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으면서 처음으로 영종도에서 가장 높다는 백운산에 올랐다. 그동안 나즈막한 이 산에 빨리 한번 올라 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는 있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서 실행하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이고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민영이 카페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이 일요일이라고 하루 쉬겠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이 생겨 집사람과 함께 백운산을 올랐다.
백운산은 영종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 서면 서해바다의 여러 섬과 인천공항을 연결해 주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다. 인천 영종도 백운산은 고작 255.5m으로 서울의 남산(265m)보다도 낮은 산이다. 다만 바닷가에 있으니 해발고도가 거의 0m에서 출발하니 남산 오르는 것보다는 높이 오르겠지만, 산행만 한다면 넉넉하게 잡아도 2시간 내외면 산행할 수 있는 완만한 육산이다.
백운산에도 정상에 오르는 산행코스가 많이 있었지만 처음 오르는 산이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높은 산이 아닌지라 그냥 올라가면서 길을 찾고 정상적인 산행로를 찾으면 다음부터는 그 길로 산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우리가 올라간 길은 입구에서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오르니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니었나 보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고,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망개나무가 엄청 많이 있는 길이어서 다음에 혹시 망개나무가 생각난다면 이 산에 오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을 오르니 정상적인 산행로가 나타났다. 20여분 정도는 정상적인 도로를 찾느라 고생을 한 듯하다. 정상적인 산행로를 찾으니 이 산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상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산행 안내판도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 올라 오느라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해 고생을 했던 것이다.
백운산은 굉장히 흔한 이름이다. 내가 그동안 올라본 백운산만 해도 엄청나게 많고, 들어본 이름도 많이 있다. 내가 산행을 해본 백운산만 해도 경남 함양의 백운산, 고로쇠로 유명한 전남 광양의 백운산, 경기 포천의 백운산, 경기 의왕시에 있는 백운산, 경기 안성의 백운산 등등... 산이름이 좋은 모양이다. 내가 가보지 않는 백운산도 수없이 많다. 영종도 백운산에도 산에도 둘레길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둘레길이 산 둘레을 도는 코스가 아니라 산 정상부를 올라오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는 둘레길이다. 내 상식으로는 둘레길이라면 산 둘레를 돌아야 둘레길이 아닐까 싶은데... 정상으로 오르면서 보니 잘 관리를 해 놓았다.
영종도에 있는 백운산은 흔한 이름만큼 여느 마을 배경 같은 산으로, 둥글고 평범하면서도 나즈막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을 뒷산 같다. 산세도 작다. 그럼에도 평범한 산으로 취급받지 않는 산이 아마도 일몰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부에 이를 때까지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많아서 그다지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정상부에 이르니 전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만남의 광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내 생각에는 다음에 여건이 된다면 정상까지 단숨에 뛰어서 올라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쉬어갈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 놓았다.
산행을 시작한지 40여분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상부에는 쉬어 갈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전망대 데크가 있었다. 이곳에서 인천대교와 무의도, 소무의도, 강화도, 장봉도, 신도, 시도, 모도, 인천공항, 영종대교 등이 내려다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그 광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해는 떠 있는데 산 아랫쪽으로 뿌연 해무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백운산 정상까지 올라왔다는데 의미가 있고, 다음부터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행로를 알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원래 백운산 정상에 오르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앞 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백운산은 바다와 그 건너 육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산인데, 오늘은 인천대교도, 공항도 주변의 섬들도 뿌엿게 보일 뿐이다. 오늘같은 날에는 일몰의 모습도 제대로 보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쉽지만 동내 뒷산이니 앞으로 자주 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잠시 와서 생활하고 있는 하늘도시 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얼마동안 영종도에서 생활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종도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백운산 하단부에 용궁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오늘 한번에 가보면 다음에 볼거리가 없어질 것 같아 다음에 방문하기로 했다. 울창한 숲에 가린 진입로가 예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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