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구경을 마치고 나서 돌아 나오는 길에 해금강 관광이 있었다. 사진으로 여러번 보았던 해금강이지만 실제 관광을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배를 타고 해금강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배의 선장님이 해금강에 관련된 여러가지 지식을 알려 준다. 오랜 시간 관광객을 상대하다 보니 가이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고, 자기 고향에 대한 애착심과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의식이 있는 유쾌한 분이였다. 해금강은 금강산과 비견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그 절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고 한단다.
해금강은 거제도 최남부의 갈곶과 작은 돌섬인 갈도 일대의 기암괴석 등 수려한 경관을 가진 곳으로 1971년 명승지 제2호로 지정되었다. 해발 116m, 면적 약0.12㎢로 주요경관으로는 십자동굴, 사자바위, 환상적인 일출과 월출로 유명한 일월봉, 신랑신부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가 있으며, 자생식물로는 굴거리나무, 해송, 굴참나무, 떡갈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돈나무, 기린초, 춘란 등 7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수많은 기암괴석들을 유람선을 타고 해상관광을 할 수 있다.
어쨌든 해금강에 대한 설명을 하고 해금강 관광의 맥미라고 불리는 십자동굴 앞에서는 멈추어 섰다. 십자동굴에 들어가려면 선장님의 운전실력이 좋아야 하고, 파도가 높지 않는 등 날씨도 좋아야 한다고 한다. 비교적 날씨가 좋고 파도가 높지 않았지만 동굴로 가까워질수록 물살이 세어지는 듯했고, 배 하나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만큼 좁은길이다 보니 자주 다니는 선장님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노련한 선장님 덕분에 십자 동굴에 무사히 진입. 중앙에 들어와서 하늘을 바라보면 十모양이라고 해서 십자동굴이라고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는 광각렌즈가 아니어서 그 모양을 찍을 수가 없고 눈에 담아 왔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풍광이 많이 있는데 찾아다니지 않았고, 잘 몰라서 모르고 지나쳤다는 느낌이다. 잠시 엔진을 끄고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데 자연이 빚어낸 장관이었다. 항상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날도 맑고 파도가 거세지 않아서 들어올 수 있었다. 배 안쪽 객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뱃머리로 나와서 사진도 찍고 감상하기에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뱃머리로 나오는 것을 무서워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니 위험한 행동까지 한다. 오늘 외도만 생각하고 왔었는데 관광선의 일정에 해금강이 있어서 얼떨결에 와서 좋은 구경을 하고 간다.
십자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서는 해금강을 한바퀴 돌면서 설명을 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해금강은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갈도(葛島)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섬을 한바퀴 돌면서 수십 미터 절벽에 풍화를 거쳐 만들어진 만물상을 비롯해서 일몰·낙조를 관망하기에 좋다는 사자바위, 그리고 금관바위, 촛대바위 등 수많은 기암괴석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일주관광을 마치고 다시 부두로 돌아오면서 본 사자바위의 모습이다. 사자바위라고 하니 사자의 옆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자의 형상을 유추하기 쉽지 않다.
외도에 늦지 않게 가려고 여행을 와서 아침조차 김밥으로 해결했던지라 외도와 해금강 구경을 마치고 바로 점심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부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게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이 몰려 있어서 그 중 조금 사람이 많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여행을 다니면서 굳이 맛집을 찾아서 다니기 보다는 현지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집을 찾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오늘도 특별이 맛집 정보를 가지고 오지는 않았었다. 손님이 많아 있었던 이집도 맛의 상향평준화를 이루었는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맛집으로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에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방문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부지런히 거제도에 있는 여러 곳을 방문하고 내일은 통영에 있는 유명지역을 둘러볼 생각이다. 아들과 함께 온 여행지여서 아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위주로 다닐 계획이어서 오후 여행지를 선정했다. 신선대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벚꽃이 활짝핀 도로가 있어서 차를 한쪽에 세워 놓고 꼭길을 걸어 보았다. 서울에서는 아직 벚꽃이 개화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곳은 이미 만발해 있었다. 차 이동이 거의 없는 곳이라 여유있게 구경을 한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거제도의 해안도로로 모두 멋있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는 제주도의 4배에 달하는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밋밋한 제주도의 해안에 비해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나이가 많아서 은퇴하면 거제도에 와서 살까도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어서 서울에서 가까운 영종도에서 살아볼까 생각중이다. 중간중간 경치 구경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되어 있어 들렀다가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바람의 언덕 앞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없어 주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는 모양이다.
도장포 마을 선착장 앞에 만들어져 있는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사시사철 바람이 분다고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띠가 덮인 언덕이라 하여 띠밭늘이라 불렸다고 한다. 2002년경에 바람의 언덕으로 지명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각종 드라마 촬영도 많이 하고 거제도에서는 빼 놓을 수없는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니, 역시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바다가 시원스레 바라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장포 마을의 모습이 한번 살아보았으면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답다.
바람의 언덕에는 커다란 풍차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바람이 그만큼 많이 분다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맞지 않지만 이곳 바람의 언덕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는 좋은 상징물인 듯하다. 다른 여행객들과 마찬가지로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긴다.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 보니 가슴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풍차가 세워져 있을만큼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다. 풍차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아기자기 하게 둘러 볼 수 있는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여유로운 산책을 해 보았다.
바람의 언덕에서 나와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이 나온다. 거제도 본섬에서 해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 해금강 안내소가 있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면 해금강 관광호텔도 있다. 관광 온 사람들이 이곳까지는 오지 않는지 조금 썰렁한 느낌을 주는 관광호텔인데, 여름철 성수기가 되어야 붐빌듯하다. 주변에는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우제봉도 있는데 산까지 올라가 볼 시간은 없어서 그냥 해금강 관광호텔 앞에서 오전에 해상관광을 했던 해금감을 내려다 보았다. 이곳에서는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있다. 호텔 아래로 유람선 선착장이 보이는데 사람들의 이용은 많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해금강 관광호텔 근처에 자생하고 있던 동백나무들... 이제는 꽃이 피는 끝자락이라서 많이 피어 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예쁘다. 동백꽃을 감상할 생각이었으면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을 것 같다. 길가에 수북히 쌓여 있는 떨어진 동백을 보면서 이제는 완연한 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까지 들어 갔다가 나오는 길에 바람의 언덕 뒤편에 있는 신선대를 방문했다. 우리처럼 안쪽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보통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두곳만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나는 최대한 가 볼 수 있는 곳은 많이 걸어서 보고자하는 성향이라서 나와 같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많이 걸어야 하고 피곤해한다. 신선이 노닐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워서 신선대라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신선대에 가기에 앞서 도착한 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은 장엄한 암벽과 오후가 되면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 어우러져 감동적인 장관이다. 왜 사진을 찍으면 그 느낌은 반감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진을 찍는 실력이 부족함을 통감한다.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신선대로 내려 간다. 우측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그 풍광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외도에서는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풍경을 보고 감동 받았다면 신선대는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와 바위들뿐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감동스러운 느낌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 느낌이 차이가 있었겠지만 오후에 신선대는 푸른 바다가 햇빛과 만나 정말 최고의 경치를 선물해주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신선대에서 어느 곳을 보아도 멋진 게제도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섬을 쳐다 보고 있어도 마음이 확 뚫리는 느낌이다. 그 느낌을 오래 가지고 싶어 이곳에서 시간을 조금 많이 보냈다. 주변으로 오랜 세월이 만들어 놓은 단층을 보면서 세월의 유구함을 동시에 느낀다. 니중에 살펴보니 거제도의 풍경 중에서 뛰어난 8곳을 선정해서 거제퍌경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신선대 경관을 그 중에서 으뜸으로 치고 있었다. 처음와서 감동을 받았는데 숨은 명소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신선대 바위 옆으로는 몽돌이 깔려 있는 조그마한 함목해수욕장이 있다. 신선대 구경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몽돌해수욕장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자그마한 함목해수욕장은 내려가 보지 않았지만 여름철 멋진 풍광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멋진 해변에 남해 바다여서 바닷물도 깨끗해 보여서 발이라도 담궈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런 정도의 날씨는 아니다. 신선대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던 장소였는데 감동을 받고 떠난다.
장승포로 나오는 길에 있던 몽돌해수욕장을 잠시 들렀다. 정확한 이름은 학동몽돌해변. 몽돌해수욕장은 거제에 올 때마다 들렀던 곳이라 여러번 방문해 보았지만, 거제에 처음은 아들은 한번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잠시 시간을 냈다. 신선대 옆에 있었던 함목해수욕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해변이다. 모래가 아닌 몽돌이 깔려져 있어 바다와 잘 어울린다. 모래사장 해수욕장보다 몽돌해수욕장이 더 좋은 이유는
파도가 자갈에 부딪칠 때마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맑기 때문이다. 정말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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