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일본 시마네('12.2)

시마네여행 8-8 (돌아오는 길에...) (2012.2)

남녘하늘 2014. 1. 24. 22:23

 

오후 7시에 사카이미나토 항을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9시에 동해항에 도착하게 되니 장장 14시간동안 배에서 보내야 한다. 배에는 6시에 탔으니 15시간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면 지겨울수 있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지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으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올때도 배에서 가족별로 한방을 쓰게 되어서 불편함도 거의 없었다. 집에 있을 때 나의 일방적인 지시로 인해 아이들과 의사 소통이 부족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다소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나마도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카이미나토 외항을 벗어나니 배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면서 바람과 눈이 계속되면서 갑판에는 올라가 볼수가 없었다. 눈은 내리지만 배가 움직이는 속도에 의한 바람일뿐, 거쎈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어서 배멀리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파도의 높이가 1m도 되지 않아서 그나마 편안한 귀국이 되었다. 가족과 좋은 밤을 보내고 새벽에 해뜨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자고 일본에 있는동안 추위에 많이 떨어서 일출을 보는 것은 생략했다. 다행이 날이 밝아 오면서 바다를 쳐다보니 공해상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온통 바다만 보이니 눈이 많이 내렸는지 내리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배에서 즐기는 아침식사...

 

 

 

 

멀리 우리나라 땅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육지에 눈이 쌓인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일본에만 눈이 많이 내렸을 뿐 동해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던 것 같다. 속으로 동해에도 눈이 많이 내렸으면 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엄청 고민하고 있었었다. 그냥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 갔다가 날이 풀리면 가지러 와야겠다는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일본 돗토리, 시마네 현이 원래 눈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고, 동해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여행을 하고 오는 기쁨보다도 동해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이 더 컸다.  

 

 

 

 

 

배에서 우리나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동해항에 도착하니 역시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 땅이 젖어 있지도 않고... 일본에서 눈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한국땅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이번 여행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내리는 눈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동해항은 1979년에 개항했으며, 전국 30개 무역항중 연간 하역능력 7위, 물동량이 8위를 차지하는 환동해권 시대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 항구라고 한다.    

 

 

 

 

 

 

아침에 동해항에 도착해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가는 길에 있는 오대산에 들러 월정사와 상원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오대산 국립공원에 자주 와 보았지만 동생 가족은 월정사에 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오게 된 것이다. 월정사와 상원사는 매년 10월경에 마라톤 대회가 있어 전나무 숲길을 뛰어서 다닌 곳이기도 하다. 월정사로 가는 도로에는 눈이 없었지만 이곳의 평균 고도가 800m 이상의 높은 곳이어서 주변 산과 들에 눈이 녹지 않아 겨울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10분 정도의 구간에 아름드리 전나무가 있어 장관인데 날씨가 추워서 걷지 못하고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하게 되었다.     

 

 

 

 

 

월정사는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오대산이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라고 생각하여 지금의 절터에 초암을 짓고 머물면서 문수보살의 진신을 친견하고자 하여 머물던 곳이 바로 현재의 월정사 터라 한다. 이후 여러 차례 화재로 전소되었으나 1964년 이후 탄허, 만화, 현해 스님 등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름난 사찰이다. 팔각구층석탑, 석조보살좌상 등이 볼거리다. 팔각구층석탑은 고려시대 최고의 석탑으로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팔각구층석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윗부분에 금동장식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15.2m에 이르며, 우리나라 팔각석탑 중에서는 가장 크다. 팔각구층석탑 앞에는 석조보살좌상이 있으며, 약왕보살이라 부른다. 전시된 것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높이는 약 1.8m이며 보물 제139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터가 따뜻한 곳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겨울 풍경과는 관계없이 포근한 느낌이다. 가족과 함께 적광전과 마주보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불교전문박물관인 보장각(성보박물관)을 비롯해서 월정사의 곳곳을 모두 둘러 보았다. 

 

 

 

 

월정사를 둘러 보고 나서 다시 상원사로 이동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7km의 부드러운 흙길인데 이 길도 걸어보면 참 좋은 곳인데 일행들이 걸을 생각이 없어 다시 차로 이동했다. 상원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부터 걸어서 이동했다. 상원사는 월정사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어 절로 들어가는 주변까지 눈이 많이 남아 있었다.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5년)에 신라의 보천과 효명 두 왕자에 의해 오대산 중대에 창건되어졌는데, 처음 이름은 진여원이었다고 한다.

 

 

 

 

 

상원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동종(국보 제36호)과 문수동자상(국보 221호)으로 유명한 절이다. 규모가 작은 탓에 흔히 월정사의 암자정도로 인식되지만 숱한 고승을 배출해온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 고찰이다. 동정각에 유리 칸막이 속에 있는 동종은 우리나라 현존 유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아름다운 종으로 유명하다. 이 종은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만들어져 조선 태종 때 불교가 박해를 받자 안동으로 옮겼다가, 예종 원년(1469년)에 상원사로 다시 옮겨왔다고 한다.    

 

 

 

 

 

상원사는 세조에 관한 설화가 많이 전해지는 절이다. 세조가 피부병이 심하여 상원사 개울가에서 몸을 씻고 있을때 문수동자가 나타나자 세조가 어디가서 임금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하자 문수동자가 임금께서도 문수동자를 보았다고 말하지 마시라 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세조가 문수동자를 친견하고 악성으로 괴롭히던 피부병이 완쾌되자 세조의 딸인 의숙공주 부부가 목조 문수동자상을 조성해 상원사에 모셨다 한다. 또한 세조가 고양이에 의해 자객으로부터 목슴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는데 문수전 앞에는 고양이 석상 두개가 고양이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세조는 고양이를 위해 전답도 내리고 고양이의 제사도 지내게 했다고 한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의 중심축에 위치한다. 오대산 지구와 소금강 지구로 구분되는데 그중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는 오대산 지구에 볼거리가 많다. 오대산이라는 지명은 신라시대 당나라에서 유학한 자장율사가 전국을 순례하던 중 중국 오대산과 비슷한 산세를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상원사에 오르면 전망이 좋다. 여건이 되면 상원사에서 가까운 적멸보궁과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되어 있는 오대산 사고지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내 생각만 할 수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시마네와 돗토리는 작년에 이미 한번 갔다온 여행지여서 다음에 갈 때는 배를 타고 가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가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려고 급하게 정하다보니 함께 다시 한번 배를 타고 떠나게 되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3박 4일이고,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은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그래도 꽤 알찬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다. 원없이 눈내리는 것도 볼 수 있었고, 짧은 시간에 보고 즐겨야 할 것은 모두 하고 왔으니 이만하면 만족한다. 긴 항해 시간동안 집사람과 더불어 아들, 동생가족과 함께 이야기하고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 왔지만 경비도 상당히 저렴하게 갔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출발하면서 환전해 놓은 일본돈을 가지고 가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남아 있는 현금을 생각하면서 움직이다 보니 기념품 하나 제대로 사오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가능하면 카드 사용을 할 수 있는 곳만 찾아다녔고, 덕분에 항상 깨끗하고 분위기가 좋은 곳만 다닐 수 있었다. 식사도 카드 사용이 가는한 곳만 찾아 다니느라...  

 

한번 갔다온 여행지를 다시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돗토리와 시마네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더 찾고 싶은 곳이다. 돗토리에 있는 다이센산(大山)을 등산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미사사 온천마을에서 하루 묵으면서 제대로 된 온천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한번 떠나기 위해 열심히 생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