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비교적 일찍 잠들어 선상에서 일출을 보려고 새벽같이 나왔는데 구름이 많아서 일출을 보기는 힘들어 보였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는 아니지만 새벽은 추위가 상당했는데 일본쪽으로 가면 갈수록 구름이 많이져서 일출을 보는 것은 물 건너가 버렸다. 아침잠 더 자겠다는 아이들에게 원망만 듣게 되었다. 부지런한 아버지와 함께 여행 다니는 아이들은 여행가면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이번에는 조카들까지 데리고 나온 덕에 일본에 가서 맛 있는 것 사주겠다고 하면서 달래 주었다.
선상에서는 아침식사는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아주 맛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배에서 먹는 한끼 식사로서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먹성 좋은 작은 녀석은 부페식으로 운영되는 선내 식당이 아주 맘에 드는 모양인데, 식탐을 줄여야 적정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이론만 알고 있을 뿐 실천이 없다. 여행와서까지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 많이 참았다.
12시간의 긴 항해 끝에 드디어 일본 열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이 많아서 아침에 일출을 보지 못했었는데 일본쪽으로 다가갈수록 구름이 점점 더 많아지더니 사카이미나토(境港) 항구에 도착할 무렵부터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항구에 도착하니 함박눈이 펑펑내리기 시작했다. 동해를 항해하는 동안 눈을 보지 못햇을 뿐, 이곳에서는 눈이 한참 전부터 내렸는지 눈이 눈이 쌓여 있었다. 여행 기간중에 비나 눈이 내리면 맑은 날에 비해서는 여행의 재미가 떨어지는데 한국에서는 쨍쨍했던 날씨가 조금 떨어진 일본에 왔다고 함박눈이 내리니 아쉽기 그지없다. 지금은 내리더라도 오후에는 눈이 그쳐야 할텐데...
눈이 내려서 찹찹한 기분이었는데 눈 내리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여행경비로 쓸 일본돈을 넣어둔 돈지갑을 항구에 도착할 무렵 찾아보니 지갑이 보이질 않았다. 어제 하루종일 강원도에 머물 때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미쳐 챙기지 못했는데 엄청 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잃어버린 것은 아니고 집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일본은 아직 우리나라만큼 카드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더구나 지방의 중소도시로 갈수록 그 현상이 심해지는데... 어제만 알게 되었어도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던지 했을텐데 너무 늦게 알았다. 내가 동생한테 여행경비를 모두 받아서 환전을 해 놓았는데... 결국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서 출입국사무소 앞에 있는 관광협회의 환전소에서 최소한의 경비를 환전했다. 이런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입구장을 나오면 사카이미나토(境港)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환전소가 있었는데, 내가 환전을 하는 동안 가족은 항구에서 사카이미나토(境港)역까지 운행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식적인 여행안내소여서 은행 환전소와 별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없이 환전을 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한국에서 환전한 것보다 15%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이렇게 차이가 클줄 알았으면 은행에 가서 환전을 했을텐데 부족한 자금이 더욱 부족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이미 버스를 타고 있어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일행이 나와 헤어지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왔다. 다음에 다른 분들은 사카이미나토(境港) 항구에서는 절대로 환전하지 말기를... 그동안 일본을 아주 많이 다녔어도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 내려도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는 느낌이다.
이동중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눈이 조금 그치면 이동할 생각으로 ‘미즈키 시게루 로드 (水木しげるロ-ド)' 중간에 있는 한 휴게소에 들어갔다. 이곳 사카이미나토(境港)시는 인구 3만 7천여명의 작은 어촌마을로, 1990년 이후 일본의 수산업 쇠퇴와 함께 동네 상점 모두가 문을 닫는 열악한 시골마을로 전락했다. 이런 쇠퇴한 마을을 살리기 위하여 이곳 사람들은 지역 출신 미즈키시게루의 만화를 이용하기로 하고 동네 구석 구석에 요괴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며, 요괴가 살아 숨쉬는 동네를 만들었고 이를 전국에 홍보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만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이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도 관광차 왔지만 백만명이 넘는 일본인들도 찾아오는 관광 도시가 되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기다려도 눈이 당장 그칠 기세가 아니어서 눈 그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포기하고, 눈내리는 것을 즐기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행이 개인짐은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 있는 코인라커를 이용해서 맡겨 놓았기 때문에 돌아 다니는데에는 블편함이 없었다. 눈을 너무 많이 맞고 춥다는 느낌이 들면 중간 중간에 있는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간단한 기념품을 사거나 먹거리를 사면서 휴식을 취해 주었다. 그래도 더운 한여름에 왔을 때 보다는 눈 내리는 겨울이 더 낳다는 생각이다.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서 동쪽으로 뻗은 약 800m구간을 ‘미즈키 시게루 로드 (水木しげるロ-ド)'라고 부르는데, 이 거리는 이곳 출신인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 鬼太郞)'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꾸민 곳이다., 미즈키시게로의 대표작 게게게노 키타로(ゲゲゲの 鬼太郞)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동상 약 120여개가 전시되어 있다. 이미 우리 부부는 이곳에 와서 한번 보았던 곳이라 식상하지만 처음 온 나머지 가족들은 꽤 흥미로워 했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거리에 있는 기념품점에도 갖가지 요괴 모양의 캐릭터 상품들로 가득하다.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요괴 모양 청동상을 비롯해서 상점에서 판매하는 군것질용 음식도 요괴캐릭터 모양이 한 상품들로 가득이다. 800m 길이의 거리 안에서는 요괴들이 주인공이다. 관광객들은 그 풍경들을 구경하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처음온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두번째 방문한 우리 부부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같이온 가족들이 즐거워하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년 여름에 왔을 때도 들러 보았던 중심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안쪽에 있던 게게게의 요괴낙원(ゲゲゲの 妖怪樂園). 여름에 왔을 때와 겨울에 왔을 때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곳은 미즈키 시게루의 캐릭터 작품을 제작 전시해 놓았고, 아이들과 관광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죤을 많이 만들어 놓아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이다. 여러가지 선물용품과 캐릭터를 뽑는 공기총 사격장 등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장소이다. 마당에 있는 테이블 위에도 캐릭터 그림이 가득하고 한쪽에는 요괴들의 오두막도 만들어 놓았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안쪽에 들어가서 기념품 구경과 함께, 간단한 기념품을 구매했다.
내부에는 기념품 판매샵과 조그마한 카페가 함께 있었다. 커피류와 그린라테를 주문할 수 있어 어른들은 커피를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녹차라테를 사서 마시면서 언몸을 녹일 수 있었다. 기념품 판매샵 한쪽에는 여러 종류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기념품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게 되어 있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끝까지 구경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들러 아이들이 시식만 하고 기념품을 사지 않았던 한 가게. 깨끗하게 진열해 놓았던 전시하고 있었는데 먹기만하고 사지 않고 나오니 뒤에서 뭐라고 한다. 다른 상점에서 팔던 것과 별 차이가 없어 그냥 생각없이 나왔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시식용으로 있던 것을 많이 집어먹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갑자기 뒷덜미가 뜨끈해졌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 가서 사기도 싫고, 화를 낼 수도 없고...
눈이 많이 내리기도 하고, 조금 덜 내리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내렸는데 다시 역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제법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돌아다니기에 많은 불편이 따른다. 어른들이야 추위를 참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추운날씨에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진도 찍고 구경할 것이 남아 있었지만 미즈키 시게루 로드 구경은 대충 끝내기로 했다. 눈이 내려 도로에도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좋기는 했는데 역까지 걸어가는 것도 고역이다.
시간적인 여유와 눈이 조금 덜 내렸으면 미즈키 시게루 로드와 함께 이곳 저곳 골목길도 가보고 했을텐데 눈과 쌀쌀한 날씨로 인해 제약이 많았다. 중심도로는 그나마 상점에서 눈을 계속적으로 쓸고 치워 놓아서 다니기에 불편이 없었는데, 뒷골목으로 가면 눈이 쌓여 신발에 눈에 빠지는등 돌아다니기 불편했다. 되돌아 오는 길도 중심도로를 따라서 눈이 치워져 있는 곳을 택해서 왔지만 중간 중간 눈이 치워져 있지 않아 이면도로처럼 눈속에 신발이 빠진다.
도로를 따라서 사카이미나토역(境港-애칭은 키타로역)으로 돌아 왔다. 이곳에서 요나고(米子)로 가는 열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오늘은 우리 일행이 기차를 타고 요나고(米子)로 가지 않고, 버스를 이용해서 마츠에(松江)로 가기로 되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역대합실을 앞에 있는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미즈키 시게루와 만화의 등장인물인 요괴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조각상이다. 역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기차는 사카이미나토(境港)에서 요나고(米子)까지 사카이선을 운행하는 요괴열차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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