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백화산 산행 (2014.6.21)

남녘하늘 2016. 11. 3. 23:58

 

  회사 동료들과 함께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에 걸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백화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눈 덮인 봉우리가 하얀 천을 씌운 것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백화산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과 경북 상주시 모동면 경계를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주시 모동면이나 주 등산로가 영동군 방면에 있으며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전국 어디에서건 당일로 찾을 수 있다. 오늘 산행은 수봉리 정류소에 도착해서 옥동서원, 보현사, 벼락바위, 외성, 대궐터, 금돌성, 장군바위, 922봉을 거쳐 한성봉 정상에 올랐다가 반야교로 내려오는 11km 산행이다. 대략  5시간정도 걸리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산행을 떠나기 전에 산악회 총무가 산행 입구 수봉리 옥동마을에 옥동서원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52호이기도 한 이곳은 조선 초기 명재상이었던 황희정승의 위패를 모신 서원으로 1518년(중종 13년)에 사액서원이 됐다고 한다. 1868년(고종 5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남아 있던 47개 서원 중 하나이라는데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 봤으면 했는데 아무도 가 보자고 하질 않는다. 다음에 백화산을 올 기회가 있다면 한번 들러봐야겠다. 


 간단히 몸풀기 체조를 한 후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길을 따라 10분 가량 걸어가면 길가 좌편으로 보현사가 나타난다. 이 보현사는 원래 산중턱에 있던 보문사로. 30여 년 전 이곳에서 옮겨와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잠시 들어가서 경내구경이라도 하고 싶은데 모두 산행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무도 들어가지 않고 올라가서 나도 그냥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옥동서원을 지나친 것과 함께 아쉬움으로 남는다. 몇 사람만 단촐하게 왔으면 두 곳 모두 들러 보았을 것이다.    

 

 



 개울을 두 세개 건너 보현사를 지나 백화산으로 본격적으로 오르니 위해 계곡다리를 건넌다. 물이 불어도 건널수 있도록 이런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다리를 지나면서 산행을 시작 하게 된다. 이곳 백화산은 산세가 수려하다. 산등성이을 사이에 두고 양갈래로 흘러서 서남쪽은 금강, 동남쪽은 낙동강의 발원이 되고 골이 깊고 산림이 울창하여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삼국시대에는 이곳을 누가 차지하는가에 따라 신라와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되는 요충지였다고 한다. 

 



 산길을 걷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때면 대궐터가 나온다. 대궐터는 660년 김유신이 이끄는 백제 정벌군을 보낸 후 신라 태종무열왕(김춘추)이 주둔해 추가적인 병력과 물자를 지원하는 전쟁 지도부를 설치했던 곳이라고 한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실현한 태종무열왕이 백제의 항복 소식을 듣고 소부리성을 떠날 때까지 머물렀다고 안내판에 쓰여져 있다. 지금은 천년의 세월을 버티고 있는 석축으로 그 터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름만 거창하였지 그냥 집터만할까. 아니면 피신처라고나 할 정도의 느낌만 남아 있다. 

 

 

 



 대궐터에서 조금 더 오르면 금돌성(今突城)을 만날 수 있다. 이곳 대궐터와 금돌성은 옛날 삼국시대때 신라와 백제가 영토 싸움을 했던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유적이다.또한 고려시대 몽고 장군 차라대가 침공했을 때 황령사 승려 홍지가 이끈 관민이 침략군 과반을 죽인 호국성지였다고 한다. 이 성은 험한 산세를 잘 이용하여 무려 20km에 걸쳐 성축을 높이 쌓았던 곳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방치되었던 탓인지 다 허물어 졌으나 1978년 국방유적지 복원사업에 따라 폭 4m. 길이 80m를 일부 복원해 놓았다.  

 

 

 



 복원해 놓은 성벽은 길이는 80m로 아주 짧았지만 아주 잘 복원해 놓았다는 느낌이다. 성벽 전체를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라도 더 복원해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나간다. 금돌성을 통과해 능선에 오르면 능선 양쪽으로 산아래 조망이 가능하다고 해서 다시 열심히 올라간다. 이제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백화산 주능선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엄청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꾸준히 올라야 하기에 결코 만만한 산행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금돌성을 지나 능선을 오르니 백화산맥으로 불리는 주능선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산 아래로 조망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맑던 하늘이 갑자기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하더니 온통 운무로 가득해서 산아래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능선에는 장군바위 표시가 있는데 가까운 곳은 보여도 산 아래는 보이지 않아, 멋진 풍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장군바위에서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까지는 소위 칼바위능선, 오른쪽이 깎아지는  절벽이어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이능선도 원래는 금돌성에 속하는 것으로 자연성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구름이 조금 걷히면서 산아래의 모습을 언뜻 언뜻 보여주긴 하는데 기대햇던 풍광을 즐길수가 없다. 다음 봉우리인 922봉을 거쳐 한성봉까지는 대략 30분정도 걸렸다. 

 

 



 백화산 최고봉인 한성봉에 도착했다. 정상에 서면 속리산을 비롯, 황간읍 너머 민주지산과 덕유산의 모습까지도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정상에서도 멀리 보이는 조망이 없다. 아쉽지만 오늘은 백화산에 올라 왔다는 것에만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주에서 세운 정상석 근처에는 바닥을 나무테크로 깔끔하게 처리해 놓았다. 한성봉의 오른쪽은 경북 상주시이고, 왼쪽은 충북 영동군으로 도의 경계가 한성봉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다.    

 

 



 정상에는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하나는 예전부터 세워져 있던 포성봉(捕城峯' 이라는 작은 비석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2008년 5월 상주시에서 건립한 어른 키 높이의 한성봉(漢城峯) 이라는 비석이다. 큰 정상석 뒷면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성을 포획한다는 뜻으로 포성봉이라고 불렀지만 큰 성이 있는 봉우리라는 의미를 가진 한성봉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사연이 소개돼 있었다.​ 그래도 원래 있던 자그맣고 예쁜 정상석에 비해서 새로 만든 정상석을 너무 크다는 느낌이다. 

 

 



 백화산 산행은 주봉인 한성봉(933m)에서 주행봉(874m)을 잇는 종주산행을 많이 한다. 이 두 봉우리의 거리는 3.7km로서 그리 길지 않는 능선길이지만 뚝 떨어졌다가가 다시 오르는 길이고, 능선상에 칼바위 길이 많아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우리 일행은 주행봉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있는 부들재쪽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행이 많은데 너무 위험한 구간을 산행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 산을 오르면서 많이 더웠는데 이제는 내려가는 것만 남았다.      

 

 

 



 한성봉에서 반야교로 내려 오는 코스도 여럿 있었다. 이왕이면 조망을 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 쪽으로 내려 왔으면 내려오면서 중간 중간 조망을 할 수 있었을 터인데, 후미조는 길을 잘못 들었는지 계곡으로 내려 오는 바람에 나무 숲만 보면서 내려왔다. 특이한 풍광이 없어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정자기 있는 곳까지 거의 다 내려와서 보니 편백나무 숲이 있는 방향으로 내려 왔어야 했던 것이다. 오늘은 그냥 숲속과 구름 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것에 만족한다.   

 

 

 



 산행을 가면 거의 매번 후미조에서 사진도 찍어주면서 풍광도 구경하면서 늦게 내려 오는 편이다. 술을 못하기 때문에 일찍 내려오면 술 권하는 풍토가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천천히 후미조에서 내려 왔더니 일찍 내려온 팀들은 시간을 내서 반야교에서 조금 윗쪽에 있는 반야사를 돌아보고 왔다고 한다. 반야사를 지키준다는 호랑이 모양의 너덜지대까지 보고 왔다고 하는데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좋은 구경을 하나 놓쳤다. 

 

 

 



 반야교를 건너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을 찾아간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백화산에서 내려 오는 석천에는 그다지 많은 물이 흐르지는 않고 있다. 산에서 내려 오니 구름이 걷혀 오늘 올라갔던 백화산 한성봉도 보이고 주변의 능선도 모두 보인다. 구름이 조금만 일찍 걷혔으면 더 멋있는 산행이 되었을 터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번에는 개인적으로 한번 백화산에 와서 오늘 산행하면서 해 보지 못한 옥동서원 방문과 반야산 방문과 또 처음부터 계획되지 않았던 옥동서원에서 반야사까지 둘레길도 천천히 거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