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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주변 여행 3-3 (백담사) (2012.8.19)

남녘하늘 2014. 6. 7. 21:58

 

 속초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가족과 함께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백담사를 방문했다. 백담사 역시 나는 내설악을 통해 설악산 산행을 하기 위해서도 와 보았었고, 백담사만 관람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자주 왔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처음 방문이라 다시 찾은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 내설악지구 백담사입구 백담매표소에서 백담사를 지나 백담산장까지를 백담계곡이라 하고, 백담산장에서 수렴동 대피소까지의 하류계곡을 수렴동계곡, 용아장성이 시작되는 수렴동 대피소에서 소청봉 아래 봉정암까지 상류계곡을 구곡담계곡이라 한다. 내설악의 대표적 계곡으로서 특히 가을 단풍길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은 백담사를 오후에 방문하게 되어서 백담 계곡도 모두 볼수가 없고 백담사까지만 다녀 오기로 했다.  


 백담주차장 주변에는 설악동과는 달리 입구 바로 앞까지 갖가지 음식점이 즐비해서 잘 정비되지 않은 관광지같은 분위기다. 백담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는 7.2km이며 걸어서 2시간 걸린다고 셔틀버스 정류장에 적혀 있다. 생각같아서는 가족 모두 함께 백담계곡을 걸어서 가고 싶지만 차가 다니는 길이 걷기에는 부적절할 것 같아서 못이기는 척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고작 7km를 운행하는데 편도 비용이 2천원이 넘는다. 셔틀버스를 이곳 백담사 일대 마을 주민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너무 폭리를 취하는게 아닌가 싶다. 셔틀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은데...

 

 

 

 


강원 인제에 있는 백담사는 산세가 깊고 험하여 오지에 속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많지 않은 사찰이었다. 봉정암쪽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지나쳐 가는 절이었는데 이제는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명소가 되어 버렸다. 특히 가을 단풍철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오는 곳이 되었다. 백담사는 647년(진덕여왕 1년)에 전신인 '한계사'가 처음 지어진 이래 1,300여년 넘는 세월동안 무려 7차례 큰화재가 발생해서 그때마다 터를 옮기면서 이름을 바꾸어 지었다고 한다. 현재의 백담사는 계속되는 큰불을 막고자 설악산 대청봉에서 굽이굽이 흘러내려온 물줄기가 100번째 못을 만든 곳에 절을 짓고 이름을 백담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백담사에 들어와서 가장 제일 먼저 가본 곳이 만해 한용운선생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기념관이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요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선생님은 백담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서 백담사는 만해사상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백담사와 연관지어 떠올리는 이가 애국지사였던 만해 한용운 시인이 아닌 불명예스러운 유배생활을 했던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떠 올리고, 그 때문에 백담사가 명소가 된 것 같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앞으로 백담사를 거론하면 만해 한용운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큰 녀석은 남한산성에 있는 만해기념관을 방문하고 나서 백담사에 있는 만해 기념관을 오니 두 곳을 비교하면서 좋아한다. 만해 기념관 앞에 한용운 시인의 동상과 유명한 시 '나룻배와 행인' 시비가 있다.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한용운선생님은 호가 만해, 본명은 정옥이며 용운은 법명(불교식이름)이다. 26세가 되는 1905년에는 승려가 되어 경전 공부에 심취하면서 세계정세와 조선의 사정을 알게 되는데 처음 출가해 승려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곳이 이곳 백담사이다.   

 

 

 

 


 기념관에는 한용운선생님의 불교사상, 일대기, 교유관계 등을 소개하는 물품이 8백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불교대전, 불교유신론, 님의 침묵 등 만해 저서 초간본 10여점을 비롯해 만해 육필, 만해에 대한 논문 및 평전, 사진과 초상화 등 승려로서 또 애국지사로서 그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한용운선생님의 출가 및 수행, 3.1운동, 옥중투쟁, 계몽활동, 문학활동, 신간회활동 등 주제별로 나뉘어져 전시되어 있고, 대형비디오로 만해 일대기를 상영한다.    

 

 

 


 백담사 극락보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백담사 중심불전으로, 1957년의 중건 때 지은 앞면 5칸, 옆면 3칸의 중앙 법당이다. 백담사에는 일반적인 사찰과는 달리 명부전이 없고 나한전이 있다. 아마도 산중 깊은 곳에서 수행한다는 의미로 부처님의 제자들을 모신 나한전이 중시되었던 모양이다. 백담사 극락보전은 건물 자체는 규모가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지금은 백담사의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그만 사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극락보전에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조선 영조 24년(1148년)에 만들어 진 목불좌상이다.   

 

 

 

 

 
 극락보전 바로 앞쪽 마당 왼쪽으로 수수한 건물 한 채가 있는데 화엄실(華嚴室)이다. 화엄실 가운데 방 문 위에는 '제12대 대통령이 머물던 곳입니다' 라는 글씨가 써 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어지내던 방이다. 사용하던 물품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과연 이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화가 난다. 나도 직갑적적으로 전통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사람인지라 이런 장소를 기념장소로 보존하고 있는 백담사의 행태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찰에서 관광상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거나 당시 돈이 많았던 전통이 시주를 엄청나게 많이 했거나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백담사의 제일 중앙에 전두환 미니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는 셈인데, 이곳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진과 생활을 소개할 것이 아니라, 전두환의 백담사 도피 이유를 사실에 입각해서 적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백담사에 올 무렵부터 소나기가 내리려는 느낌이 들었는데 화엄실을 구경할 무렵부터 제법 비가 거세게 내린다. 우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터라 경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빨리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화엄실 앞에 있기가 싫어서 만해교육관 앞으로 옮겨서 비를 피하고 있는 중이다.   

 

 

 

 

 비가 조금 그쳐 다시 백담사 경내를 둘러 보았다. 마당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농암실은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잠시나마 몸을 녹히거나 앉아서 전통차를 마실수 있는 공간이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불교음악과 함께 명상의 시간을 즐길수도 있으며 향기로운 전통차의 향이 끊임없이 심신을 안정시켜주기도 한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비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사진 찍는 것은 멈추고 백담사의 이곳 저곳을 관람하고 다녔다.   

 

 

 


 백담사 아래는 대청봉에서부터 흘려내려온 물줄기가 드넓은 계곡을 이루고 있는데, 생각보다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다. 상류나 하류로 가면 다시 계곡이 좁아지는데 절 아래만 넓은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이 백담계곡에 수많은 돌탑들이 올망졸망 세워져 있는데 이 또한 볼거리이다. 큰 물이 한번 지나고 나면 이 돌탑이 모두 무너질터인데, 그 때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쌓아 놓는다는 이야기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나도 내려가 간단하게나마 하나 쌓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비로 인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비가 와도 계곡에 내려가 돌탑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수심교에서 보이는 주변 풍경도 아름답지만  백담 계곡에는 정성을 담아서 돌탑을 쌓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름다워 보인다. 몇 년전에 백담사에 왔을 때 이런 돌탑을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 돌탑이 쌓여졌는지 궁금하다. 한참전부터 하던 것을 내가 관심을 갖지 못해서 보지 못했을수도 있다. 미리 우산을 챙기지 못해 동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돌탑 천지인 백담계곡을 건너면 봉정암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오늘 봉정암까지는 가보지 못하더라고 3.5km정도 떨어져 있는 영시암까지는 가보고 싶은데, 아직 휴가 기간이 끝나지 않아서 오늘 집으로 가는 길이 어떻게 될지 몰라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영시암으로 가는 수렴동 계곡길은 참 고즈넉하고도 아름다운 길인데 오늘 가보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다음에 단풍이 들었을 때 다시 한번 와 보면 좋겠지만 언제 다시 올지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