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북한산 산행 - 26차 동문산행 (2017.6.10)

남녘하늘 2018. 9. 15. 00:23


 북한산으로 산행을 간다. 북한산은 워낙 큰 산이어서 산행 코스가 많은 곳인데 오늘은 구파발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다시 버스를 이용 삼천사 진관사 입구에서 내려 삼천사 계곡을 따라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모바위까지 가서 구기동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집에서 북한산까지 멀다 보니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집에서 일찍 나섰더니 모임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그냥 멍하니 일행을 기다리기 답답해서 오늘 산행 일정에 들어가 있지 않는 진관사에 혼자 다녀 오기로 했다. 


 북한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인 진관사는 고려시대에 창건한 고찰로 조선시대에는 한양근교의 4대 사찰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은평구에서 나와 진관사는 여러 번 와 보았던 사찰이기도 하다. 진관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고 비구니 스님들로도 유명하다. 진관사는 고려 현종이 왕위에 오르기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최진관조사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지은 절로 천년이 넘은 고찰이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던 절을 다시 중건했다고 한다.   





 한옥마을에서 조금 걸어 가니 진관사로 들어가는 입구인 일주문이 나왔다. 일주문을 지나 해달문으로 가는 주변의 전경도 아름답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가득하다. 오래전 진관사를 지나서 비봉과 향로봉을 올랐던 기억이 떠 오른다. 이른 아침인데 근처에 있는 군부대의 신병들이 사찰 방문을 나온 모양이다. 군기가 빠싹 든채로 인솔한 장교와 함께 한 여승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었다. 30년도 지난 옛날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기에 있는 사병은 서울근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는 친구들이다.   






 극락교 다리 건너기 전 옆 계곡을 따라 조성된 나무테크로 가도 진관사로 올라 갈 수 있다. 오랫만에 왔더니 이런 둘레길도 만들어 놓았는데, 등산하러 올라 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진관사는 여느 사찰과 조금 다르게 그렇게 화려하지 않고, 산속 깊숙히 또 높은 곳에 위치 하지 않았지만 단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의 절이다. 하지만 최근에 불사를 새로 짓거나 단장해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고찰의 느낌은 적었다. 오래전에 왔을 때에도 이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아득하다. 역시 기억력보다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사찰을 찬찬히 둘러보는 사이에 해탈문에서 만났던 신병들을 다시 만났다. 자대배치를 받아서 단체로 사찰 방문을 왔는데 신병들의 사찰방문은 일종의 휴식시간일 것이다. 부대마크를 보니 북한산 주변에 근무하는 56사단 사병들이다.    




 안쪽에 있는 칠성각에서 해체 보수작업을 하던 중에 태극기 하나를 발견되었다고 한다. 독립신문, 신대한신문과 같은 독립운동 사료들이 태극기에 싸여 불단 안쪽의 기둥사이에 숨겨져 있었라고 한다. 지금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료들은 항일운동을 하던 백초월 스님의 것으로 90년 동안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초월스님은 만해 한용운스님, 박용성스님등과 더불어 불교계의 항일운동주역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스님이라고 한다.   





 집이 멀서서 일찍 나섰더니 다른 동문들이 모이기 전에 벌써 등산을 다하고 내려 가는 듯한 기분으로 진관사 구경을 마친다. 동문산행을 와서는 절구경을 재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 혼자서 절구경을 잘했다는 생각이다. 대웅전 아랫쪽에 초가집처럼 생긴 연지원이 있는데 전통가옥 안에서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쉼터인 모양이다. 워낙 이른 시간이어서 차를 팔지는 않아서 그냥 지나친다. 아침을 일찍 시작했더니 다른 사람들보다 한 일이 많다.     






 시간에 맞춰서 진관사에서 내려오니 일행들이 한옥마을 앞에 모여 있었다. 동문 몇 사람에게 미리 진관사에 갔다 오겠다고 말해 놓았기 때문에 내가 늦게 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고 한옥마을을 지나 진관사 주차장 가기전 북한산 둘레길 방향인 좌측으로 내려간다. 북한산 둘레길 9구간인 마실길구간 산문을 통과한 후 우측 삼천사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행을 시작하기전에 오늘도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 주었다. 귀찮은 행동 같지만 준비운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많다. 시간이 들고 귀찮은 생각이 들더라도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오늘은 모처럼 내가 준비운동 하는 것을 리드했다.  






 예전에 없던 데크길이 삼천사까지 설치되어 있어 걷기가 더욱 편해졌다. 오늘 산행은 삼천사로 들어 가서 사모바위로 오를 계획이다. 옛날에는 이 골짜기에도 식당이 무분별하게 많이 있었던 기억인데  정비가 되어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좋아졌다. 입장료도 받았던 기억인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어서 그런 것도 없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니 삼천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사찰을 두 곳이나 방문하게 된다. 





 북한산 서쪽 삼천사계곡에 있는 삼천사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磨崖佛)이 있는 절이다. 삼천사는 661년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전국에 사찰중에 원효대사나 의상대사 또는 자장율사와 관련되지 않은 절이 없어서 이제는 그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경내에는 대웅보전과 산령각, 천태각 등 7~8동 정도의 건물이 있으며 소장문화유산으로는 보물로 지정된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삼천사 경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4마리의 석사자가 탑신을 받들고 있는 5층석탑을 나온다. 그리 오래된 탑은 아닌듯하다.   






 대웅전 옆으로 보물 657호로 지정된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마애불인 삼천사지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이 있다. 얼굴은 작고 갸름한 편으로 눈은 지그시 감아 명상에 잠긴 모습이다. 서울에도 이런 마애불이 있는지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삼천사에는 이 마애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건축물과 탑 등은 만들어진지 오래된 느낌이 아니었다. 사찰방문이 아니고 산행이 목적이어서 사찰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삼천사를 지나며 산행이 시작된다. 삼천사에서 계곡길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르는 길이다. 비봉 정상까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1시간 30여 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삼천사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여 계곡물에 몸을 담글수 있는 곳이 여러 곳에 있어 여름 계곡 산행으로는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도 수량이 제법 많다. 이런 계곡은 산을 오를 때 선택할 것이 아니라 이 계곡쪽으로 내려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등산도 하고 계곡물에서 쉬고자 한다면 구기동쪽에서 올라 비봉능선을 거쳐 삼천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중간 중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계곡을 한참 오르다 너른 바위가 있는 쉼터 공간이 나왔다. 산행 인원이 적었으면 계곡 물가에 자리 잡고 쉬었을 터인데 인원이 많다 보니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사모바위 근처까지 올라 가면 그늘이 없을 것 같아서 계곡물과 그늘이 있는 이곳에서 간식 타임을 갖기로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흘린 땀을 식혔다. 쉼없이 계곡길을 오르느리 목이 말랐는데 차갑게 가져온 맥주 한모금이 더위를 싹 날려 보낸다. 살뜰하게 생겨운 간식을 나누면서 조금 오랜 간식 시간을 보냈다.       





 계곡을 걸어 올라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정상 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능선 없이 약 3km가 계곡 등산로여서 조망이 없다는 것이삼천사 계곡 산행의 단점이다. 3km 가량을 계곡으로만 오르다 사모바위 백여m를 앞두고 드디어 주 능선에 도착했다. 삼거리여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갈림길에서 대남문으로 가면 문수봉으로 갈 수 있고 비봉으로 가면 사모바위로 갈 수 있다. 오늘 우리 일행은 비봉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오늘은 비교적 하늘이 맑은 편이었다. 언제나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모바위에 도착했다. 모양이 사모(紗帽, 옛 벼슬아치들이 관복을 입을 때 쓰던 모자)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사모바위는 언제 보아도 멋있다.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도 부르는데, 북한산의 세 봉우리인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의 봉우리가 마치 뿔처럼 솟아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은 날이 맑아서 사모바위 근처 정상부에서 그 세 봉우리가 아주 잘 보인다. 






 오늘이 최근 들어서 가장 맑은 날씨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많아 맑은 날보다 맑지 않은 날이 더 많은 듯하다. 산행을 와서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오늘처럼 좋은 날이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다. 산 아래로의 보이는 풍광도 좋고, 사모바위에서 보이는 북한산의 나월봉, 나한봉 그리고 백운대도 깨끗하게 보인다.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에 산행을 오신 산우들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또래의 동문들만 함께 한 산행이었으면 사모바위에서 500여m 떨어진 비봉까지 가 보았을 터인데 한참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도 함께 한 산행이어서 조금 위험한 비봉은 가질 않았다. 산에서는 만용 부리지 말고 절대 겸손해야 한다. 북한산에 자주 오는 편이니 다음에 다른 일행들과 함께 오면 될 것이다. 대신 사모바위 부근에서 시간을 조금 많이 보내면서 모처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내 사진도 많이 찍혔다. 






 사모바위 근처에서 사진을 찍느라 너무 지체했다. 삼천사 계곡에서 구기탐방지원센터까지 조금 서둘러 움직이면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오늘은 워낙 쉬엄 쉬엄 움직여서 그보다 한참 많이 걸릴 듯하다. 하산은 승가사 옆길을 통해서 북한산 구기탐방지원센터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선발대가 미리 구기동쪽에 식당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만 하산할 때에는 오를 때에 비해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오를 때에 비해서는 발걸음도 가볍고 빠르다.   






 북한산에 여러번 왔어도 승가사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오늘도 결국 승가사를 들러 보지 못한 채 내려가게 된다. 산에 오르면서 아침에 이미 진관사도 둘러 보았고 삼천사도 둘러 보았기에 아쉬움은 없다. 승가사도 신라시대 만들어진 고찰로 참선수도 도량으로 이름난 사찰이다. 승가사에도 삼천사와 마찬가지로 보물인 고려시대 마애불상이 있는데, 언젠가는 보러 갈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려 오는 길은 확실히 수월해서 사모바위에서 출발한지 한시간이 되지 않아서 구기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게 된다.   






 미리 예약해 놓았던 구기동 입구에 있는 삼각산 머루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2층 전체를 우리 일행이 사용하기로 예약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다른 일행들에게 민폐도 끼치지 않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보낼 수 있었다. 버섯전골을 시키고 파전을 비롯해서 안주를 푸짐하게 시켜 놓고 막걸리를 마셨더니 배가 엄청 부르다. 산에서 먹었던 간식이 소화도 되지 않았는데 과식을 하는 것 같다. 동문 모임을 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가곡이나 오페라들 듣는 시간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