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함께 따스한 봄날에 오랫만에 여행을 떠났다. 오늘 마라톤 클럽 회원과 함께 산행을 가는 일정도 있고, 직장 동료와 함께 인천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는 두가지 일정이 있었는데 모두 포기하고 대신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제 완연한 봄이어서 어제까지 겨울 옷 정리도 모두 마쳤다고 한다.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어디도 떠날 것인지 장소를 선택하지 않고 있었는데, 나들이를 가면서 미리 장소도 정하지 않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아침까지도 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되어서야 문경세제나 멀리 전라남도 바닷가에 가 볼까 생각했었는데, 문경새제는 지금 가면 특별히 볼 것이 없을 것 같고 전라도는 너무 먼 것 같아서 가까이 있는 태안을 가기로 결정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정했는데 집에서 14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태안반도와 안면도에는 많이 놀러 갔어도 오늘 방문하는 만리포 해수욕장은 처음 방문하는 장소이다. 찾아가는 길을 정확하게 몰라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려고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좋은 도로가 새로 뚫려 있었다. 앞으로 초행길은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가야 할 듯하다.
만리포 해수욕장에 가는 길에 태안읍에 있는 태안 시장을 잠시 들렀다. 태안 앞바다에서 잡아온 수산물은 바닷가보다 이곳에서 더 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주꾸미가 많이 잡히는 계절이라고 해서 시장에 들렀는데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손님들이 붐비지 않아 썰렁한 느낌이다. 이런 재래 시장을 돌아보는 것이 재미 있는데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 재미가 덜하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 들린 것이 아니어서 시장을 한바퀴 돌러보는 것으로 끝냈다. 나중에 저녁때 집으로 돌아갈 때 시간이 되면 해산물을 사야 할 것 같다.
태안시장을 둘러 보고 바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아직 여름이 아니어서 해수욕장에는 우리처럼 그냥 봄나들이 나온 사람만 있어서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았다. 바닷가 바로 옆에도 차가 많지 않아서 주차하기도 편했는데, 비수기에 오니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노래가사는 들어본 적이 있는 만리포사랑 노래비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노래비 옆으로는 정서진 안내표시가 있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정동진 정서진 정남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인천 경인운하가 끝나는 지점에서 정서진 표시판을 보았는데 왜 여기에도 정서진 표시판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바닷물이 빠지는 시점이었는지 백사장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무려 3km에 이르고 썰물일 때 의 폭이 250m나 되어서 대단한 규모의 해수욕장이다. 게다가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처럼 모래질이 좋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가 아니어서 돌아다니기에도 좋았다. 해수욕잗의 경사도 완만해서 여름에 수영하기에도 좋다고 하는데, 아직 물에 들어갈 시기가 아니어서 수영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즐거하지 않는 나로서는 수심이 얕거나 깊거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면서 해무가 조금씩 몰려 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와도 이제는 살을 에는 겨울 바람이 아니어서 백사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조차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봄은 찾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있는 백사장의 북쪽 산 너머에는 천리포해수욕장, 이어서 백리포해수욕장도 있다고 한다. 주변 해수욕장의 이름이 모두 재미있다. 만리포 해수욕장을 방문하고 나서는 천리포수목원에도 방문해 볼 계획이다.
태안은 과거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나 죽음의 검은 바다로 바뀌었던 곳이였는데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지금은 기름이 하나도 없는 정말 깨끗한 바다로 되돌아 왔다. 바닷가 한쪽에는 국무총리가 세운 기념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서해의 기적 위대한 국민'이라고 적혀 있다. 대형기름 유출사고가 나고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복원한 사례가 전세계적으로도 없다고 하니 우리 국민은 위기가 다가오면 잘 잘 극복해내는 DNA를 가진 사람들인 모양이다.
백사장에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이곳은 여름철이 되어야 피서객들이 몰려 올 모양이다. 만리포해수욕장 근처에는 식당도 많이 있고 펜션들도 많이 있는데, 펜션은 해수욕장과 거의 붙어 있는 곳이 많아서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바닷물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역시 바다를 본다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만리포 백사장에서 나와 해수욕장 뒷편으로 보였던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는데,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가까이 와서 보니 멋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날씨가 따뜻하니 등대 앞쪽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올라가지 말라고 해 놓은 방파제까지 올라가서 낚시를 하고 있다. 이곳 만리포 해수욕장의 일몰의 풍경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몰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처지가 되지 않아서 오늘은 백사장 산책에서 등대구경을 하는 것을 마치고자 한다. 다음에 태안에 올 때에는 시간을 맞추어서 일몰을 구경해 봐야겠다.
만리포 해변을 조금 벗어나서 남쪽으로 향하네 모항항이 나왔다. 점심을 먹고 조그마한 수산물 시장을 둘러 보려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항항을 추천해 주었다. 차로 10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태안지역 어업의 주요기점지로 태안에 왔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라고 한다. 어선이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항구 바로 옆쪽으로 모항항수산시장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어시장이었는데 아는 사람들만 찾아와서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듯한데, 호객행위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깔끔한 시장 내부도 보기가 좋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할 생각에 어시장쪽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허름한 집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는데, 엄청 맛있는 맛집을 잘 찾아 들어간 것이었다. 간판도 없이 장사를 하고 있어 영업을 하는 집인지조차 의심스웠는데 음식맛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점에서 추천을 할만한 집이었다. 칼국수를 끊여 주면서 자연산 굴까지 넣어 주어서 좋았고, 반찬도 정갈하고 맛 있으면서도 허름한 집 같은데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아서 좋았다. 언제까지 영업을 할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이 찾아가면 모항항 앞쪽 산비탈에 있던 사진 속의 칼국수집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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