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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성곽 산책 (2011.4.2)

남녘하늘 2011. 7. 28. 00:51

 

K-city 포럼의 회원들과 함께 인왕산 성곽을 산책했다. 포럼 회원들의 체력이 조금 뒷바침 되었으면 강력하게 주장해서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산으로 가자고 했을텐데, 우리 회원들은 산에 가는 것을 즐겨하지 않아 혼자서 높은 산에 가자고 주장할 수가 없었다.

 

인왕산은 종로구와 서대문구의 경계가 되는 산으로 해발 338m로, 바위산이지만 모나지 않은 바위가 아름답다. 또한 정상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뛰어나고 특이한 형태의 암석과 암벽이 웅대하다. 산세는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사직터널에서 자하문까지 능선을 따라 쌓았던 성곽이 남아 있고 훼손된 성곽은 최근 모두 복원되었다.

인왕산은 1968년 1월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공비가 서울에 침입한 이후 서울의 여러 산과 함께 입산이 통제되었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3년 통제된지 25년만에 다시 개방되어 시민들이 인왕산의 빼어난 산세와 감상하고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인왕산에도 한번 올라시내를 조망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오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회원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인왕산 산책은 사직공원을 지나 활터인 황학정에서부터 시작했다. 황학정은 원래 경희궁터에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현재 터로 옮겼다고 한다. 황학정에서 시작해 인왕산 정상을 거쳐 창의문(자하문)에 이르는 길은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이다. 더구나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기 위해 시에서 나무계단과 휴게 데크 등을 여러 곳에 설치해 놓아 산책하기에 편안한 도심 공원이 되었다.   

 

 

 

서울성곽은 조선왕조 개국과 더불어 축성된 도성으로, 전체 둘레가 18km 조금 넘는 대규모 성곽이다. 그중 가장 험준한 구간이 인왕산 구간이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서울 성곽을 계속해서 복원하고 있는 중인데 인왕산 성곽 복원공사는 지난 연말에 끝냈다고 한다. 이제 복원된지 3달이 되었는데 아직 마무리 작업은 덜 끝난 듯하다. 옛날 성곽을 대리석으로 만들지 않았을텐데  너무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대리석을 사용해 아쉽다. 성곽을 쌓는라 고생은 많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곽을 복원하면서 역사적인 고증절차를 거쳤는지도 궁금하다. 내가 보아도 성곽을 제작하는데 고증을 거치지 않았으리라 보여지는 몇가지가 눈에 띄었다.    

 

 

 

포럼의 이광희 부회장님과 함께. 오늘 참석자 중에서 가장 연장자여서 회원들과 돌아가면서 모두 사진을 찍었다. 비교적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이는 장소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황사 때문인지 스모그 때문이지는 모르겠으나 뿌연 안개같은 것으로 인해 시내 광경이 맑게 보이질 않은다. 맞은편에 있는 남산과 남산타워도 뿌였게 보인다. 멋진 서울의 경치를 생각하고 올라 왔는데 조금 실망스럽다. 서울 시내와 청와대쪽의 모습이다.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인왕산은 바위가 빚어내는 모습 자체가 절경이고, 능선 위에서 도심 빌딩 숲을 조망하면서 산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 풍경까지 아우를 수 있는 산이다. 원래는 서산(西山)이라 부르다가 세종때부터 인왕(仁王)이란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금상신의 이름을 따서 조선왕조를 수호하려는 뜻에서 인왕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경치가 아름다워 옛부터 이를 배경으로 한 산수화가 많은데, 특히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유명하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산은 연세대학교가 있는 뒷산인 안산으로 인왕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등산이라기에는 약하고, 트레킹보다는 조금 힘든 정도였다. 인왕산만 다녀 온다면 산행보다는 산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하는 내 생각이다. 너무 짧은 거리를 걷느라 사진도 몇장 찍지 못했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부암동쪽을 향해서 성곽 길을 따라 걸었다. 처음에는 성곽을 왼쪽에 두고 따라 내려 가다가 부분적으로 성곽의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올라갈 때에 비해서는 성곽을 따라 비교적 편안한 코스여서 금방 하산을 하게 된다. 정상에서 채 1㎞도 못 가 성곽 길이 막히면 표지판이 ‘인왕산길 0.07㎞’ ‘청운어린이집 0.23㎞’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내려 오면서 새로 복원한 성곽과 기존의 성의 기초가 된 돌을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조화롭지가 않았다.  

 

 

 

등산로를 내려 오니 끝부분에 청운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지난 2010년 초에 일제 때 사라져버린 호랑이를 실물크기의 조형물로 복원해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 있는 문화강국 호랑이 이외에도 두 마리의 호랑이 조형물이 인왕산에 더 설치해 놓았는데, 사직동에는 설치한 금빛 황호랑이는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키는 호랑이라고 하고 인왕산 정상에 자리한 백호랑이는 국가와 민족의 융성을 기원하는 호랑이라고 한다. 청운공원에 있는 문화강국 호랑이를 설치한 뜻은 좋은데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제작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봐도 한국호랑이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많은 돈만 쓴듯한 느낌...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인왕산 산책길과 이어져 있는 북악산 성곽길도 이어서 가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회원중에 바쁜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창의문이 아랫쪽 인왕산길의 버스정류장까지만 산책을 했다. 나 역시 오늘 점심 때 선배님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야 해서 북악산까지 갈 처지가 되지 않았다. 북악산은 커녕 회원들과 점심도 함께 하지 못하고헤어져야만 했다. 여유를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데 매일매일 너무 바쁘게 생활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