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16.2)

교토마라톤 14-6 (주로풍경) (2016.2)

남녘하늘 2017. 11. 4. 00:09

 

 교토마라톤 대회는 니시쿄고쿠(西京極) 종합운동장을 출발하여 헤이안 진구(平安神宮) 앞으로 골인하는 코스다. 드디어 9시가 되니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출발 순서는 A그룹부터 시작해서 H그룹까지 풀코스 참가자 15,000여명이 순서대로 출발하게 된다. 출발 신호가 떨어져도 C그룹 바로 앞쪽에 있었어도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천천히 달릴 생각이어서 출발 라인 바로 앞쪽에서도 사진 한장 찍는 여유를 부렸다. 운동장에서 출발하니 스텝이 운동장 안쪽에 있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도 부담이 없었다. 

 

 



 운동장에서 나와 고조 도리(五条通)와 시조 도리(四条通)를 따라서 뛰게 된다. 교토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인데 길가에 주택은 많이 고풍스럽다는 느낌이다. 아직은 주자간의 거리가 넓혀지지 않아서 도로에 주자로 가득하다. 거리의 표지판에 아침 기온이 영상 8도라고 알려 주고 있었다. 바람까지 조금 불로 있어서 체감온도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길가에 많은 시민이 나와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   

 

 

 



 4km를 달려 시조도리(四条通)가 끝나는 곳에 가스라가와(桂川)가 나왔다. 달리면서 몸이 조금씩 데워졌는데 강가로 나오니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몸이 움추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 쌀쌀한 날씨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다. 4km 지점에서 시작된 가스라가와(桂川)는 6.5km 까지 갈 때까지 이어졌다. 강 주변의 잘 꾸며진 일본식 가옥과 멀리 보이는 첩첩 산봉우리가 너무나 조화롭고 멋있어서 나중에 한번 와 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번 가보려고 생각했던 아라시야마(嵐山)와 이어져 있었던 곳 이였다. 달리면서 보아도 멋 있는 곳이다.   

 

 



 가스라가와(桂川)를 벗어나서는 한적한 시골 길이 이어진다. 좁은 2차선 마을 길을 지나치는데 한적한 마을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교토 시내의 모습도 높은 건물이 없어서 편안한 느낌이지만 외곽으로 나오니 완전 시골 같다는 느낌이다. 마을을 조금 지나니 히로사와노이케(広沢池)가 나왔다. 연못을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연못의 풍광과 주변의 모습이 어우러져 멋있었다. 마라톤 코스를 설계할 때 엄청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히로사와노이케(広沢池)를 지나 실질적으로 첫 오르막이 나왔다. 대략 10km 지점이었는데 도로변에 쭉쭉 뻣은 대나무가 가득해 있어서 풍광이 멋졌다. 오늘 달린 주로 중에서 내게는 가장 멋있는 주로였다는 판단이다. 오래된 사찰이나 멋진 건물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조금 힘들었던 언덕을 대나무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올라갔다. 곧게 뻗은 대나무가 촘촘하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를 자랑하는 아라시야마(嵐山)의 치쿠린(竹林)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여서 이곳도 대나무 숲이 멋있던 것 같다.  

 



 대나무 숲길을 지나고 나니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기누카케노미치(きぬかけの路)라고 불리는 길인데 일본의 전통가옥과 현대식 가옥이 혼재되어 있지만 조화롭게 보이는 마을이 이어졌다. 아직도 주로가 좁아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추는 것이 미안했다. 사진 한장을 찍으려해도 뒤따라 오는 주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주자들에게 피해가 없게 만든 위치에서 사진을 찍곤 했다. 좀 달려가면 넓은 주로가 나올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주로가 넓지는 않았다. 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많이 있어서 사진을 부탁하면 아주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교토마라톤 대회의 장점을 설명한 자료에 국제문화 관광도시 교토를 경험해 본다는 것이 있었다. 코스 주변으로 7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달리면서 볼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첫번째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했던 덴류지(天龍寺)는 주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구경할 수가 없었지만 두번째 나타나는 닌나지(仁和寺)는 니오우몬(二王門 ) 앞을 지나치게 된다. 닌나지는 1994년에 고도(古都)교토의 문화재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코스에 이런 명승지를 넣어서 교토를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닌나지까지 구경은 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니오우몬 앞은 뛰어서 지나치게 된다.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면서 도심에서 주자와 시민이 함께 도로의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교토마라톤 대회에서 배웠다. 지금까지 어느 대회에 가더라도 공식적으로 도로를 횡단시켜 주는 법이 없었는데 교토 마라톤 대회는 그 방법을 찾아서 적용하고 있었다. 도심 몇 몇 곳에 있는 횡단보도를 앞두고 주로를 양쪽으로 분리해 놓았다. 그리고 횡단보도 중앙에 섬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 양쪽 주로를 교차해서 도로를 통제하며 시민을 통과시켜 주고 있었다. 이런 통행 방법을 운영하려면 꽤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다른 대회에서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매번 마라톤 대회에 가면 도로를 급하게 지나야 하는 사람들을 통제만 하고 있는 국내대회에서 꼭 한번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달리다 보니 이마미야진쟈(今宮神社)가 나타났다. 그냥 멀리서 보아서는 어떤 건물이 절이고 신사인지 구별하지는 못하겠지만 멀리서 보아도 정문이 멋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마미야 신사는 1천년이 넘은 곳이라고 하는데 주변에 엄청나게 많은 시민과 응원하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신사 정문앞에는 북을 치면서 힘을 주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마미야진쟈(今宮神社)는 옛날 교토에서 역병이 퍼졌을 때 역병을 막기 위해 기도를 드린 것을 계기로 세워졌다고 한다. 이런 문화재를 구경하면서 달리는 것이 즐겁다.   

 

 

 



 츨발 이후 교토의 서쪽을 흐르는 가스라가와(桂川)를 지나쳐 왔는데 이제 18km 지점에서 교토의 동쪽을 흐르는 가모가와(鴨川)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보면 강이라고 하기보다는 하천의 개념이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강이라고 부른다. 강변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지금은 휑한 느낌이지만 꽃이 피었을 때는 엄청 멋있을 것 같다. 날이 조금 훈훈해져서 강가임에도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강변을 따라서 대략 3km정도를 달리게 된다. 숲이 우거졌을 때에는 멋진 경관이겠지만 겨울철의 강변은 그다지 멋진 풍광은 아니다.   

 

 

 



 가모가와(鴨川)를 벗어나서 하프지점을 통과했다. 이제 교토마라톤도 후반부에 접어 든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키타야마도리(北山通)의 끝에 첫 반환점이 있었다. 덕분에 처음으로 같은 주로에서 마주치는 주자를 볼 수 있다. 마주치는 거리가 5km 남짖 되는 듯하다. 비슷한 시간대를 달리는 주자들이어서 달리는 속도나 자세가 비슷해 보인다. 이곳도 번화가가 아니어서 조용한 중소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길가에서 응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25km 지점 근처인 교토 콘서트홀 주변에서는 춤과 노래와 무용으로 주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교토마라톤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작년 대회부터 새롭게 주로에 포함되었다는 교토식물원(京都府立植物園)을 지나게 된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식물원 앞을 지나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예 식물원의 일부를 달릴 수 있게 만들어 놓아 내심 많이 놀랬다. 문화유산을 보면서 달리는 것도 좋았지만 식물원 안쪽 보행로를 달린다는 것에 감탄하고 즐거웠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어서 앙상한 나무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식물원의 나무들이 크고 높아서 웅장한 숲의 느낌이 많았다. 멋진 숲 길을 달릴 수 있어 행복했다. 정말 멋진 주로다.       

 

 

 



 뉴욕마라톤 대회때 마지막 센트럭파크를 달릴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다. 코스를 따라 주로만 달려서 식물원의 모든 곳을 둘러 볼 수는 없었지만, 식물원이라기보다 그냥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달리는 주로를 따라서 벤치가 있어 날씨가 좋으면 가만히 앉아 책을 읽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원 출구를 나오는 곳에는 게이샤 복장을 한 사람들이 전통공연을 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공연 구경을 하고 와도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사진 한장 찍을 정도의 여유만 있어서 아쉽다.    

 

 

 



식물원을 나오며 다시 가모가와(鴨川) 강변을 따라서 달리게 된다. 이제는 강변 도로가 아니라 아예 강변으로 내려와서 산책로를 따라서 뛰게 된다. 대략 6-7km 를 강변을 따라서 뛰게 되는데 이는 교토 도심의 교통 상황을 고려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도로를 따라서 달리게 되면 가모가와를 지나는 교량 모두를 통제해야 하니 교통체증이 심각할텐데 산책로를 따라 달리니 체증이 덜 심할 듯 싶다. 달리는 산책로의 많은 구간이 흙길로 달리게 되어 있어서 오히려 달리기에는 편했다. 하천만 보면서 달려 지루한 감은 있었지만....  

 

 

 



 31km 지점을 통과한다. 조금 지루한 구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 구간에서 보았을때 많은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지나니 급수대가 나온다. 교토마라톤 대회도 급수대에서 음료수 이외에 여러가지 먹거리가 준비되어 열량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빵처럼 생긴 과자부터 바나나, 초코렛, 사탕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되었다. 길가에 나와서 응원하는 시민들도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서 먹는 것이 부실해서 달리지 못하겠다는 소리는 할 수 없다. 오늘도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달려서 주로에서 주는 먹거리는 모두 먹으면서 달린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가모가와(鴨川)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교토의 도심을 달리게 된다. 마루타마치도오리(丸太町通り)를 따라서 뛰게 되는데 조금 지나니 교토고쇼(京都御所)의 높은 담장과 숲이 나타났다. 메이지 덴노(明治 天皇)가 도쿄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대대로 일본의 덴노들은 바로 이 교토고쇼에서 기거했다고 한다. 규모가 얼마나 큰지 한참을 뛰어가도 끝나지 않는다.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담장을 따라서 뛰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 코스다. 처음으로 지나치는 곳이여서 어디가 정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워낙 큰 곳이어서 문이 곳곳에 있는 모양이다. 지나치면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35km 지점을 통과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7km 남짖... 어짜피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달리고 있기에 그다지 힘들지 않게 즐거운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남아 있는 거리에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다고 들어서 어떤 곳이 나타날지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35km를 지나서 나타난 교토시청(京都市役所)의 모습이다. 이곳 역시 앞에서 말했던 교토식물원과 교토교엔과 더불어 작년부터 새롭게 주로에 포함된 곳이라고 한다. 시청앞 조그마한 광장을 한바퀴 돌아보게 만들어 놓았다. 옛날 우리 서울시청 구청사와도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건물이 1927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벌써 100년의 세월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청 구청사는 1926년에 완공되었다고 알고 있다. 시청 광장 앞에서는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때 입었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밴드와 함께 나와서 연주를 하고 있어 독특했다. 젊은 친구들의 밴드 연주가 달리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