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이 정기 휴가를 나왔는데, 이번에는 친구들만 만나고 들어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통영와 거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군대간 이후로 인사드리지 못한 고향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찾아 뵙게 하고, 고향에 간김에 조상 산소에 성묘도 하게 만들려는 복합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고향 진주는 거제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여행일정이지만 다소 알차게 보낼 목적으로 어제 밤 늦게 퇴근하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통영에서 하룻밤을 잤다. 서울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출발하게 되면 오전에 그냥 지나갈 듯해서 내가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전날 저녁에 차를 몰고 내려 왔다. 덕분에 아침을 통영에서 시작하게 된다.
밤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일찍 잠을 잔다고 했어도 시간이 많이 늦었던지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아침 일정이 있는데 갑자기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남자들이야 세수하고 간단히 샤워만 하면 끝나지만,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할 일이 남자보다 몇 배는 많은 듯하다. 결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숙소 근처에 있었던 충무김밥과 충무 꿀빵을 사서 이동중에 먹어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외도로 들어가는 배편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배편 예약만 해 놓지 않았으면 아침에도 여유가 있었을텐데...
어제 하룻밤 숙박했던 통영의 앞바다이다. 여행 출발하기 전에 포즈를 취해 보았다.
식당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이동중에 좁은 차안에서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한다는 생각에 거제도로 넘어가는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해서 커피와 함께 김밥을 먹었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신거제대교를 건너가기 전에 있는 휴게소였는데 건너편에는 그 전에 만들어진 거제대교와 멋진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원없이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9시 40분에 출발하는 배를 예약해 놓았고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는데, 승차장에 와서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유를 가지고 아침식사를 하고 왔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혹시 배를 타지 못하게 될까봐 서둘렀는데, 승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도 아직 많이 모이지 않았고 심지어 배를 타기 5분전에만 와도 전혀 문제가 될게 없었다는 생각이다. 특히 나처럼 예약을 해 놓았으면 더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음부터는 그런 말에 속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거제도에 여행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금강과 외도 여행을 가는데 그동안 여러번 거제도에 왔어도 매번 시간이나 날씨때문에 가보지 못한 외도를 오늘 가보게 된다. 집사람은 벌써 가 보았다고 한다. 외도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타야 하는데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은 꽤 여러 곳이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요하는 곳이 구조라항과 장승포항인데 이 이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입장료와 배편을 포함해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더니 조금 할인이 되었다. 가격의 할인보다 원하는 시간에 들어가기 위해서 예약을 했는데 아직 성수기가 아닌듯 현지에 도착해서 구입해도 큰 불편이 없는 듯하다.
외도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가까이 있었던지 배를 타고 20여분만에 외도에 도착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관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다. 유람선에서 내리기 전에 선장이 몇가지 당부사항을 이야기한다. 외도에서는 숙박이 안되고, 음식물 반입도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외도에서는 1시간 30분만 구경하고 나와야 한다고 한다. 내 여행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제와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천천히 구경하고 다른 배를 타고 나가면 안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고 한다. 시간을 정해 놓고 봐야 한다니...
배에서 내리면 선착장에서부터 외도 여행은 시작된다. 방향표시를 따라 경사진 길을 조금 걸어 오르면 삼거리 안내센타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아열대 식물원의 시작이다. 길 양쪽에 야자나무들이 무리 지어 이국적인 풍광이 시작된다. 정말로 외국의 정원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서 공기도 맑고,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의 식물공원이라 낭만도 넘친다. 첫 느낌은 제주도 한림공원을 축소시켜놓은 것 같았다. 잘 관리되어 있는...
과거 개발되기 전의 외도는 척박한 바위투성이 섬이었다고 한다. 전화와 전기도 들어 오지 않았고 기상이 악화되면 10여일간 교통이 두절되고, 선착장도 없어서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섬에는 아무도 들어 오지 못하는 상황. 불편한 오지에 8가구가 살았고,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쓸 정도로 척박한 땅이었는데, 이창호씨는 69년 우연히 바다 낚시를 왔다가 풍랑을 피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섬을 모두 사서 원시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목원을 조성하고, 천여 희귀종을 심어 온대 및 열대식물원으로 가꾸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동안 꿈을 가지고 멋진 섬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어떻게 이런 섬에 이런 정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다. 자손들에게 대대로 물려 주면서 먹거리를 만들어 놓은 분의 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외도 관광은 안내 책자나 홈페이지를 보면 관광 순서가 나와 있어서 그대로 따라야할 것 같지만 어차피 길이 여러갈래가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된다. 멋있는 나무와 예쁜 꽃 뿐만 아니라 유럽의 궁전을 본떠 만든 듯한 가든에는 여러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다. 유럽의 궁전과 가든에 온 듯한 느낌으로, 정말 이국적이고 화려하다. 루브르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모작한 조각상도 있었다. 언덕 윗쪽으로 올라오니 아직 바닷가여서 바람이 쌀쌀한 느낌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의 풍광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어떻게 나무를 이렇게 잘 관리하고 주변의 풍경과 일치시켜 놓았는지 모르겠다. 이곳 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너무 잘 가꾸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외도에는 1,000여종이 넘는 식물과 천연 동백림과 아열대 식물인 선인장 코코아야자 등 3,000여종의 수목을 심어 온대 및 열대 식물원으로 조성했다. 정말 볼거리가 풍성한 섬이다.
아직 서울에서는 봄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곳에는 완연한 봄이다. 겨울에는 동백꽃이 풍성하고 봄에는 화사한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수선화 튤립을 비롯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이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그리고 꽃이 피어 있는 산책로 곳곳에는 포토존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주위 풍경과 어울얼져 너무 멋있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화사하게 핀 봄꽃을 몇장 담아 보았다.
언덕을 거의 끝까지 올라가니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해금강, 서이말 등대가 보이고, 숲으로 뒤덮인 원시림의 외도 동섬도 보인다.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확인하지는 못했다. 처음에 외도에 대한 정보가 없이 왔던지라 언덕 너머로도 정원이 꾸며져 있는지 알았더니 전면부에만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반대편에는 자연상태 그대로 놓여 있었다. 전망대 근처에는 휴게실과 스넥바가 있어서 전망을 즐기면서 차를 마실 수 있었는데 짧은 시간에 구경할 시간도 부족한지라 차한잔 마실 시간이 없다. 이곳에서 여유있게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여러번 방문하지 않았다면...
이어진 동백나무 사이 오솔길을 걷다 보면 외도를 만들었던 이창호님을 기리는 부인 최호숙님의 글이 새겨진 비석이 나왔다. 잠시 숙연한 느낌이다. 30년을 넘게 척박한 바위섬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어낸 그 노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부부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때문에 근처에 자그마한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외도의 손님이면 누구나 잠시 기도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지나가면 조각공원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광장이 다시 나온다.
정상쪽에는 제법 큰 나무가 많이 있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따스한 봄볕을 맞으면 계속 돌아다니다가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먼 바다와 정원을 감상하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이런 곳에서 차한잔 마시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배로 돌아가는 시간을 체크하면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냥 부지런히 사진 몇장 찍고 다녀 갔다는 기분만 느껴야 하는 1시간 30분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주어진 시간을 완벽하고 알차게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정상까지 둘러보고 내려오면 멋있고 느낌있는 곳이 나온다. 천국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주제별로 계단 사이의 여러 꽃과 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조경을 잘 해 놓았다. 이제 외도 구경이 거의 끝나간다. 이곳을 지나고 나면 입장할 때 만났던 언덕을 다시 만나게 되고 선착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야자수와 함께 있는 대나무가 산뜻한 느낌이다. 1995년도에 개장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늦게 방문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고향에서도 그다지 먼 곳이 아니었는데...
나가는 길에 있는 외도 기념관(Oedo memorial gallery)과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여기에는 외도가 어떻게 이렇게 예쁜 정원으로 만들어졌느지 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외도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기념관이고 기념품 판매점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많았다면 찬찬히 둘러 보고 싶었지만 막판 시간에 쫒기다 보니 기념품 판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입장 수익 이외에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돈을 쓰고 가게 하려면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사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짧아야 한팀이라도 더 구경시킬 수 있겠지만.... 정상쪽에 전망 좋았던 카페에서도 그냥 지나쳐야 했었다.
처음에 외도에 들어올 때는 어떻게 섬 전체를 1시간 30분에 다 볼 수 있냐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섬 전체가 공원으로 꾸며진 것이 아니어서 부지런히 다니면 그 시간에 볼 수 있을 듯했다.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면서 다닌다면 부족하겠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았고 약간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라고 추천할 만하다. 내 스타일로 구경을 한다면 반나절은 보내야 했던 외도였다. 어떻게 사람들이 시간도 되기전에 돌아와서 기디라고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는 막판에 거의 뛰다시피해서 제일 늦게 배에 올랐는데... 시간을 조금만 더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가 섬을 떠나는 시간에도 사람을이 연신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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