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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2014.3.30)

남녘하늘 2016. 4. 6. 00:42

 

 만리포 해수욕장 구경을 마치고 만리포 해수욕장 입구에서 약 1.5km 떨어져있는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했다. 그동안 천리포 수목원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서 한번 꼭 와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오늘 여행의 주 목적은 천리포수목원 방문이었고 나머지 장소는 수목원을 오는 길에 들린 것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지난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받은 천리포수목원은 약 1만 5000종의 식물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를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이곳 어촌에 한국은행의 고문으로 있던 42살의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2002)가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토지를 매입한 뒤,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지금은 18만평(60ha)에 세계 60개국에서 수집한 1만 5천여종의 다양한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국립수목원보다 더많은 품종이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을 오늘 오게 된 것이다. 천리포수목원은 2009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를 했다고 한다. 

 

 

 



 천리포수목원은 탐방로 순서를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1만 5천여 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도 가장 자랑하는 5대 수목은 목련, 동백, 호랑가시나무, 무궁화, 단풍나무 등인데, 목련 400여 종, 동백나무 380여 종, 호랑가시나무 37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단풍나무 2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4월 목련이 필 무렵 왔다면 수목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한데, 아직 꽃들이 많이 피지는 않았다. 보름 정도 지나서 왔다면 수목원에도 꽃이 가득 했을텐데 조금 일찍 온 듯하다. 대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돌아 다닐 수 있었다. 

 

 



 수목원의 매표소를 지나 구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긴 타원형의 수련(水蓮) 늪지가 있다. 늪지 건너편에 보이는 하얀색 콘크리트 건물 2채는 민병갈이 생전에 살았던 집으로서 지금은 카페와 민병갈기념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들어오자 수련지가 보이지만 아직은 시기가 빨라서 연꽃은 볼수가 없고 저수지처럼 보이는데 그 풍광은 멋있다. 3월말은 꽃이 피어 있지만 숫자도 적고, 나무들도 대부분 앙상한 가지만 있어서 수목원 구경을 오기에는 조금 이른 듯하다.  

 

 

 



 수련지를 지나 조금 이동하니 2002년 민병갈 박사께서 수목장으로 흙으로 돌아가신 그곳에 선생님을 기념하는 비와 흉상이 있었다. 평생을 나무와 살았는데 죽어서도 나무와 있기를 희망했다는 말을 들으며 대단한 분이였다는 생각 뿐이다. 한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특별한 목적을 위해 생을 바칠 수도 있는 사람이,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흉상 주변에는 수선화와 사순절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입장하면서 수련지 너머로 보였던 하얀색 카페와 민병갈 기념관을 먼저 방문해 보았다.모 방송국에서 천리포수목원에 관련된 다큐를 보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망과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서 차부터 한잔 마셨다. 수목원 설립 초기에는 이곳이 초가집이었는데, 증축하는 과정에서 초가집 모양은 그대로 살린 콘크리트 건축물로 바꾸었다고 한다. 

 

 



 카페 2층에는 천리포수목원과 민병갈 박사님에 대한 전시관이 있다. 19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민병갈 박사(Carl Ferris Miller, 1921 ~ 2002)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는데, 해군에 입대 후 일본 오키나와에서 통역장교로 복무하다가 1945년 9월 한국에 파견된 것이 한국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1946년에 전역한 그는 다시 입국해서 1952년부터 1982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는데, 1962년 태안반도의 토지를 매수하여 수목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40여녀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목원 조성에 매진한 고 민병갈 박사의 그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천리포수목원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하와 풍속에 매료되어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으로 살았고, 우리에게는 큰 선물을 주고 가신 분이다. 

 

 

 

 



 천리포수목원 안에는 한옥 5채, 양옥 6채의 숙박 시설인 가든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한 후에 이용할 수 있는데, 민병갈 박사는 생전에 우리나라의 한옥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없어져가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안타까워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한국인보다 더 했다고 한다. 꽃이 만발한 시기에 한번 와서 쉬어 보았으면 좋겠지만, 다시 한번 놀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언제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천리포수목원의 산책로는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 편백나무 조각을 엄청나게 많이 깔아 놓은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었는데, 규모가 크거나 울창한 숲이 아니었지만 푹신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진다. 이 수목원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다양한 호랑가시나무가 이곳 저곳에 많이 심어져 있었다. 뽀족뾰족하고 반짝거리는 호랑가시나무는 수목원안에서 원없이 보았는데, 정작 꽃이 핀 나무만 찍다가 보니 호랑가시 나무 사진을 별도로 찍어 오지 못했다. 다음에 호랑가시나무를 찍으로 다시 가야할 것 같다.  

 

 





 길을 걷다 잠시 귀를 기울이면 옆쪽 서해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다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바닷가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천리포수목원 앞 바다 건너에는 섬이 하나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섬의 모양새가 닭 벼슬과 비슷하다 해서 닭섬이라 부르곤 했다는데, 민병갈 박사는 이 섬을 낭새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서해바다에서 썰물때가 되면 해변에서 낭새섬까지 걸어갈 수 있어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다고 안내판에 적여 있었다. 지금은 물이 가득해서 그냥 섬으로만 보인다.   

 

 

 



 태안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해송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솔향기길이라 이름 붙여진 길도 있다. 천리포수목원에도 바닷가쪽에는 해송 숲이 있었는데, 푸른 해송을 따라 나무 데크길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때문인지 산책로가 넓지는 않은데, 산책로를 따라 걷는 재미도 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수목원이라 여러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이 수목원의 특색중에 하나는 나무를 예쁘게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식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 그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가꾸어왔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수목원을 돌아보는 것이 참 좋았다. 하지만 역시 조금 이른 시기의 방문이어서 다양한 수목원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련지 근처에 있는 늪지 식물은 아직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마치 모내기를 하기전의 논을 보는 듯했다. 4월이면 400여 종의 다양한 목련꽃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수련, 수국, 가시연꽃, 상사화가 만발하며, 가을철에는 가을벚나무, 단풍나무가 아름답다고 한다. 목련중이 조금 이른 꽃을 피우는 것과 이른 봄에 피는 꽃 몇 종류만 보고 가니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수목원의 중심인 수련지가 있는 곳으로 왔다. 들어오면서 카페에 가서 차한잔 할 생각에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던 수련지 주변을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 보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닛사나무가 연못 옆에 있었다. 이름도 처음들어 보는 나무는 3월이라 앙상한 가지가 땅을 향해 축축 늘어져 있었는데, 잎이 나오고 꽃이 피면 정말 괜찮을 듯하다. 꽃은 5월에 핀다고 하는데 나무가 우거졌을때 나무 아래 들어가면 포근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연인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인가 높은 나무라는 설명이 있었다. 

 

 



 수목원의 곳곳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다시 해변이 있는 곳을 통해서 나오게 되어 있었다. 아직 바닷물이 밀려 나가지 않아서 수목원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는데, 바다가 수목원 바로 앞에 있는데 어떻게 수목원을 조성했는지 그 정성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지금의 수목원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햇살이 가득한 바닷가에 관람을 마치고 나가려는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멋진 풍광이다.    

 



 수목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출구에는 가정용화분을 파는 그린샵이 있었다. 다양한 식물을 분재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난과 허브 종류를 비롯해서 무궁화 같은 나무의 묘목도 판매하고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으면 몇가지 사가지고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좁은 아파트에 그냥 화분을 더 가져다 놓을 수 없어 구경을 하는 것으로 끝냈다. 향기나는 허브라도 하나 살 것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천리포리목원 구경을 잘하고 오기는 했는데 방문하기에는 조금 일렀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다음에 꽃이 활짝 필 때 한번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4월 중순에 다시 방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