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16.2)

교토마라톤 14-7 (주로풍경2, 결승점 풍경) (2016.2)

남녘하늘 2017. 11. 5. 00:16

 

 교토시청(京都市役所)을 지나 다시 긴카쿠지(銀閣寺) 방향으로 달린다. 시청을 조금만 벗어나도 교토에서는 8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 어려운데, 시청 주변이라서 주로에 그나마 조금 높은 빌딩들이 보인다. 오늘도 달리면서 높은 빌딩은 시청 근처에서만 보았다. 대신 오래된 건축물과 일본스러운 주택은 엄청나게 많이 보게 된다.  중간 중간에 급수와 먹거리는 충분하게 주어서 먹는 것은 충분하다. 염분 보충을 위해서 소금사탕도 나눠준다. 오늘 땀을 그다지 흘리지 않아서 소금을 보충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긴카쿠지(銀閣寺) 입구로 가는 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긴 오르막인 이마데가와도리(今出川通)다. 경사도가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자들이 이미 40km 가까이 달려 왔기 때문에 지쳐서 언덕길을 걷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달렸기 때문에 그다지 지치지는 않아 편하게 오른다. 그나마 은각사 입구앞 반환점을 지나면 내리막이 시작되기 때문에  편하게 내려가면 된다. 이후로는 결승점까지 언덕이 없기 때문에 이 구간을 잘 견디면 더 이상 힘든 코스가 없다.  

 

 



 긴카쿠지(銀閣寺) 입구에서 언덕길을 내려 오면서 노벨상 수상자를 10명이나 배출했다는 일본의 명문 학교인 교토대학(京都大學)을 지나간다. 보통의 학교처럼 특별한 건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나마 담장과 나무 숲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큰 길가로 나오니 교토대학의 체육관이 보였다. 처음에는 극장이나 미술관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교토대학교의 체육관 건물이다. 길 건너 반대편에 교토대학 본관 건물이 있다. 교토대학은 일본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학교라고 한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 왔더니 드디어 결승점이 1km 정도 남았다. 오늘도 사진을 찍으면서 매 km당 6분 정도의 속도로 달리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는데 처음에는 많은 주자가 나를 많이 추월해 갔지만, 30km를 지나서는 내가 더 많은 주자를 추월할 수 있었다. 초반의 여유로움이 달린 것이 결승점 근처까지도 유지되니 오히려 막판에 즐겁게 달리지 못하는 사람을 추월하게 만든다. 급수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스텝이 배치되어서 봉사를 하고 있다. 응원하는 시민도 끝까지 많이 있었고...  

 

 

 



 헤이안진구(平安神宮)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처음 달리는 코스이지만 거리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대략 결승점까지는 이제 500여m가 남아 있는 듯하다. 세계 문화유산 등의 많은 관광 명소를 지나치면서 보았고, 자원봉사자들의 성원과 시민의 응원에 힘입어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지어 가고 있다. 대회를 마치고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공식 응원 인구가 50만 3천명이었다고 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뒤에서 오는 주자를 확인하면서 다른 주자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고 잘해 왔는데, 결승점을 불과 500여m 남겨 놓고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실수를 했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와 교토 롬극장(ROHM Theater Kyoto) 사이에 무희들이 춤을 주고 있는 광경을 찍으려고 멈추어 섰다가 뒤에서 뛰어오던 사람이 내게 부딪쳐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주자였는데 결승점 가까이 뛰어 오다보니 힘이 들어서인지 나를 보고도 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부딪치게 되었다. 너무나 미안해서 죄송하다고 여러번 말하니 괜찮다고는 하지만 많이 힠들었을 것 같다. 이름을 물어볼 상황도 아니어서 뒷모습을 찍어 놓았는데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 내 잘못으로 엄청 미안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 정문 앞에서 우회전해서 어제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 옆으로 가면 결승점이다. 교토 시민들의 응원 문화도 정말 대단했다. 날씨가 응원을 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을 해 주어서 그 힘에 쉽게 달릴 수 있었다. 결승점을 앞두고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와서인지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결승점이 보이는데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다시 생긴다.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 옆에 있었던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큰 도리이(鳥居)도 보이고 결승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즐겁게 달려서 4시간 12분 49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들어왔다. 기록을 생각하고 달렸다면 카메라를 들고 뛰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주로를 달리면서 많은 추억을 담아서 왔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고 즐기려고 왔기에, 교토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그것도 예상했던 4시간 12분의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었다.내게 부딪쳐 넘어졌던 분이 나보다 늦게 들어왔기에 다시 찾아서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와서 찾지 못해 미안함이 다시 남는다.   

 

 



 결승점을 지나고 나서 바로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승점 뒤에도 동선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참가자를 걷게 해 준다. 힘들게 달려온 사람들의 근육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셈이다. 이후 물품 보관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건도 지급 받고 완주 메달과 물과 기념품 등을 차례로 받게 된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큰 도리이(鳥居)는 어제 엑스포에 입장하면서 봤지만 비가 내려서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보니 엄청난 규모다. 높이 24m 폭 18m로 교토에서 가장 큰 도리이라고 한다.      

 

 



 교토마라톤 대회에서도 완주한 주자에게 음료수부터 나눠주지 않고 완주 기념 대형수건을 가장 먼저 지급했다. 날씨가 쌀쌀하면 저체온증으로 고생할까봐 수건부터 나눠주는 모양인데, 다행히 아침과는 달리 날씨가 포근해져서 수건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이 커다란 수건은 오늘 한번만 사용하게 되고 집에 가면 쓸일이 없어 다른 기념품이 좋지 않을까 싶다. 텐트안에 수북히 쌓여 있는 수건을 보니 아직 내 뒤로 많은 주자들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천히 뛰었음에도 이 대회에서는 그리 늦은편이 아닌 모양이다.    

 

 

 

 



 수건을 나눠준 다음 순서로 완주 메달을 주자들 목에 걸어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면 완주한 다음 메달을 받아 목에 걸지 않고, 그냥 비닐커 버를 벗기지도 않고 집에 와서 메달보관 박스에 넣어버리곤 했었다. 오늘처럼 직접 목에 걸어주지 않는다면... 오늘도 메달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에 걸어주니 어쩔 수 없다. 완주메달을 메달을 걸어준 자원봉사 학생과 함께 사진을 한장 남긴다. 외국대회에 왔으니 메달을 달고 조금 돌아다녀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주 기념 수건과 완주메달을 지급하고 나서 가장 끝으로 물과 바나나 등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오늘 달리는 주로에서 먹거리를 많이 준비해 놓았고 달리면서 많은 것을 먹었기 때문에 결승점에 들어와서는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교토마라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협의했던1997년 교토의정서의 체결도시를 강조하고자 인쇄물도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패트병, 비닐봉투도 최소화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교토마라톤의 장점중에 하나는 도착하자 바로 완주증을 발급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요즘 모든 대회가 기록 계측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교토마라톤처럼 완주증을 현장에서 발급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원이 많이 필요하고 굳이 현장에서 귀찮게 발급할 생각을 하지 않기에 현장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수많은 주자가 들어오지만 기록증 발급 부스를 많이 만들어 놓아서 정체가 생기지 않았다. 완주증 발급 부스 근처에는 헬프 데스크가 있어서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진행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만큼 참가자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다.  

 

 

 



 배번을 체크하더니 바로 기록을 출력해서 기록증이 구겨지지 않도록 투명 비닐커버에 넣어서 준다.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오늘 대회는 참가자 16,000명 중에 15,112명이 완주해서 94.5 %의 높은 완주율을 보였다고 한다. 남자부 1위는 에문 다이스케(上門 大祐)가 2시간 17분 54초의 기록이었고, 여자부 1위는 마츠모토 쿠타아키라(松本 久昌) 2시간 50분 41초의 기록이었다. 교토마라톤 대회는 엘리트 선수를 초청하지 않는 순수 아마츄어대회여서 아프리카 선수를 볼 수 없었다. 내 기록도 전체 4,633등이었고 연대별로는 754등이었다.     

 

 



 아침에 맡겼던 물품을 찾기 위해서 어제 엑스포가 열렸던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로 이동하게 된다. 결승점부터 물품 을 되찾고 옷을 갈아입는 곳까지 모두 선수만이 입장할 수 있었고, 옷을 갈아 입은 이후 밖으로 나가야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어 놓았다. 힘들게 뛰어온 주자들이 완주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보도에도 않아서 쉬고 있는 주자가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야외에 있어도 쌀쌀하지 않았다. 

 

 


 

 건물 내부에 있는 물품보관소로 이동하니 보관했던 차량별로 보관장소를 구분해서 정렬해 놓았다. 자원봉사자가 많아 주자가 도착하면 즉시 물품을 내 주었다. 우리가 달려오는 동안 번호순으로 정렬을 해 놓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회의 물품보관 자원봉사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어 원활한 진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 친절하기까지 했다. 물품보관소 바로 옆 전시장은 옷을 갈아 입는 공간이다.   

 

 



 물품보관소와 이어진 옷을 갈아 입는 장소도 넓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달리고 들어와서 추위에 고생하지 않도록 넓은 공간을 훈훈하게 만들어 놓아서 편하고 여유있게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일본의 다른 마라톤대회와 마찬가지로 교토마라톤 역시 텐트 한두동 달랑 준비헤 놓고 복잡하고 냄새나는 가운데 옷을 갈아 입으라고 하는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와 상당히 비교가 된다. 더불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도 많은 비교가 된다. 옷을 갈아 입은 뒤 3층에서는 무료로 따뜻한 된장국을 주는 서비스와 함께 마사지, 족욕탕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어서 올라가 보지도 않고 그냥 나오게 되었다.  

 

 

 



 옷을 갈아 입고 나서 당숙부와 집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당초 만나기로 했던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 입구쪽 붉은색 큰 도리이(鳥居)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주변에 있는 일본사람한테 핸드폰을 빌려서 연락을 취했다.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붉은 색 도리이가 보이는데 주자들 이외에는 이쪽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고 나에게 서쪽 대기장소로 넘어 오라고 한다. 아마 당숙부께서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보지 않아서 결승점의 상황을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선수를 주변의 모든 지역을 드나들 수 있어서 내가 반대편으로 가기로 했다. 기다리는 약간의 시간에 주변을 조금 둘라 보았다.   

 

 



 고모님께서는 몸이 조금 불편해서 결승점까지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고, 집사람과 당숙부님만 함께 결승점 근처에 들어왔다고 하신다. 집사람 혼자서 기다렸으면 만나기로 한 장소가 변경되어조금 불편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쉽게 빨리 만날 수 있었다. 결승점 주변에서도 응원나온 가족을 위해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갈 계획이 따로 있었고, 고모님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 더 둘러보지 않고 바로 대회장을 떠난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큰 도리이(鳥居) 방면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해서 결국 헤이안진구(平安神宮)와 교토 롬극장(ROHM Theater Kyoto) 사이에 무희들이 춤을 주고 있는 방향으로 해서 되돌아 나와야 했다. 조금 전에 결승점을 앞두고 사람과 부딪쳐 넘어진 현장을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40여분 늦게 들어오고 있는 주자들이 많이 있어 힘내라고 소리치면서 지나친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