 곳이 많아서 한가롭게 차 한잔을 하지 못했다. 많이 보는 것보다 한 곳에서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은 하나 볼 것이 많아 어쩔 수가 없다.

 

 

 

천왕문을 나서면 전나무 숲길 쪽으로는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고, 뒷편으로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어 노란색과 붉은 색의 대비가 확연해 보인다. 이곳 단풍은 이번주가 가장 절정인 듯하다. 아마 다음주만 되면 은행나무나 단풍나무의 잎들이 모두 져버려 지금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 절의 한쪽 편에는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벚꽃으로 보이는 꽃도 피어 있었다. 가끔 철을 모르고 피어난 개나리꽃은 가을에 본 적이 있었는데 철모르고 핀 벚꽃은 이곳에서 처음 본 것 같다.

 

 

 

들어올 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집사람과 함께 찍을 수 없었던 전나무 숲 길에서의 사진을 내소사를 나가면서 한장 찍었다. 시간상으로 이제 내소사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진 때라 한적함이 느껴진다. 다음번에는 눈 내려 한적해진 내소사를 한번 더 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