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러시아 (`12.6)

러시아여행 17-2 (블라디미르) (2012.6)

남녘하늘 2014. 3. 13. 19:58

 

블라디미르는 수즈달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오래된 도시이다. 소위 '황금의 고리'라고 불리우는 모스크바 북동쪽의 고(古)도시들 중에 하나이다. 수즈달을 떠나 블라디미르로 이동하는 동안 보여지는 주변의 환경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초원지대... 자그마한 언덕만 보일 뿐, 산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초지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부동산업자나 농부들이 왔다면 어떤 용도로 쓰던지 그냥 놔 두질 않을 초지의 연속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초지를 그냥 놓아두는 것은 넓은 땅에 그 땅을 활용할 인구의 부족과, 긴겨울로 인해 겨울에 쓸모 없는 땅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블라디미르는 1108년 블라디미르 모노마흐공(公)이 요새를 축조함으로써 건설된 도시로, 1157년 블라디미르-수즈달 공국의 수도가 되면서 발전하여 당시 러시아 수도인 키예프를 대신하는 새로운 정치적 중심지가 되었다. 1238년 몽골의 제1차 침입으로 파괴되고, 1293년에 또다시 몽골에게 약탈당했으나 곧 복구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블라디미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황금의 문'이다.  1164년 블라지미르-수즈달 공국 통치 시기에 세운 키예프 양식의 성문으로, 모스크바에서 블리디미르로 통하는 성문이다. 상부에 금색 돔을 가진 성문은 초기에는 단단한 나무기둥이 아치를 받치고 있었지만, 몽골군(따따르) 침략 당시 파손돼 19세기 에카테리나 여제시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황금의 문은 러시아 군의 성지로 여겨져 현재 군사박물관으로 쓰여지고  있으며 그 안에는 당시 전투를 재현한 디오라마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황금의 문'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이며, 남대문처럼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문이라 주변으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사진 왼편의 붉은색 건물은 삼위일체 교회였지만 지금은 블라디미르 특산품인 크리스탈, 유리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침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블라디미르로 이동한 것도 조금씩 늦어져 이곳에서의 일정도 압축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황금의 문에 직접가서 내부 구경도 하고 여러가지 구경을 했어야 했는데 결국 멀리서 보면서 설명을 듣고, 사진만 찍는 것으로 끝내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진만 찍고 지나치기엔 주변의 볼거리가 제법 많았었는데.. 황금의 문 오른쪽으로는 올림픽 공원의 몽촌토성처럼 오래전에 구축된 높은 토성이 있었다. 블라디미르에는 이처럼 성벽과 흙으로 만든 보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황금의 문에서 동쪽으로 500여m를 이동하면 조그마한 공원이 있고, 공원입구에는 탑과 함께  탑앞에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이 도시를 세운 블라디미르가 아닐지 모르겠다. 이 공원을 중심으로 블라디미르의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인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과 성 드미트리 성당이 모여 있다.  

 

 

 

먼저 성 드미트리 성당을 둘러 보았다. 블라지미르-수즈달 공국의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한 브세볼롯 왕자가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 재건 작업을 끝마친 다음 부속된 새로운 성당으로 건립했다. 1197년 완성된 이 성당은 하얀 돌로 외벽이 정돈돼 있어 평범해 보이지만 우스펜스키 성당 못지않은 기술력과 미감을 자랑한다. 이 하얀 석조 건물은 돔이 하나인 단출한 모습이지만, 정교한 양각부조 장식이 사면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 드미트리 성당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성당은 둥근 지붕 하나를 얹은 간결한 그리스 십자형 구조로, 성당 외부에 조각된 부조의 내용이 그리스 정교와 관계없는 동물이나 식물, 또는 여러가지 상상속에 모습 등 비 기독교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다. 태양광선의 효과까지 생각한 매우 정교한 양각부조 장식이 인상적이다. 이 독특함이 이 성당을 돋보이게 해 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성당의 출입문은 잠겨져 있어 내부를 돌아볼 수는 없었다.       

 

 

 

 

성당 앞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임을 안내해주는 간판이 있어,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성 드미트리 대성당 뒷쪽 언덕에 올라 블라디미르의 도시 외곽을 살펴 보았다. 블라디미르 도심의 반대쪽 방향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산이 전혀 보이질 않고 멀리 지평선이 보일 뿐이다. 이 언덕이 블라디미르에서는 가장 높은 지대이어서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었다. 수즈달에서 블라디미르를 오는 버스에서도 느꼈었지만 러시아는 이처럼 드넓은 평원의 나라이다. 땅은 이렇게 넓은데 전체 인구는 1억 5천만명이 되질 않으니, 우리 눈에는 빈 땅 투성이다.     

 

 

 

 

성 드미트리 대성당 뒷쪽 언덕에서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직선거리로 200여m 남짖 떨어져 있다. 우스펜스키 성당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으로 이동하면서 이번 여행의 룸 메이트였던 이완주 선생님과 함께...   

 

 


블라디미르의 상징은 황금빛 돔이 찬란한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이다. 명예욕과 권력욕이 대단했던 블라디미르의 왕자 안드레이 보골룹스키가 블라디미르-수즈달 공국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1158년 키예프의 소피아 사원보다 4 미터 높게 이 건물을 지으라고 명령으로 세워진 성당이다. 모스크바 크램린 궁전 내부에 있는 유명한 우스펜스키 성당(성모승천 성당)이 바로 이 성당을 본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고대 키예프 루시시대부터 전해진 이콘화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성당에 애착을 보인 안드레이 보골롭스키는 성당 실내 장식에 엄청난 지원을 했다고 한다. 몽골군(타타르군) 침략기에 상당 부분이 파손됐지만, 18세기 표트르 대제의 명으로 원래 모습과 똑같이 복원됐다.   

 

 

 

 

 

내부에는 아름다운 그림과 장식이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사진찰영이 허가되지 않았다. 또한 우리가 방문했을 때 엄숙한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가토릭 교회보다도 엄숙하고 조용하며, 신비주의가 느껴지는 분위기였는데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니 미안한 맘이 들기도 했던 곳이다. 오늘 여행했던 다른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직접 종교행사를 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국인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몇가지 일이 있어 부끄러움이...    

 

 

 

그리스 정교의 성당은 가토릭 성당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우스펜스기 성당 여름철에 오는 것보다 눈이 쌓여 있는 겨울철에 보는 것이 더 멋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봤다.

 

 

 

블라디미르 시내 관광을 마치고 숙소 골든링 호텔(Амакс Золотое Кольцо Отель)로 들어왔다. 러시아어는 키릴문자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하는 것이 영어와는 워낙 달라서 약간의 공부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떠듬떠듬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여행이 자유여행이 아니어서 현지인들과 접촉할 일이 없어서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가끔씩 호텔 밖으로 나갈 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어디를 돌아다녀도 영어로 된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키릴문자로 된 러시아 글씨를 퍼즐 그림처럼 이해해야 했다. 호텔 외관에 골든링 호텔 이라고 쓰여 있지만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단체 여행을  떠나게 되면 여행사에서는 인원통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더구나 치안이 완벽하지 않다고 하는 러시아를 여행할 때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곳 가이드가 러시아 여행을 시작하면서 러시아를 가슴으로 이해하라는 말을 여러번 했었다. 그 이유는 아직 러시아가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해서 한국처럼 생각했다가는 답답해서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일을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었는데 이곳 호텔에서도 여권을 모두 수거해가서 내일 출발할 때 돌려 준다고 한다. 여권 없이 시내에 나갔다가 혹시 경찰에게 검문을 당하면, 잠시라도 억류를 당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나때문에 여행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어 결국 멀리까지는 가지 못하고 호텔 주변이라도 산책하자고 나갔다.   

 

 

 

 

산책 나간 길가에 세워져 있던 러시아 국민차로 불리는 라다(LADA).  러시아 자동차업체 아브토바즈에서 생산하는 이차는 러시아 국민이 부를 축적하면서 거리에서 이 차를 보기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 시골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서방의 외제차가 훨씬 더 많았다.   

 

 

 

길을 걷다 보니 학교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건물이 나왔다. 젊은 청년들이 이 건물로 다수 드나들고 있었고, 주변의 풍경이 마치 대학가 같은 분위기였다. 건물 맞은편에는 우리 나라의 대학과는 달리 학생 기숙사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어 볼수도 없고 주변 사진만 찍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건물 간판에 있는 것을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에 블라디미르 건국대학 (влАдимиРсКий госу 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이었다.

 

 

 

 

보행자 도로의 폭이 옆에 있는 자동차 도로보다도 넓었던 블라디미르의 외곽 길. 우리나라 어디를 다녀도 보행자 도로가 옆에 있는 자동차도로보다 넓은 곳은 본 적이 없었기에 많이 부러웠던 곳이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단 국토는 넓어야 이런 호사도 누릴 수 있는 것인데... 보행자 도로가 마치 공원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였다. 우리 호텔 주변이 이처럼 큰 볼거리가 없는 소도시의 주거지였던 관계로 더 돌아다녀보아도 이런 모습 이외에는 볼 것이 없을 것 같아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방향을 시내 중심가로 향했으면 도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지도도 없이 방향감각이 없어 블라디미르의 한적한 모습만 보고 왔다.     

 

 

 

 

호텔 로비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전체 시내의 모습을 살펴 보고 싶어서 호텔의 제일 윗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도시 자체가 워낙 작은 곳이라서 높은 건물도 별로 없고 우리가 쉬었던 호텔을 제외하곤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높은 건물로 보였다. 우리 호텔은 어제 관광을 다녔던 우스펜스키 성당과 황금의 문이 있던 도심에서 직선거리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호텔 주변이 주로 주거지였고, 숲이 많아서 살기에는 좋아 보였다. 주거지를 지나 멀리 살펴 보았는데 이곳에서도 지평선만 보이고 산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언덕 전망대에서 보았던 곳과는 반대 방향이다.

 

 

 

 

 

 어제 구경했던 도심쪽의 모습이다. 조금 더 번화한 모습이지만 아파트 이외에는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볼 것이 엄청나게 많았던 수즈달과는 달리 블라디미르는 어제 관광을 했던 우스펜스키 성당과 황금의 문 등 몇 몇 문화재를 제외하곤 볼 것이 많지 않은 도시였다는 생각이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