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사진/가족 사진

불곡산에서 (2009.10.2 - 10.4)

남녘하늘 2010. 1. 13. 00:18

 

 추석 연휴를 맞아 작은 녀석과 함께 3일 연속으로 불곡산에 올랐다. 고등학생이 되었음에도 식탐이 있어 몸무게는 줄이지 못하고, 어릴 때 매일 했던 탄천 달리기는 공부때문에 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연휴 기간중에 운동부족도 해소할겸해서 산에 오르자고 주문했다. 커 갈수록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되면 말대꾸가 많아져서 가끔씩 나를 울컥하게 만들지만 아직은 착한 녀석이다.

 

알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나를 닮아서인데, 그것을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하고 있으니 나도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 연휴기간에 쉬고 싶어하는 녀석과 함께 불곡산 정상에서...  사실 불곡산에 올랐다고 해서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집에 있으면 먹을 것도 많은데 빈둥대고 있는 꼴을 보기 싫어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아들과 함께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문제인지라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지시로 끝나버린 첫날이었다.   

 

궁시렁거리면서도 높은 산도 아닌 동네 뒷산에 오르고도 운동 많이 했다고 주장하는 작은 아들. 아들이 크니 이제 산에 오르거나 여행을 가거나 배낭을 내가 매지 않아도 좋다.

 

 

 

 

불곡산 오르는 두번째 날. 추석 차례를 지내고 점심까지 먹고 나서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가지 갔다 왔다. 정상을 지나 태재고개 중간까지 갔다가 왔다. 어제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녔더니 온통 땀범벅이다.

 

요즘 남자 중고등학생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머리를 꽤 많이 기른다. 우리 아이들도 머리를 기르겠다고 몇 번에 걸쳐 시도를 했지만 못된 성격(?)의 내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고리타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단정한 머리가 보기 좋고, 또 딴생각을 덜할 것이란 생각에 긴머리를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에 스포츠형 머리를 깍으라고 했더니 그렇게 머리를 깍으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고 절충한 것이 삭발보다는 길고, 스포츠형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를 한 '반삭'의 스타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반삭보다는 스포츠형 머리가 보기도 좋고 더 낳을 것 같은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반삭의 이미지는 조폭의 똘마니 같은데 그래도 긴머리보다는 낳겠다는 생각에 절충을 보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는 좋은 아버지는 아니다.

 

 

 

 

집에서 나설 때는 배낭 가득 먹을 것을 챙겨서 나갔지만 정작 산에서는 물만 먹고 내려왔다. 먹거리는 운동효과를 거두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불곡산 정상 정자에서 작은 아들과 함께... 

 

 

 

 연휴 마지막날 다시 불곡산에 올랐다. 연휴가 끝나는 날이고 이곳 주민들도 다들 고향에 갔다 돌아왔는지 산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늘었다. 산에 올라갈때도 줄지어 올라갔고, 산꼭대기에도 사람들이 부대낄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몰려 불곡산 정상이 아니라 탄천변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오늘도 핑계를 대며 가지 않겠다는 녀석을 구슬려서 데리고 나왔다. 아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모처럼 불곡산 정상을 지내 태재고개까지 왕복하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운동보다는 아들과의 대화에 더 큰 비중을 두어햐 할 것 같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휴게소에서...   

 

 

 

 

 

불곡산 정상 휴게소에서. 이곳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이 붐빈다.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오는 길에 탄천변에 국화를 예쁘게 심어 놓아 잠시 들렀다 왔다. 지난 봄 이곳에 튜울립을 심어 놓았었는데 여름철 장마비에 화단 자체가 완전히 떠내려 갔었다가 다시 복구해서 이번에는 국화를 심어 놓은 것이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들꽃과는 달리 인공적으로 조경해 놓은 꽃밭은 화려해서 사진 찍기에는 좋다. 물론 쳐다보기에도 좋다.

 

 

 

 

탄천에서 작은 아들과 함께. 사진 뒤로 보이는 흰색 건물중 왼쪽편에 보니는 것은 우리 회사다. 오른 쪽은 분당 서울대학병원이다. 한낮의 가을 햇살이 따가워서인지 산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탄천을 산책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두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기 직전의 모습. 그늘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조금 있다. 연휴 3일동안 3번 불곡산에 올랐으니 긴 연휴에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의미있는 시간은 보냈다고 생각한다. 작은 아들이 커가면서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인데, 함께 지낼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부자간의 정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