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백지회 예봉산 산행 (2017.8. 15)

남녘하늘 2018. 12. 26. 00:28


 백지회 회원들과 여름 산행으로 정기모임을 대신했다. 광복절에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두달전에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전날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올해는 장마때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다가 8월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기상청의 예보가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것도 제법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한다. 다른 모임에서 산행을 예정했으면 오늘같은 기상이라면 당연히 산행을 취소하고 그냥 모임을 갖거나 다른 날로 연기를 했겠지만, 백지회 회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내가 총무를 맡고 있는데, 내게 산행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오는 회원이 없다. 당연히 산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산행은 운길산역에서 모여서 예봉산과 적갑산을 거쳐 운길산까지 다녀오는 일정을 잡아 놓았다. 회원 모두가 풀코스 마라톤을 100번 이상 완주한 사람들이어서 이런 산행도 훈련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약속했던 시간에 회원들이 모두 모였다. 다행이 출발하는 시간에는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걷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산행을 하면서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운길산역에서 출발해서 생태체험마을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주변의 숲과 밭에 있는 작물들이 비가 내려 싱싱한 느낌을 준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산행을 하기에는 불편함은 없는 정도다. 이 길을 통해서 예봉산을 오르려면 거리가 길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은 코스인데, 비까지 내리니 호젓한 산행이 된다.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경사도가 급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나타나는 봉용골 전망대는 소박한 전망대지만, 이곳에서 보는 전망은 올라 오느라 들인 노력에 비해 아주 좋다. 철교, 양수교, 두물머리까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여서 구름이 남아 있는 강건너의 모습도 보이고 양수리의 전경도 보인다. 날씨가 맑았으면 이곳 전망대에서 운길산도 조망할 수 있는데 산쪽으로는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부터 율리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로 이어진다.   






 오늘 비가 오지 않는 날씨였다면 엄청 더워서 중간에 휴식을 취해주면서 올라갔어야 했겠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산에 오르니 상대적으로 덜 더워서 중간에 휴식을 취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1시간쯤 예봉산을 오르다가 잠시 물을 마시려고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부터 비줄기가 조금씩 굵어진다. 주변에 안개가 짙게 낀것처럼 보이지만 안개가 아니라 구름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부 회원들은 우의를 입기 시작했는데 이미 비와 땀으로 젖어버린 상태여서 우의를 입는 것보다 비를 맞으며 오르기로 한다.    





 예봉산 정상이 해발 678.8m인데 예봉산보다 조금 낮은 590m 의 율리봉에 도착했다.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도 전망이 좋은데 오늘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예봉산까지는 700여m남아 있다. 이곳부터는 조금 경사가 있다. 아직까지는 비가 오락 가락하는 수준이다. 멀리서부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어 번개를 동반한 적란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 온다. 예봉산 정상 바로 옆으로 강우관측소인지 공사를 크게 하고 있는데, 빨리 끝내야 할 듯하다. 상당히 불안해 보이는 느낌이다.   





 예봉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할  무렵부터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이 엄청 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마비가 내리는 것처럼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사진을 한장 찍기도 힘들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정상에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회원들과 함께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어야 했는데 모두 모여서 찍지도 못했다. 구름도 가득해서 전망이 좋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내려다 볼 수가 없다. 비가 10분정도만 늦게 내렸다면 좋았을터인데 아쉽다.      







 예봉산 정상부에 있는 그늘집 이후에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 수준의 비가 내려서 더 이상 산행을 하기에도 힘들었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가는 산행로는 능선길로 이어져 있어서 번개가 치면 위험한 산행이 될 수 있어, 안전상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건강하기 위해서 산행하는데 산행때문에 건강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가 너무 내려서 카메라를 꺼낼 처지가 되지 않아서 그냥 부지런히 내려왔다. 운길산으로 가지 않아서 산행 시간이 예상했던 것보다 1시간 정도 빨리 끝났다. 오늘 비가 온다고 예보되어 있어서 사람 많기로 유명한 예봉산에서 산행을 온 다른 일행은 두팀만 보았다. 산행을 온 사람이 비정상인 셈이다.  





 산에서 내려와 운길산 역 근처에 있는 식당터에서 비에 완전히 물범벅이 되어버린 등산화와 발을 간단히 씻어 주었다. 운길산역 근처에 있던 음식점들이 하수처리 문제 때문에 거의 폐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는데 하수종말처리 시설의 한계를 넘어선 음식점 허가를 내주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산행을 마치고 간단히 뒷풀이 하기에 좋았었는데, 환경보전이라는 것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 일행은 서종면 문호리에 있는 회원의 별장에서 뒷풀이를 했다. 원래 계획은 산행을 마치고 양수리쪽으로 이동해서 장어집에서 뒷풀이를 할 생각이었는데 회원의 가족 별장에 초대를 해서 예봉산에서 별로 멀지 않은 문호리로 옮겨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준비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산행을 계획했던대로 모두 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뒷풀이 시간이 길어졌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