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1년에 한번씩은 해외마라톤을 가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해 왔는데 2015년에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 마라톤 여행은 갔다 오지 못했다. 대신 2016년에는 2015년에 갔다 오지 못한 것까지 포함해서 두번을 다녀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첫번째가 교토마라톤 대회로 작년 8월에 대회를 신청해 놓았고, 참가가 확정되어서 몇 달동안 준비를 했다.
교토에는 당숙께서 살고 계셔서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했는데 그동안 항상 다른 일행들과 함께 간사이 지역을 다니는 바람에 꽤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당숙집에서 몇 밤 신세질 계획을 세웠다. 오사카마라톤대회나 고베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을 때에도 당숙댁에 들르지 않고 돌아가면 서운하다 하실까봐 일본에 왔다는 소리도 하지 못하고 다녀가곤 했었다. 그 사이에 당숙께서는 한국을 여러번 방문하셔서 만남은 계속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다른 달림이들과 함께 가지 않고 우리 부부만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다,
우리 부부만 떠나는 여행이라서 지난번 고베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을 타고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선택을 한 듯하다. 저녁 늦게 도착해서 오사카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부터 시내 관광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피치항공이 연착해서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바람에 일정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간사이 공항에 밤 10시경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12시가 다 되어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까지 심야리무진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바람에 엄청 비싼 일본의 교통요금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난바에서 숙소까지 택시로 10분 거리인데 택시비가 2만5천원 가까이 나왔다. 비행기 요금 절약하려다 고생만 듬뿍한 것 같다. 연착한 것에 대해서 따질 상황도 아니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피치항공이 밥먹듯이 연착을 하는 모양이다. 다음부터는 피치항공을 타는 것을 재고해봐야 할 것 같다.
오사카 성이 호텔에서 5분거리에 위치해 있어 아침에 시내구경을 나가면서 오사카 성을 지나갔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주변 산책은 가능하지만 성안쪽 관광은 시간이 더 지나야 개방한다고 한다. 시내 구경을 하고 나서 성 구경은 오후에 천천히 하기로 했다. 교토 당숙집으로 이동하기 전에 오사카에서 두밤을 자면서 오사카 시내 관광을 하는 일정을 세워 놓았다. 일단 친척집에 가면 내 마음대로 따로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듯해서였다. 오늘은 오사카 시내 구경을 하는 날이다.
지하철을 타고 도톤보리(道頓堀)로 이동했다. 도톤보리(道頓堀)는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먹자 거리다.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화려하고 개성 만점의 화려한 간판들, 그리고 먹다가 망한다는 오사카를 실감나게 해주는 수 많은 먹거리와 음식점들이 가득한 거리이다. 일부러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이곳에 와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나왔다. 도톤보리에 오면 오사카 명물인 그리코 제과의 상징인 그리코맨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밤이었으면 도톤보리(道頓堀)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다양한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했겠지만 이른 아침이어서 한산한 느낌이다. 오사카 남쪽 지역의 최대 번화가인 도톤보리 강은 1600년대에 인공으로 조성된 운하라고 한다. 강이라기보다는 청계천보다도 좁은 폭을 가진 조그만 하천같아 보였지만, 강에는 리버크루즈도 운행된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강변을 산책해 보지 못했는데 아침과 밤의 차이가 엄청나게 심하다. 쇼핑객으로 가득해야 하는 돈키호테도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았는데 한산하기만 했다.
다시 도톤보리 거리 구경을 나섰다. 오사카에 오면 항상 들렀던 도톤보리의 맛있는 라면집 중의 하나인 긴류라멘(金龍ラ-メン) 집을 방문했다. 이 집에서 라멘을 먹으려고 일부러 호텔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 오늘 먹지 않으면 이번 일본 여행중에 먹지 못하게 될것 같아서였다. 본점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긴류라멘 분점을 찾아가 식사를 했다. 나는 평소와 같은 맛이어서 괜찮았는데 집사람은 기름기가 많다고 말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도톤보리 거리 구경을 이어갔다. 도톤보리에 올 때마다 조금씩 분위기도 바뀌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선전하는 광고판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화면 가득이 보여주고 있었다. 내 얼굴이 나오길래 순간 포착했다. 뒷골목 길도 따라가 보았고, 잡화가게 구경도 이어갔다. 모든 것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찾아 간곳은 시텐노지(四天王寺)로 일본 최초의 불교 사찰이다. 오사카 시영지하철 다니마치(谷町)선 시텐노지마에 유우비가오카(四天王寺前夕陽ヶ丘)역에서 내리면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지 지하철역 출구앞에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찾아가는 안내판까지 설치해 두었고, 붉은 깃발 형식의 안내판을 곳곳에 세워 놓아서 찾아가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백제인의 손길로 완공된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 사찰이다. 시텐노지에서 열리는 왓소 마쓰리(ワッソ祭) 축제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손님들을 맞이하던 환영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우리나라 말의 '왔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난 1990년부터 해마다 11월에 일본에 여러 선진 문물을 전달한 왕인박사와 백제의 손님을 맞이하는 쇼토쿠 태자 등으로 분장한 4천여 명이 옛날의 복식을 한 채 가장행렬을 펼친다고 한다. 지금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파괴된 것을 1971년에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시텐노지(四天王寺)도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관람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경내를 돌아볼 수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부 보수 공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라서 조금 아쉬웠다. 아스카(飛鳥) 시대의 쇼토쿠(聖德) 태자가 시텐노지를 건립한 1,400주년을 맞아서 하는 공사라는데 빠른 공사는 헤이세이 29년(2017년)에 늦은 공사는 34년(2022년)에 끝난다고 한다. 중앙에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 본당 이외에 본당 윗편으로 유명한 국보급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보물당이 있는데, 본당 구경과 사찰 내부를 조금 둘러 보는 것만으로 시텐노지(四天王寺) 관람을 마쳤다.
시텐노지(四天王寺)를 나와서 츠덴카쿠(通天閣)로 이동하는 도중에 조금 특이하게 생긴 절, 잇신지(一心寺)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절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인왕문(仁王門)이 특별하다. 철골 구조로 되어있는 것도 특이했고 디자인도 현대 설치미술 작품같아 보인다.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천왕상은 맨손인데, 악을 물리치되 비폭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골목 입구에는 '뼈로 만든 부처님의 절'이란 특이한 팻말이 있었는데. 도심에 있는 납골 사찰임을 안쪽에 들어가서야 할 수 있었다.
일주문과는 달리 안쪽 마당은 아기자기한 정원처럼 구석구석 잘 가꾸어져 있어 여느 절과 크게 다른 느낌은 없다. 유난히 마당에 향내음과 연기로 가득했다는 것이 조금 특별했던 것 같다. 잇신지(一心寺) 절마당 바로 아래로는 넓찍하게 조성된 묘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묘지가 함께 있는 것을 보면서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현상이 가득한 우리의 현실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납골 묘지 사진은 생략한다.
잇신지(一心寺)에서 나와 조금 더 이동하니 츠텐카구(通天閣)가 보였다. 츠텐카구는 일본에서 제일 처음 세워진 타워라고 한다. 1912년에 만들어 졌으며 당시로서는 64m라는 동양 최고의 건물이였지만, 태평양전쟁때 금속공출에 의해 해체되었었고 이후 1955년에 높이 100m의 모습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전자회사인 히타치(日立)제작소와 주탑임대광고 계약을 맺어 탑의 전면에 히타치엘리베이터 광고가 붙어 있었다. 츠텐카구(通天閣)가 세워진 이 지역은 신세카이(新世界)라고 불러 과거에는 새로운 도심이었지만 이제는 신세계가 아니라 발달이 멈춘 부도심이다.
나는 츠텐카구도 여러번 방문했지만 집사람이 오사카에 처음 방문했기 때문에 오사카의 주요 관광지는 모두 다녀봐야 할 것 같아서 츠텐카구(通天閣)에 오게 되었다. 예전에는 건물 지상층에서 길게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었는데 이제는 지하로 내려가 기념품 샵을 한번 더 통과하는 것으로 동선이 바뀌어 있었다. 전망대로 이동하면서 여러가지 옛날 전시물들과 매장을 통과해야만 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근육맨 박물관도 있었고, 그 한켠에서는 삽화를 직접 그리고 있는 화가가 있어서 사진 한장을 찍엇다.
전망대가 두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한층 아래로 내려오니 윗층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츠텐카구 전망대에 오르니 덴노지(天王寺) 동물원과 공원이 내려다 보였고, 주변의 시가지 모습도 두로 보인다. 멀리 오사카 성도 보이고 반대편 베이지역의 대관람차도 보였다. 츠텐카구(通天閣) 주변이 재개발이 활발히 일어나지 않아,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년전에 비해서는 높은 빌딩이 많이 들어선 느낌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예전에 보이지 않던 행운을 준다고 하는 빌리켄 콜렉션이 보였다. 발바닥을 만지면 복을 준다고해서 사람들이 하도 많이 만져서 움푹 패어 있는 빌리켄만 자리를 지켰는데 이제는 단체로 전시해 놓았다. 다른 층에서는 츠텐카쿠의 과거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과거에 에펠탑의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고 주변에는 동물원과 놀이동산이 있었다는 내용과 옛날 츠텐카구(通天閣)가 세워졌을 때의 지형에 대한 모형도를 볼 수 있었다.
얼마전과는 달리 츠텐카쿠 각층에 각종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단순히 입장 수입만으로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서 여러 상점이 입점해 있었는데 그중 글리코도 입점해 있었다. 매장 입구에 도톤보리에서 보았던 글리코맨을 만들어 놓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매장에는 내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글리코에서 생산되는 각종 과자와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종류를 만들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쓰덴가꾸(通天閣) 주변에는 음식점이 굉장히 많았고 특히 꼬치가게가 많았다. 지금은 도톤보리(道頓堀)나 우메다 지역이 오사카의 번화가로 바뀌었지만 신세카이(新世界)는 한때 오사카에서 가장 화려함을 자랑했던 번화가였고, 지금은 오사카의 서민적인 거리로 남았다. 낮시간 보다는 야경이 훨씬 멋있다고 하는데 항상 낮에만 이곳을 찾아서 화려한 야경은 보지 못했다. 많이 쇠락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이 남아 있는 듯하다.
도톤보리에서 다코야키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식사를 하는 바람에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고 이곳에서 점심식사에 앞서 간단한 군것질을 하기로 하고 다코야키를 파는 집을 찾아 갔다. 유명한 체인점은 아니지만 골목 안에 제법 깨끗하게 영업을 하고 있어서 많은 가게 중에서 선택해서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떡볶이처럼 오사카 시내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타코야키이다.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점심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손님이 없어 주인과 한참 이야기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 지역도 서서히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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