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 몇 명과 함께 청계산에 올랐다. 내가 졸업한 국민학교는 너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2년만에 학생숫자가 줄어 폐교가 되었다. 마치 요즘 농어촌 지역에 인구 감소로 인해 시골분교가 폐교되는 것과 비슷한 사정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졸업한 학교는 당시 도심의 개발로 인해 일반 주택들이 고층 빌딩으로 바뀌면서, 종로에 있던 사람들이 신도시인 강남으로 이사를 가면서 학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여간 내가 졸업한 학교가 지금의 종로구청으로 활용되고 있고, 우리 학교이름은 수송국민학교다.
모교가 폐교가 되고 나니 구심점이 없어 졸업생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전체적인 모임이 거의 없었다. 반별로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 연락하고 지내다가, 10년전이 2001년에 인터넷으로 동문을 찾아주는 '아이러브 스클'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교 모임이 부활하게 되었다. 우리가 75년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26년만에 첫 모임을 가진 셈이다. 그 때부터 친구들을 하나 둘씩 찾아 이제 100여명을 찾아냈다. 그간 모임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나오는 친구도 있고 나처럼 어쩌다 한번씩 나오는 친구들도 있으나, 하여간 모임이 10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새해를 맞아 가까운 산이라도 한번 올라가자고 해서 10여명이 모여서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산에 한번 가자고 말이 나온지는 오래 되었는데 실제 실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송국민학교 총동문회에서는 산행 모임이 있어 자주 가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아침 원터골에서 모여 산행이 시작되었다. 청계산을 오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청계산을 산에 오른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산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산에 눈이 녹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산은 지저분하고 미끄럽다. 다행이 오늘은 갑자가 날씨가 추워져서 산이 질퍽이지는 않았다. 산 아랫쪽은 눈이 녹아내려 조금 질퍽하기는 했지만 중간 이후부터는 아직 녹지 않아 산행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산행코스가 다양하고 많지만 오늘은 멀리까지 이동하지 않고 매봉까지만 갔다가 내려왔다. 그래서 산행이 아니고 산책이라고 표현했다.
산을 오르 내리는데 두시간 정도 걸렸고 그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산 아래에서 막걸리와 파전과 함께 하며 뒷풀이를 했다.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10살 남짖한 나이였는데 학교를 졸업한지 36년이 지나 이제는 모두 아저씨들이다. 산책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중 몇 명은 바로 음식점으로 찾아와서 오랫만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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