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설악산 화채봉 산행 (2014.6.29)

남녘하늘 2016. 11. 5. 23:59

 

 이번에도 지난 1월 설악산 산행을 함께한 문희형 부부와 함께 설악산에 다녀왔다. 산행을 가지 몇 일전 주말에 함께 산에 갈수 있는지를 물어서 다른 약속이 없다고 하니 함께 가자고 해서 급하게 정해진 산행이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오색약수에서 오르거나 아니면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로 산행코스에 대해서 물어 보지 않았다. 어짜피 동대문에서 출발하는 설악산행 버스를 타는 것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밤 11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한 버스를 탔다. 문희형님이 오늘은 설악산의 특별한 코스를 간다고 해서 어느 코스를 가는지 물어보니 화채봉코스라고 하는데 어느 코스인지 잘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잘 되었다고만 말했다. 이번에는 산악대장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미리 코스에 대한 준비나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차에서 짧은 토막잠을 자고 한계리휴게소에 도착해 간단하게 아침식사 대용으로 김밥을 하나 먹었다. 오늘은 한계령에서 출발하지도 않고 오색에서 출발하지도 않는다. 버스에 탄 일행들이 중간에 내리지 않고 모두 설악동으로 이동한다. 

 

 

 



 원래 국립공원은 산행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여름철에는 3시 30분부터 개방되는데, 설악산의 다른 곳과는 달리 설악동에서는 시간을 잘 지키는 모양이다. 3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문을 개방한다. 다른 곳과는 달리 설악동에서 산행을 하는 산객조차 문화재 관람표를 내야 한다. 문을 개방할 때까지 정비를 취하면서 잠시 기다린다.     

 

 

 



  밤새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 어둠속에서 시작하는 무박산행은 조금 피곤하다. 야영의 즐거움도 없고 여유로운 휴식도 없다. 오로지 짧은 시간에 설악에 갔다 오겠다는 일념이 무박산행의 고단함을 극복하게 해준다. 설악은 온통 어둠에 잠겨있고, 행락철의 어수선함과는 달리 산에 오르는 산행객의 발자국 소리만 적막함을 깨뜨린다. 신흥사에 도착하기전 좌측 비선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다시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들어선다. 아직은 어둠이 가시지 않아서 사진은 찍지 못하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천불동계곡을 지나 양폭대피소 근처에 도착하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소공원에서 2시간도 걸리지 않고 도착했으니 엄청 빨리 온 셈이다. 어디서 어디로 간다는 것도 잘 모르고 중간 집합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니 무조건 오늘 산행대장을 따라서 걸어야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정비를 취하다. 아직 설악에 오면 다니던 매번 비슷한 코스만 다녀서 설악의 곳곳을 잘 알지 못한다. 미리 지도라도 펼쳐놓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게으름 때문에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화채봉으로 간다고 해서 정규 탐방로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정규 탐방로가 아니었다. 양폭대피소 가기 직전에 정규 탑방로를 벗어나 칠선골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정규탐방로 가면 동료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 모두 떠들면서 갈 수 있는데 탐방금지된 돗을 지나가려니 숨소리 죽이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 말라고 하는 코스를 가다가 단속되면 벌금도 내야 한다고 하는데, 산행대장이 어디에서 단속을 하는지조차 다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규탐방로를 벗어나니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어서 손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올라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채능선을 한번 가보는게 꿈이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산악 전문가와 은밀히 떠나는 산객이 종종 있다는데, 오늘 우리가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따라 나설 필요는 느끼지 못했는데, 본의 아니게 화채봉 산행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화채봉 능선이 통제되어 있으니 필요에 의해서 이런 산행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급경사를 기어 오르듯 능선까지 오르니 설악산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한번도 와보지 못한 새로운 설악의 모습에 함께 한 사람들도 탄성을 지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능선길에 오른다. 화채봉 능선은 자연휴식년제로 오랫동안 등산코스를 개방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상태가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곳곳에 협곡과 절벽으로 인해 일반 등산객들이 개별적으로 산행하기는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다. 설악의 멋진 풍경사진등은 대부분 화채능선에 찍은 사진들이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 와서 정말로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화채능선을 찾는 사람은 산객보다는 사진작가들이 더 많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칠성봉 근처에 도착하니 눈앞에 보이는 정경이 많이 달라진다. 방대한 기암이 병풍 치듯 둘러 싸고 있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능선 왼쪽은 천길 낭떠러인데, 용아장성의 축소판같아 보인다. 산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설악의 계곡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노송, 멀리 우뚝 솟아 있는 바위들의 풍경이 모두 멋진 한폭의 동양화 속의 모습이다. 아마도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바삐 움직였던 모양이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따라왔는데 비정규 탐방로이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경대 정상에서 바라본 칠선폭포. 깍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에서 힘찬 물줄기가 내려 오는 모습이 멋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토록 힘겹게 오른 바위를 지나 이토록 아름다운 폭포가 있을 줄 몰랐다. 설악에 자주 왔어도 설악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만경대 정상의 폭이 너무 좁아서 옆으로는 천길 낭떨어지 같아서 지나치는데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신경을 곤두 세우고 화채봉을 항해서 이동한다. 날씨가 구름이 조금씩 몰려 오면서 시야가 자꾸 나빠지기 시작한다.   

 

 



 화채능선은 대청봉에서 화채봉(해발 1328m)을 거쳐 권금산성을 지나 집선봉, 정고리로 빠지는 약 8㎞ 길이의 북쪽 능선을 가리키며, 동북능선이라고도 한다. 봄 여름에 여러 가지 야생화가 능선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핀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새벽 휴게서에서 김밥 하나 먹은 것으로 아침을 대신했기에 화채봉으로 가기 직전 다른 사람들이 왔어도 식사를 했을 자리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그만큼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공간이 많지 않았다. 함께 간 일행중 누군가가 나무에 붙어 있던 버섯을 찾았다. 바로 옆에 함께 있었는데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구름이 많이지기 시작하더니 식사후 화채봉으로 이동할 무렵에는 하늘에 구름이 많아져서 가까운 곳은 괜찮지만 멀리 있는 곳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구름이 점점 많이지더니 급기야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비까지 내리니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도 보이지 않게 되어 풍광을 즐길 수가 없게 되었다. 식사전의 일기와는 너무 달라진 상황을 보면서 역시 높은 산에서는 산행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화채봉도 확인하지 못하고, 내려오면서 볼 생각이었던 동해바다의 조망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주변이 보이지 않으니 산악대장도 방향감각을 잃어버려서 우리가 내려와야 하는 코스를 조금 이탈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산악대장이 당초 안내하려고 했던 길을 따라 내려 와야 하는데 그 길을 잃어버려서 막연히 방향만 정하고 내려 오는라 고생을 많이 했다. 정규 탐방로를 가지 않은 벌을 받는 기분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후에는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는데,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다 보니 카메라를 아예 배낭에 넣어버려 더욱 하산 사진이 없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면서 비정규 탐방로에서 벗어나 정규탐방로로 돌아왔다. 몰래 숨어 들어가는 마음이 좋을리 없고, 다시 몰래 빠져나가야 하는 마음이 편할리 없었는데 다행이 내려올 때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통제하는 사람 걱정을 하지 않고 내려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공식적으로 탐방이 허가되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방문해서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화채봉​(華彩峰) 능선에서 다채롭게 피는 야생화를 떳떳하게 볼 수 있는 그 날이 올까? 비는 많이 맞았지만 날씨가 서늘하지 않아서 거추장스럽게 우의를 입지 않고 내려왔더니 비를 제법 많이 맞았다.하지만 체온 상승을 낮춰 주어서 오히려 좋았다. 

 

 

 

 



 설악동 C지구 상가단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은 끝났다. 초반에는 멋진 풍광을 즐겼지만 점심 식사를 한 이후에는 구름이 많아서 정작 봐야할 화채봉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내려 오면서는 비를 맞고 길을 헤메서 조금은 고생스러운 산행이 되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산행이어서 즐거웠다.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화채봉 산행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 보았더니 화재능선이 아직도 통제되고 있는 이유가 언급되어 있었다. 맞는 이야기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가지 말라는 곳을  어겨가면서 간 것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다. 


'화채능선은 특별한 사정없이 뻔한 이유만으로 계속 자연휴식년제로 묶이는 이면에 화채봉에서 설악동으로 길이 열리면 통행세 감소를 우려하는 신흥사와 권금성 관람객이 줄어들까봐 케이블카회사에서 압력을 넣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보니 화채능선은 불법산행의 천국이 되어 있고, 지키는 자와 가는 자 사이에 갈등마저 조장된다.'라고 언급되어 있었다. 맞는 이야기라면 빨리 양성화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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