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를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 오는 중간에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모스크바로 가는 길목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돌아가면 방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르기예프 파사드(Сергиев Посад)는 블라디미르, 수즈달과 함께 모스크바 근교 황금고리 도시 여행지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을 보고나면 다른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 하나만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오는 중간에 잠시 휴게소에 들러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행 중간에 이렇게 휴게소를 들러 보는 것도 즐거운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지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것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휴게소는 우리 관광 버스뿐만 아니라 일반버스도 정차하는 제법 큰 규모의 휴게소였다. 비록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잘 지어진 건물에 깨끗한 휴게소는 아니였지만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차도 한잔 사서 마시고, 정비도 취하고... 러시아어로 ' КАФЕ'라고 쓰여진 글씨는 짐작을 하겠지만 영어로 CAFE 라는 뜻이다. 러시아에 와서 КАФЕ라고 쓰여 있는 것을 여러번 보았고 또 단어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울창한 숲과 자작 나무의 군락지. 세르기예프 파사드로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넓찍한 도로를 따라서 펼쳐지는 광할한 대지와 숲, 부럽기 그지 없다. 빽빽하게 들어찬 자작나무 숲과 함게, 가끔씩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벌목을 해 훤히 드러나 있는 공간도 지나게 되고... 이렇게 숲이 관리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임업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경쟁력이 뒤질 수 밖에 없다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끔 씩 보이는 전통목조 가옥과 다차가 지나쳐 간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세르기예프 파사드에 도착할 무렵 조금 굵어졌다.     
블라디미르에서 아침 일찍 식사를 하지 않고 출발해 이곳에 도착해 늦은 아침, 이른 점심을 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식당은 수도원 맞은편 도로 바로 앞에 있는 '루스키 드보릭'이라는 식당. 러시아 말로 들판이란 뜻이란다. 러시아 전통음식을 러시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에서 맛볼 수 있었다. 식당 건물의 외관도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부는 훨씬 더 깔끔하고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무슨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각종 공예품을 전시해 놓았고, 마뜨료쉬카 등 각종 수공예품을 직접 판매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공간이 넓었다는 이야기다.
식당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인테리어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고, 규모도 상당히 커서 단체로 들어 오는 사람을 맞이하기에 충분했다. 외국에 가면 현지식을 고집하는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 식당이 너무 맘에 들었다. 서빙보는 아가씨들도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고 다녔다. 음식 맛도 아주 괜찮았고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음에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찾아 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었다.
 또 하나의 동화 속의 성을 만나게 되었다. 멀리서 보니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은 수도원이 아니라 놀이공원의 모습을 본다는 느낌이었다. 러시아 정교회의 정신적인 고향이자 본산인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은 19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방어성 개념의 복합체로서 7개의 성당 건축물과 12개의 감시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멀리서 보았던 수도원의 모습과 가까이 다가와 찍은 사진과는 차이가 있어, 사진으로는 멀리서 수도원을 보았을 때의 느낌에는 나지는 않는다. 시간이 있어 전체 모습이 볼 수 있는 곳에서 각도까지 생각해서 찍었다면 좋은 사진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수도원 입구 광장으로 올라가는 언덕에는 풍물시장처럼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의 가판대가 늘어서 있었다.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비가 조금씩 내려 가판대 위에 비닐을 덮어 놓아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가판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70km 정도 거리에 도시로, 이곳에 있는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은 1340년 성인 쎄르기우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 또는 '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이라고도 불린다. 이반 대제는 자신이 세례를 받은 이 수도원을 각별하게 여겼으며, 1550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돌을 쌓아 1km에 달하는 담장을 두르고 12개의 감시용 탑까지 건설했다. 이 수도원은 군사적 측면에서도 대단한 위업을 자랑한다. 한때  몽골족(타타르족)과 전쟁을 치르던 전선으로 수도원이 방어성의 역할을 했던 곳이라 한다. 1744년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은 러시아 정교회 본부로부터 ‘라브라(가장 중요한 수도원)’라는 칭호를 받았다. 
수도원 들어가는 아치형 입구.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려 비를 맞지 않으려서 안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복잡한 입구가 더욱 혼잡해졌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콘화로 인해 경건한 느낌이 들었다. 이 수도원에는 이콘화의 대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아예 이 수도원에 적을 두고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수도원은 종교문학과 장서량과 이콘화 보유량은 러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느라 사람들이 모여 있어 복잡한 입구의 혼잡을 더욱 가중시켰던 것 같다.    
수도원에 들어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스몰렌스크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기억력의 한계로 성당의 이름이 정확한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이 성당은 석회암으로 된 3개의 난간이 있고, 출입구 양쪽에 계단이 하나씩 있다. 성당 외부는 보수를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내부는 창문이 많아서인지 다른 곳에서 보았던 러시아 정교회 성당과 비교해서 많이 밝았고, 성당 안쪽 한쪽 벽면의 가득한 금빛이 눈 부셨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성당안에는 이콘화와 금으로 치장된 대형촛대 등과 조각품이 가득하다. 화려함과 엄숙함의 극치였다. 성당 천장에 매달려 있는 촛대의 황금 무게만해도 몇 톤이 된다고 하니 이 성당에 쓰여진 금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종탑은 세르기예프 수도원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1770년에 만들어졌으며.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음 바로코 양식의 종탑이라고 한다. 높이가 88.4m로 모스크바 끄레을의 이반대제의 종루보다 3m정도 더 높다고 하며, 5층으로 되어 있고 총 42개의 종이 걸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의 무게는 64톤이나 나간다고...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사진을 찍으려니 구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봐서 높은 종탑임에 틀림없다.    
이곳 수도원의 한가운에 위치한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과 앞에는 샘물이 흘러 나오는 곳에 있었다. 이 샘물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주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믿음 때문에, 이 물을 길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에 온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데도 물을 받아 가려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우리나라 절에서나 보는 풍경인줄 알았는데...
 1585년에 이반 대제의 지시로 지어진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은 현재 이 수도원의 중심성당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끄레믈에 있는 우스펜스키 성당을 모방해 지었으며, 4개의 파란색 돔과 지붕 한가운데 더 높은 금색 돔을 가지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뛴다.  성당 건물 오른편에는 17세기 후반 모스크바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고, 바로 옆에는 위에서 보았던 성수대가 있다.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은 수도원에서 가장 핵심이고 중요한 사원이다. 사원 내부에는 실제로 정교회 의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압도했다. 성당 안에는 시몬 우샤꼬프가 남긴 이꼰화 등 대형 이콘화가 35개나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미술과 예술에 대한 조예가 없더라도 이곳에서 이콘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 오는 느낌이다. 성당 지하로 내려가면 삼위일체 수도원의 역대 원장들이 묻혀 있는 납골당이 나온다는데, 출입은 통제되어 있었다. 삼위일체 성당을 제외하고는 다른 성당에서는 모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해 놓아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 바로 앞에 있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 가이드로부터 설명은 들었는데 비슷 비슷한 사원들이 워낙 많았고 짧은 기억력으로 인해 무슨 내용이었는지 헛갈린다.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대수도원에 와서는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과 삼위일체 성당만 제대로 기억하고 가면 될 것 같다.
 우즈펜스키(성모승천) 성당 앞쪽에 있는 삼위일체 성당은 이 수도원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1423년)로 성인 쎄르기우스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금색 꾸블을 건물 중앙이 아닌 뒤편으로 보내 성전 내부의 채광성을 높였고, 러시아의 천재 이콘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그린 이콘화 '삼위일체'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삼위일체 성당은 성인 쎄르기우스의 유골을 모시는 곳이라 많은 신자들이 봉헌하기 위해서 이 수도원의 성당 가운데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이날도 다른 성당과는 달리 엄청난 인파가 긴줄을 서 있어 무슨 이유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관광차 온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고 옆 출입구를 통해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아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관람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만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수도원 안을 다니다 보면 수도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큰 키에 검은 복장에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은 매우 경건하고 엄숙해 보였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수도원에는 관광객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관광객 뿐만 아니라 성지 순례를 온 것처럼 보이는 러시아 현지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 보였다.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을 나와서 수도원의 외곽 성을 배경으로... 수도원이 요새처럼 생긴 걸 보면 옛날 이곳이 방어성으로 쓰였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관람하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조금 더 상쾌한 기분으로 구경할 수 있었는데, 우리 일행이 수도원을 나올 무렵에 비가 그쳤다.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나가는 쪽에 있는 노점상과 상점에서는 여러가지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목공예품이 발달했다고 하며, 마뜨료쉬카 인형도 유명한 곳으로 가격도 저렴하다고 한다. 여름에 사면 조금 저렴하다고 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겨울철 필수품인 털모자(샤프카)도 판매하고 있었다. 개털로 만든 아주 저렴한 것부터 북극 여우 목둘레 솜털로 만들 수백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고 하는데, 물건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어서 하나 사고 싶었지만 이번여행에는 구입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관광객을 상대해서인지 가격도 싸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렀던 세르기예프 파사드의 도심의 모습. 이곳도 도심은 주차 공간이 부족한지 차들이 도로에 어지럽게 주차되어 있었다. 러시아에 와서 건물 주변에 복잡하게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처음보아서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건물에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일 것 같다. 아랫쪽 사진은 시외버스 정류장 같은 곳이였다고 생각된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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