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은 구름이 제법 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 가 볼 계획이다. 나는 산을 좋아해서 설악산에 많이 올라 보았지만, 가족들은 아직 대청봉은 물론이고 설악산의 정상은 아무곳에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나 타고 권금성 산장에 몇 번 가본 것이 설악산에 오른 전부다. 산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늘은 최소한 울산바위까지는 올라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여행을 오기전부터 하고 있었다.
아직은 힘들여 산에 오르는 재미를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설악동에 가서 가까이 있는 신흥사와 계곡이나 구경하고 가고 싶어하지만 오늘은 설악동의 울산바위가 반대편 내설악의 백담사를 모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있는 구름이 걷혀야 울산바위에 올라갔을 때 조망이 있을텐데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산에 올라가서 아래가 내려다 보이지 않으면 산에 오른 감흥이 아무래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이 산에 오를 무렵부터는 구름이 많이 걷히지 시작했다. 비교적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휴가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기여서인지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도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매표소 바로 앞쪽에 있는 소공원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가 있었다. 휴가철이나 단풍철에는 설악동에 일찍 오지 않으면 입구까지 들어오는데 시간을 소비해버리게 되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아침 일찍 왔더니 입구에서 기다리지도 않고, 주차장도 여유가 있어 좋았다. 입구를 조금 지나 만나는 권금성으로 가는 케이블카는 벌써 예약이 한참 되어 있었는데 굳이 더 높은 곳을 갔다 오는데 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 오늘은 권금성 가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
울산바위로 가기 위해 일주문과 통일대불을 지나 계속해서 올라가면 신흥사가 나온다. 사찰 방문은 잠시 미루고 날씨가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산에 올라갔다 내려 오면서 방문하기로 했다. 신흥사 담벼락에 자란 담쟁이 넝쿨이 너무 싱그러워 보여서 사진을 한장 찍고 지나쳤다. 평지를 걸어 왔는데도 벌써 땀이 흐르려고 한다. 전국의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음에도 설악산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데 그 입장료가 실은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신흥사에서 받고있는 것이다. 이제는 문화재 관람료 받는 것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종교가 부를 많이 축적하면 절대로 신성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늬만 불교신자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흥사와는 다르게 반대쪽의 백담사는 더이상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않는데...
신흥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오늘 올라갈 울산바위의 모습이 보였다. 울산바위는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과 고성군 토성면의 경계에 있으며, 해발 873m, 둘레가 4㎞에 이르는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날씨도 더운데 언제 저 정상까지 올라가느냐고 두녀석이 툴툴거린다. 큰녀석한테 한소리 했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올라가 버렸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약이 될 것 같아서 그냥 놔 두었다. 이곳에서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는 조금 경사가 있었다.
숲길을 천천히 올라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조암에 이르니 땀을 많이 흐른다. 계조암(繼祖庵)은 울산바위 아래에 있는 목탁바위를 뚫고 석굴사원으로 지은 절이다. 계조암 설명문에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에 자장율사가 건립하였고, 이 암굴은 자장,동산,봉정 세 스님이 수도하였으며 그 후 원효대사, 의상조사에게 계승하였다하여 계조암이라고 부른다고 적혀 있었다. 계조암앞에는 흔들바위가 있다. 얼마전에 왔을 때 밀어보아도 꿈쩍하지도 않았던 바위다. 큰 녀석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화가 덜 풀렸는지 먼저 울산바위로 이동했나 보다. 내려올 때 휴식하기로 하고 우리도 울산바위로 올라가기로 한다.
설악동과 신흥사까지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이 시간대에 울산바위까지 오르는 사람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좁은 바위 정상에 사람이 많으면 오래 머물러 있기도 마음 쓰이고 사진을 찍기도 불편할텐데 사람이 없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으로 울산바위 쪽으로 오른다. 그렇게 한 30여분간 암릉구간을 열심히 올랐더니 드디어 울산바위의 마지막 코스 철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철계단에 올 때까지는 바람이 없어 많이 더웠는데 철제 계단이 있는 곳도 높은 지역이고 바람이 약간 불어서 더위가 한결 수그러진다. 큰녀석이 더 올라가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말로서 풀어주고 함께 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해발 873m의 울산바위는 본격적인 바위구간에 시작되는 철제계단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바위높이만 200여m에 달한다고 한다. 모두 808 계단이라고 하는데 초반에 절벽을 따라 올라가는 급경사 코스는 내려다 보면 밑이 훤히 보이는 관계로 겁이 많은 사람들은 쉽지 않은 구간이다. 고개를 돌려도 아득한 낭떠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바위를 오르는 새로운 계단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근처는 아닌지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코스를 오를 때에는 아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위만 쳐다보거나 멀거리의 풍광을 보면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계단을 설치한 사람도 있는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남한에서 가장 멋진 풍광중의 한곳이 설악산 울산바위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달리 구름이 거의 없어서 대청봉도 보이고 외설악 전경도 눈에 들어온다. 한걸음에 도착할만한 거리처럼 느껴지는 동해바다와 함께 우리가 묵었던 숙소도 보인다. 가족들이 정상까지 올라 오느라 힘은 들었지만, 예상했던대로 정상에서 만족감을 나타낸다. 힘들여 가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알 수 없는 것이 산행이고, 인생이다. 울산바위 정상의 태극기와 이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함께 찍었다. 울산바위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아직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좋다.
울산바위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금강산 산신령이 천하에 으뜸가는 경승을 하나 만들고 싶어 전국의 산의 봉우리들을 금강산으로 불러 심사했다고 한다. 둘레가 4킬로미터쯤 되는 울산바위는 원래 울산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으나,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지각하는 바람에 금강산에 들지 못했다고. 울산바위는 그대로 고향에 돌아가면 체면이 구겨질 것이 걱정되어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할 곳을 물색하다가 하룻밤 쉬어갔던 설악이 괜찮겠다 싶어 지금의 자리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전설을 떠나서 멋진 풍광이다.
울산바위에서 내려 오다 보니 그 사이에 암벽등반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 올라갈 때 힘이 들어 신경을 쓰지 못해서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으나, 철제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대단해 보인다. 나도 암벽등반을 한번 배워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성 등반인도 있어서 한동안 암벽 타는 것을 구경하다가 내려 왔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아도 조망도 좋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멋진 모습에 눈은 마냥 즐겁다.
울산 바위 철제 개단을 내려 와서.... 이제는 위험구간을 벗어났다고 홀가분해하는 집사람과 함께...
올라갈 때 지나쳤던 신흥사를 내려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신흥사(新興寺)는 652년(진덕여왕 6년)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이 창건하여 향성사라 하였으며, 석가의 사리를 봉안한 9층사리탑과 계조암등을 지었다. 698년 화재로 소실된후, 701년 의상이 부속암자인 능인암터에 다시 짓고 선정사라고 고쳤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구층탑이 파괴되었고, 1642년 화재로 타 버렸다. 1644년(인조 22) 향성사 옛터 뒤의 소림암에 다시 절을 세웠는데, 신의 계시로 창건하였다고 하여 신흥사(神興寺)라 하였다. 신흥사(神興寺)는1995년부터 영동불교를 새로 일으킨다는 서원을 담아 이름을 신흥사(新興寺)로 바꾸었다. 극락보전을 비롯해서 볼거리가 많고, 우아하게 지어진 신흥사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공원 입구로 내려 오니 설악동에 방문한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아마도 마지막 휴가를 즐기려고 왔던 사람들이 설악동을 방문한 모양이다. 설악동 입구에 있는 반달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곰 앞에서 찍지 못하고 조금 비껴서서 사진을 한장 남겼다. 밖으로 나와 소공원 주차장에 이르니 이미 주차장은 가득찼고, 소공원으로 들어오는 도로에도 차가 가득하다. 아마 주차장까지 오는데에만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었더니 우리 가족은 울산바위까지 갔다 오고도 설악동을 나오는데 지금 도착한 사람들은 꽤 고생을 할 것 같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많이 먹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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