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산악회에서 춘천의 삼악산으로 산행을 다녀 왔다. 삼악산은 소양강,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푸른 강변을 끼고 남쪽의 검봉, 봉화산과 마주하여 솟은 산이다. 주봉이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세개라고 해서 삼악산이라 하는데 악산 답게 제법 험하고 거칠다. 산 곳곳에 갖가지 모양을 한, 크고 작은 기이한 바위가 많다. 봉우리 사이의 주능선은 바위로 되어있고 계곡이 뚜렷하다. 과거 삼악산에 몇 번 다녀 왔는데 산세는 작지만 단조롭지 않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멋진 조망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아침에 상봉역에서 동문을 만나 함께 경춘선 전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경춘선을 타면 학창시절 소풍을 가는 느낌이 든다. 종점에서 전철을 탔음에도 경춘선을 따라서 산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에 앉지 못했다. 건강해서 산에도 가는데 한시간쯤 서서 가는 것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가던 후배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서 특별한 사진 몇 장을 찍어 주었다.
강촌역에 도착했다. 삼악산에 가려면 강촌역에서는 조금 걸어야 하는데 오늘 뒷풀이 예약을 해 놓은 식당에서 승합차를 몇 대 보내 주어서 산행을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산행 코스는 등선폭포에서 시작한 흥국사와 333계단을 거쳐 용화봉(해발 654m)에 오르고, 다시 상원사 방향으로 내려가서 삼악산장 매표소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되어 있다. 등선폭포입구에 도착하니 상가들이 꽤 많이 늘어서 있는데,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삼악산을 찾는 모양이다.
오늘은 산행에 참석한 동문들이 많아서 강촌역에서 등선폭포 입구까지 한번에 회원을 실어다 나르지 못해 승합차 두개가 몇 번에 걸쳐서 동문을 실어 날랐다. 참가자가 많으면 분위기는 좋은데 이런 시간 낭비요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자피 동문 모임이라면 많은 동문이 함께 하는 편이 더 좋은 듯하다. 삼악산은 성인 1인당 1,6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요즘 입장료를 내고 등산하는 곳이 거의 없는데, 아직도 입장료를 받고 있는 곳이 다 있다.
매표소를 지나니 바로 등선폭포가 나왔다. 협곡과 폭포를 보니 입장를 내고 들어와도 볼만한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문에 5억 7천만 년 전에서 25억 년 전에 퇴적된 모래암석들이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받아 굳어졌다는 규암층에 지각운동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규암의 절리들이 갈라져 만들어진 것이 바로 등선폭포와 같은 협곡이다. 혐곡에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해 보이는데 등산을 시작하면서 발을 담글 수 없어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나서 다시 한번 더 올라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협곡을 따라 바윗길을 오른다. 등선폭포 안내문을 읽고 보니 협곡이 만들어진 과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데 신비로운 자연의 현상에 감탄을 한다. 급격한 바위 계단길인지라 조심해서 오른다. 비교적 계단과 데크길을 만들어 놓아서 예전에 왔을 때에 비해서는 산행이 한결 편해진 듯하다. 연이어 나타나는 폭포와 그 사이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느라 처음부터 속도가 많이 느려진다.
비교적 평탄한 계곡길을 열심히 걷다보면 산장이 하나 나온다. 그 주변으로 삼악산성이 있던 자리였는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전설같은 이야기 같아 보인다. 주변에 넓은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살던 지역도 아닌데 산성이 필요했을까 싶다. 894년경 후삼국시대에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웠다고 하는데 궁예와 왕건이 싸웠다고 하는 장소가 너무나 많은 듯하다. 산장에서는 차도 판매한다고 하는데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냥 지나친다.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듯하다.
흥국사에 도착했다. 흥국사도 세워진지 오래된 사찰이라고 하는데 옛 명성에 비해서 터도 좁고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절 한켠에는 흥국사와 삼악산성의 유래에 관련된 내용을 알림판에 만들어 놓았다.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대웅정도 자그만하고 마당 한켠에 있는 석탑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다. 절 마당이나 근처에서 쉴 분위기가 아니어서 절을 조금 지나가서 간식 타임을 갖기로 했다.
흥국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계곡 옆 넓찍한 공간에서 간식 시간을 가졌다. 모두 물가에서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산장을 지난 다음부터는 물이 흐르는 계곡을 없었다. 그리 힘들게 올라 왔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다른 동문들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음식을 꺼내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간식타임이 아니라 쉬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완전히 자리를 잡아 버렸다. 맥주 한잔을 하더니 정상에도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날이 많이 더워서 지루한 산행이 재미 없었던 모양이다. 정상에 가면 지루함이나 힘 들었던 것을 보상해줄 수 있는 전망을 볼 수 있는데...
정상에서 상원사 방면으로 해서 삼악산장 매표소로 내려갈 사람은 먼저 출발하고, 용화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등선폭포로 내려올 동문들은 흥국사 근처에서 조금 더 쉬었다고 오르기로 했다. 용화봉에서 삼악산장 매표소로 내려가는 코스가 조금 가파르긴 해도 볼거리가 많은데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인원이 많았다. 아무리 볼거리가 좋아도 안전 산행이 우선이니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횡단을 할 사람들이 먼저 흥국사 우측 계단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다시 이어간다.
조금 더 오르니 아주 긴 333계단이라는 돌계단이 나온다. 아마도 등선폭포쪽에서 오르는 삼악산 등산코스 중에서는 가장 힘든 구간이 이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8월 삼복더위에 오르는 계단길은 숲속에 있어도 땀이 엄청 흐른다. 더운 날은 산에 오를 것이 아니라 계곡에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힘들여 계단을 오르면 초지가 기다리고 있다. 가파른 오름길에서 만나는 초지는 말그대로 이런 곳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로 엄청 넓다. 뒤쳐진 사람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초지를 지나 가파른 돌길을 조금 더 오르면 삼악산 정상에 도착한다. 해발 654m로 정상석에는 삼악산 용화봉이라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에 더 감탄한다. 의암호와 춘천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산에 오를 때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상석 주변에는 사람이 많아 순서를 기다리면서 인증사진을 겨우 찍는다. 다른 동문들 정상석 배경 사진을 찍어 주느라 정작 주변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정상의 경관보다 의암호쪽으로 조금 더 가서 있는 전망대의 경치가 훨씬 좋다. 이전에 삼악산에 왔을 때에는 전망대가 없었는데 몇 년 사이에 너무나 잘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있었다. 화악산과 용화산, 향로봉이 멀리 보이고 춘천 시내와 의암호 한가운데 있는 붕어섬도 보인다. 춘천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춘천도 이제는 아파트가 엄청나게 많이 지어져서 도시가 아파트 숲이다.
정상에서 휴식을 끝내고 하산은 의암호 방향으로 잡았다. 삼악산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늘 우리가 산행하는 코스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차를 가져가면 원점회기 산행을 하기 쉽지 않아 올라갔던 코스를 다시 내려와야 하는 때가 많다.우리는 음식점에서 내려오는 입구에서 차를 태워 주기로 해서 부담없이 의암호쪽으로 내려 온다. 내려오는 의암호를 내려다보는 코스는 조망은 좋지만 바위들이 험하고 급경사가 많아서 일부 동문은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 버렸다.
바위가 많고 가파른 경사의 하산길이라 위험한 구간이 일부 있기는 하다. 이 코스로 정상을 오르려면 제법 고생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옛날에 왔을 때 비해서는 위험스러웠던 장소에 철제 계단을 많이 만들어 놓아서 산행하기에 한결 편해진 듯하다. 산에서 자만하지 않고 조심하면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는데, 늘 겸손한 마음으로 산행하지 않고 자만해서 사고가 많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경사가 급한만큼 그에 대한 보상으로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바윗길은 상원사까지 계속 이어진다. 조금 위험한 곳에는 로프까지 설치되어 있어 안전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내려가는 암릉길에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대단해 보인다. 바위가 워낙 많은 길이어서 서두르지 않고 비교적 느긋하게 풍광을 즐기면서 내려 왔다. 내려오는 중간에 깔닥고개가 있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만나니 숨이 깔딱 넘어가지는 않는다. 올라가려면 생각보다는 힘들 것 같다.
깔닥고개에서 조금 더 내려와 상원사에 닿는다. 오대산에 있는 상원사와 같은 이름이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규모는 아까 산을 오르면서 만났던 흥국사만큼 작고 아담한 절이다. 사찰 옆으로 등산로가 따로 있었지만, 대웅전에 한번 들리고 싶어서 절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좋은 위치에는 있었지만 여느 절과는 달리 절마당이 너무 좁았다. 대웅전 앞에서 목례로 가족의 건강과 만사형통하기를 빌어 본다. 대웅전 옆으로 시원한 샘이 있어서 물 한컵 마시고 내려 왔다.
대흥사를 지나서는 바위길이 끝나고 경사도 한결 덜 급한 편이다. 의암호가 한결 가까이 보인다. 의암호를 따라서 이어져 있는 도로는 매년 가을에 되면 춘천마라톤 대회때마다 달리곤 했던 마라톤 주로이다. 출발해서 5km에서 10km 구간지역이다. 열심히 달리던 주로를 산위에서 내려다 보니 저 길을 어떻게 뛰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뛴다면 절대로 하지 못하겠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산행도 혼자 한다면 재미가 없겠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것처럼...
드디어 등선폭포의 반대편에 있는 삼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강촌역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다는다고 하는데 식당에서 이곳으로 차량을 보내주기로 했었다. 우리 일행이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 내려와서 아직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서 매표소 주변을 돌아 보았다. 의암호 주변은 자전거길이 한강을 따라 펼쳐진다. 매번 이 길을 뛰어 다니기만 했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주변을 찬찬히 돌아 본 것을 처음이다. 자건거 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어 다음에 자전거를 타고 한번 와 보아도 좋을 듯하다.
다시 처음 출발했던 등선폭포쪽에 있는 식당으로 왔다. 우리와 달리 정상에서 다시 흥국사로 해서 내려오기로 했던 일행들이 아직 내려 오지 않아서 다시 계곡에 가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닮궜다. 위험하다고 상원사로 가지 않은 일행들은 엄청 여유있는 산행을 하는 모양이었다. 늦게 내려 오는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시원한 물에 있으니 너무나 좋다.
동문들이 모두 모인뒤 함께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미리 예약을 해 놓은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계곡 사이에 바람도 불고, 물이 식당 옆으로 흐르고 있어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산악회 집행부가 미리 답사를 와서 예약해 준 덕분에 강촌역에서 등선폭포까지도 편하게 올 갈 수 있었고, 의암매표소에서도 편하게 식당으로 올 수 있었다. 음식도 맛 있었고, 함께한 선후배님과의 식사와 식사후의 음악회도 좋았다. 물소리에 묻혀 노래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일행들도 우리 일행의 음악성에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음식점에서 아침에 올 때처럼 집으로 갈 때도 강촌역까지 태워 주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경춘선은 다른 전철보다는 운행간격이 조금 벌어져 있어 한대를 놓치면 거의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기다림도 즐거움이다. 종점인 춘천역에서 몇 정거장 떨어져 있지 않아서 앉아서 갈 줄 알았더니 산에 다녀 오는 사람들이 많으지 빈자리가 없다. 그래도 선후배님들과 함께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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