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마라톤 참가 준비를 마쳤다. 6촌 동생도 오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는데 자기 친구를 만나서 함께 참가하기로 했는지 저녁에 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하고 먼저 출발해 버렸다. 고모님께서 당숙집으로 오셔서 대회장에 함께 가겠다고 하신다. 나 혼자서도 찾아 갈 수 있는데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덕분에 편하고 빠르게 운동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모님께서는 아침에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까지신경을 써 주셔서 그냥 평소에 먹는 아침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당숙과 고모님, 그리고 집사람과 함께 대회 출발 장소인 니시쿄고쿠(西京極) 종합운동공원에 도착했다.
아침 날씨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쌀쌀해서 달리기 복장도 추위에 대비할 수있도록 준비하고 나왔다. 한국보다는 훨씬 포근할줄 알았는데 오늘은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고, 아침에서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쌀쌀한 날씨다. 그래도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다. 짐을 맡길 때까지 최대한 체온 유지를 위해서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대중교통을 통해서 이곳에 왔다면 출발장소로 오는 것이 조금 불편했을 것 같다. 한큐교토선을 이용해서 니시쿄고쿠(西京極)역으로 와서 조금 걸어야 한다.
대회 출발 장소인 니시쿄고쿠(西京極) 종합운동장의 한쪽은 모든 사람이 입장 할 수 있도록 개방을 해 놓았고, 참가 선수들이 입장 할 수 있는 곳은 따로 만들어 통제하고 있었다. 니시쿄고쿠 종합운동장은 일본 J리그의 교토 상가 FC의 홈 구장이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유명해지기 전에 일본리그에서 활약할 때 소속되어 있었던 팀의 구장이다. 1942년에 지어진 경기장이라고 하는데 딱히 볼 것이 없다 할 정도로 허전하고 오래 된 느낌의 운동장이다. 경기장도 오래되었지만 운동장 주변의 나무도 이끼가 가득하고 수령도 많은 듯하다. 마라톤 출발 장소도 고도 교토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서 함께 이동하니 물품보관 차량이 보였다. 썰렁하고 허전한 운동장 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물품보관소의 풍경이 더 활기차 보여서 좋다. 다행히 교토마라톤 대회장은 운동장만 선수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통제선을 만들어 놓았고 물품보관소가 있는 공원의 대부분은 참가자와 가족들이 함께 들어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허용해 놓았다. 나 혼자 왔다면 모르지만 가족과 친척이 함께 왔는데 입장도 못하고 돌아 갔으면 허전할 뻔했다.
옷을 갈아입고 물품은 보관하는 장소가 공원에 위치라고 있어서 이른 아침이지만 나처럼 가족이 함께 나와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동장은 허름해 보여도 운동장이 있는 공원은 그래도 가족들이 놀러 나오기에 괜찮은 공원으로 보였다. 요즘은 해외마라톤을 개별적으로 참석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아졌는지 이곳에서 한글이 쓰여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물품보관 차량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 참가자중 미국사람과 중국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만나니 반갑다.
교토 마라톤도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기 때문에 짐을 이동시키는 보관트럭을 운영하고 있었다. 날씨가 생각보다는 쌀쌀해서 가급적 천천히 맡길 생각이었는데, 아침부터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생각에 이제는 짐을 맡기고 운동장 안쪽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교토마라톤 대회장에도 문을 옆으로 열수 있는 커다란 트럭을 준비해서 짐을 맡기는 일이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음에도 거의 기다리지 않고 짐을 맡길 수 있었다. 참 진행을 잘 한다는 생각 뿐이다.
가족들과 헤어지기 전에 사진을 한장 찍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나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나를 위해서 와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 날씨가 추운데 더 오래 머물게 하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생각보다는 빨리 짐을 맡긴 것이다. 대회 참가복장으로 옷을 빨리 갈아 입는 바람에 추위에 조금 더 떨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부터는 함깨온 가족 입장은 안되고 선수만 입장이 가능하다. 집사람은 당숙과 고모님과 함께 교토 시내구경을 하다가 내가 결승점에 들어올 무렵에 결승점 인근에서 만나기로 했다. 고모님과 당숙이 교토에 계시니 내가 뛰는 동안에 집사람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나로서는 많이 편하다. 부담감 없이 달리기 위해서 운동장 안쪽으로 이동한다. 다행이 교토마라톤 대회에서는 도쿄나 오사카 마라톤 대회처럼 입구에서 검문 검색을 심하게 하지는 않는다.
축구장 왼쪽 편에는 야구장도 있다. 야구장도 선수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아직 선수들이 모두 입장한 것이 아니어서 많이 한산했다. 햇빛이 비치는 양지쪽에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직은 쌀쌀한 느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야구장과 축구장 사이 공간에서는 물과 스포츠 드링크를 나눠 주고 있었고, 각종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춰 놓아서 불편함이 없었다. 날씨가 조금 따스했으면 물을 많이 마셨을텐데 날씨가 서늘해서 물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A그룹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주로 구경을 하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달릴 예정이어서 빨리 달리는 A그룹에서 출발한 생각이 없었다. B그룹 후미와 C그룹 선두에서 출발할 생각이다. 운동장 안쪽은 바람이 조금 차단되고 햇살이 비추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바깥보다는 덜 쌀쌀했다. 이제 해도 뜨고 날이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1만 5천여명의 참가자도 한번에 모여 있으니 숫자가 제법 많다. 니시쿄고쿠(西京極) 종합운동장의 스텐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2만명 정도라고 들었다.
이번 교토마라톤 대회는 혼자서 대회에 참석하게 되어서 출발장소에 함께 있는 동료가 없어서 심심하다. 혼자서 출발하기 앞서 무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심심해서 잠시 이탈해서 운동장 스텐드로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대회장 분위기도 살펴 보았다. 스텐드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출발에 앞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동일본 지진사태로 숨진 사람들에 대한 묵념의 시간도 갖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2011년에 발생했으니 벌써 5년이나 지났음에도 동일본 지진이 일본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
대형 전광판에는 행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운동장 곳곳을 비쳐 주면서 행사 진행 내용을 중계해 주기도 한다. 대회 참가를 축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그중에 가도가와 다이사쿠(門川 大作) 교토시장도 이곳에 참석해서 기념사를 했다. 어디를 가나 마라톤 대회가 정치인들에게는 표시 안나는 좋은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인 모양이다. 그래도 시장이 교토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는지 참가자들이 박수를 많이 치면서 좋아한다.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목에 두르고 있는 버프는 이번 교토마라톤의 공식 기념품이다. 공식 기념품이 버프보다는 교토마라톤을 상징하는 티셔스가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오늘 사용하고 나면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착용하고 왔다. 달리는 동안 이곳의 날씨가 어떨지도 가늠하기 어려워 추위 대비용 차원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제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참가자들이 앞쪽으로 빽빽하게 몰리기 시작한다. 이제 즐거운 여행이 시작된다.
(6편에서 계속)
'외국 마라톤 여행 > 교토마라톤('16.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토마라톤 14-7 (주로풍경2, 결승점 풍경) (2016.2) (0) | 2017.11.05 |
---|---|
교토마라톤 14-6 (주로풍경) (2016.2) (0) | 2017.11.04 |
교토마라톤 14-4 (마라톤 엑스포장) (2016.2) (0) | 2017.11.01 |
교토마라톤 14-3 (오사카 아침산책, 주택전시관 등) (2016.2) (0) | 2017.10.31 |
교토마라톤 14-2 (오사카성, 오사카텐만궁 등) (2016.2) (0) | 2017.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