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 부지런히 세르기에프 빠사드와 모스크바의 중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코스모스 호텔로 다시 되돌아 왔다. 러시아 도착 첫날도 이 호텔에서 묵었지만, 호텔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다음날 바로 수즈달로 떠났기 때문에 호텔을 자세히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우리 일행이 모스크바에서 3일동안 묵었던 이 호텔은 모스크바 시내 중심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베던카 지구에 있으며, 28층의 반원형 구조를 가진 거대한 호텔이었다. 호텔로 들어오는 입구에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드골의 동상이 있었다. 옛날 이 호텔을 프랑스에서 지워 주어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호텔앞에 드골의 동상을 세워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보아도 객실 수가 엄청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부에서 보이는 느낌과는 달리 객실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호텔규모는 정말 어마어마 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백야로 인해 아직 훤한 거리를 나섰다. 우리 가이드는 밖에 나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호텔 주변을 돌아 다니다가 문제가 되면 호텔로 되돌아 오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어서 무조건 나간 것이다. 오늘도 여권을 호텔에서 맡아 놓아서 멀리 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였지만, 혼자서 배낭여행을 많이 다녀 본 경험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혹시라도 러시아 경찰들이 검문을 했을때 여권이 없으면 불법 체류자로 오인받아 고생을 할 수 있고, 경찰들은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호텔 주변이 그다지 번화한 거리가 아닌 주거지여서 대형 쇼핑센터 같은 것은 없었고, 아기자기한 상점이 몇 곳 있었다. 함께 간 일행중에 샌달이 필요한 분이 있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의 샌달을 하나 샀다.
한 상점의 창문에 붙어 있던 러시아의 날 포스터. 6월 12일. 러시아날(12 ИЮНЯ ДЕНЬ РОСИИ)이라고 적혀 있다. 상가에까지 이런 포스터를 배포하고 붙여 놓은 것을 보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기념식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붉은 광장을 모두 막아 놓고 행사 진행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코스모스 호텔 맞은편에 있는 러시아 최대의 박람회장이자 무역전시장인 베베쩨. 이곳의 공식명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경제 성취 전시장으로 러시아말로 줄이면 베베쩨라고 한다.1939년 70여만평의 대지위에 조성되어 있는 이 전시장은 소비에트 공화국의 경제적인 업적을 외국에 알리고 농업과 상업적인 교류를 위해 조성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주항공 전시회장도 겸하고 있었고,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관광지의 개념이 더 강했다. 정문위에 설치되어 있는 동상은 트랙터 운전기사와 농사꾼 처녀가 수확물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들어가는 문과 기둥에는 모 맥주회사 광고가 엄청나게 많이 걸려 있었다.
정문을 지나니 양 옆으로 각종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금 시간이 밤 9시가 넘었는데 날은 아직 훤하고, 일요일 저녁이어서인지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 연인. 친구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쪽으로는 롤러코스트와 대관람차 등 여러 놀이기구가 보이고... 완전히 놀이공원 분위기다.
놀이 공원에 들어 온셈치고 롤러코스트를 타 보았는데 거리도 너무나 짧고 스릴도 많지 않아서 실망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 뒷쪽으로도 더 많이 있는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판단했다. 그냥 한번 즐겼다는 것으로 만족... 안전은 안전장치가 부족해서 안전을 보장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중학생 정도 아이가 타면 딱 맞는 수준일 것 같다.
우리가 돌아보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넓은 장소였다. 우리 일행은 놀이 공원이 있는 몇 몇 곳만 둘러보고 나왔는데 뒷쪽까지 갔으면 더 좋은 구경거리가 있었을 것 같다. 거주지 등록을 한다는 이유로 여권을 호텔에 맡긴탓에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 것을 그냥 나왔었기 때문에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 있어 시간의 제약과 마음의 부담으로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 우리가 갔던 건물뒤에 분수도 있었다는데... 더구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이 모스크바 왔을 때 놓치면 후회하는 광광명소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산책을 할 때도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놀러 오는 곳이라 그리 위험한 곳도 아니었다. 경찰이 순찰을 돌거나 여권 제시를 하지도 않았었다. 나올 무렵에 정문에 조명이 들어오니 분위기가 또 달라져 있다.
호텔로 돌아오니 호텔 네온사인에도 불이 블어와 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호텔 앞 드골 동상을 배경으로 산책을 함께 나간 일행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호텔이 서향이어서 석양의 햇살을 받아 호텔이 밝게 빛나고 있다.
우리가 머물렀던 코스모스 호텔에서 객실에서 바라본 전망. 오스탄키노 TV 송신탑과 우주공원 기념탑, 그리고 조금 전에 산책 나갔었던 무역전시장인 베베쩨의 모습이다. 같은 장소를 아침에 일어나서 주위가 밝을 때 한장씩 더 찍어 보았다. 객실에서 창밖을 보니 시야를 가리는게 하나도 없는 탁트인 전망이어서 굉장히 좋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 일행은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전승기념관을 찾았다. 당초 계획에는 없는 일정이었는데 러시아 날 행사로 인해 일정이 다소 변경되는 바람에 찾아가게 된 것이다. 러시아(구 소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서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를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시베리아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젊은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기념관이다. 높이는 150m 가까이 되는 엄청나게 전승 기념탑을 사이에 두고 뒷쪽에는 전승기념관이 앞쪽에는 기념 공원이 있다.
전승 기념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기념관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주변만 둘러보고 전승기념탑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뒤로 보이는 전승기념관에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으며, 세계대전 당시의 격렬했던 전투를 미니어처와 그림을 합성해 재연해 놓은 전시관을 만들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한다. 전쟁 당시 무기도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전쟁 기념탑에서 바라본 전쟁기념관 광장과 공원. 규모가 얼마나 큰지 끝이 보이지 않는 정도이다. 광장과 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 모스크바 시민들이 휴일이 되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기념탑의 바로 아래에는 신화속의 영웅인 게오르기의 기마상이 있다. 엄청나게 큰 크기로 창을 들고 용을 7토막으로 물리친다는 내용을 기마상으로 표현해 놓았다. 기념탑에는 독일군과의 중요 전투장면과 격전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꼭대기에는 승리의 나팔을 부는 천사들의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이 높고, 무겁고, 기다란 기념탑을 세우기 위해 많은 과학적인 지식이 동원되었을 것 같다
광장이 끝나는 곳까지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한쪽은 분수를 만들어 놓았고, 또 다른 한쪽은 화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중간 중간에 엄청나게 많은 조각과 기념상들이 엄청나게 많이 세워져 있었다. 궁원 중간에 아주 아기자기하고 예쁜게 만들어진 러시아 정교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전승기념 공원안에 있는 것으로 봐서 전쟁때 죽은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기념탑은 높고, 기념관은 옆으로 길어서 한번에 사진에 담을 수가 없어 결국 한참을 떨어져서야 한번에 잡을 수 있었다. 넓은 국도를 가진 국가의, 엄청난 스케일의 기념공원을 부러운 마음으로 돌아 보았다.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러시아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다음에 방문할 곳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아라바트 거리인데, 전승기념관에서 아라바트 거리까지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편이 가이드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스크바까지 와서 그 유명한 지하철 체험을 하게 해 주겠다고 관광버스는 그냥 보내 놓고 일부러 지하철을 타게 한 것이다. 소문대로 러시아 지하철은 대단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편리하고 빠르며, 신뢰할만 하며 저렴하다고 한다. 티켓을 구입해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넓고 화려함이 느껴진다.
듣던대로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트는 100m가 넘는 지하를 가파르게 내려간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냉전시대 미국의 핵공격에도 버틸수 있는 지하요새 개념으로 설계되어서 엄청난 깊이의 지하에 건설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가면서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엄청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또 우리나라 지하철과의 차이점이라면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우리나라 지하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 난간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역사에 내려서니 절로 감탄이 나온다. 무슨 궁전이나 미술관에 있을 법한 인테리어가 지하 역사에 되어 있었다. 역사 내부가 문화 공간처럼 보이는데 대리석 벽은 기본이고 바닥 타일도 멋진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예술적인 조형물도 장식되어 있다. 이렇게 장식된 그림이나 조각 등을 구경하기 위해서 지하철 역사만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다행이 사진 찍는 것을 막지는 않네. 지난번 러시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에는 지하철이 무슨 군사시설물이라도 되는양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었는데...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다른 라인으로 환승을 할때 우리나라 지하철과 조금 차이가 있어 신경이 쓰인다. 서울 지하철의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 역명이 종로3가 역으로 단일화 되어 있는데 모스크바의 여러 라인이 겹치는 환승역들은 이름이 각각 다르다. 러시아 말 자체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발음하기도 어려운데, 글씨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름까지 다르니 처음 모스크바 지하철을 타는 사람은 상당히 불편하다. 뭐가 좋은 시스템인지 잘 모르겠다. 지하철 열차내부는 오래되어 소음이 시끄럽기는 했지만 상당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폭은 조금 좁다는 느낌, 그리고 엄청나게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들은 대부분 구 소련 시절에 만들어졌기에 천장이나 벽면을 보면 아직 그 시절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조형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정치적인 성향의 조각이나 천장에 장식되어 있었던 소련 휘장(낫과 망치)같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 역사적인 유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지하철은 매일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행해서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하기에 매우 편안하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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