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도봉산 산행 - 외대학보 (2017.6.6)

남녘하늘 2018. 9. 13. 00:32


 외대학보 선후배와 함께 모처럼 도봉산에 올랐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산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인데 세월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에도 요즘처럼 기능성 등산복이 아닌 청바지를 입고도 산을 찾곤 했었는데 그때는 학보사 선후배와 산행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주로 민주화와 자유를 논하고 학교앞 술집에서 울분만 토하곤 했었는데,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지나니 이렇게 산에 가는 모임도 만들어지고 가끔씩 함께 산에 오르게 된다. 1년에 한번이라도 이렇게 모여 젊은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더 많은 선후배가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아직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아쉽다.   





 오늘 산행은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서 관음암을 거쳐서 도봉주능선까지 올라가서 보문능선으로 해서 다시 도봉탐방지원센터로 되돌아 오기로 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이렇게 산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즐겁다. 산행에 참석한 선후배를 보니 나름 산에 열심히 다녔던 모양이다. 나이가 많은 선배님도 그렇고 40대 중후반의 후배들도 몸매가 날씬한 편이다. 날을 잘 선택해서 산행 하기에도 좋은 날씨다.   





 후미에서 몇몇 후배들과 노닥거리며 뒤쫒아 오르다가 앞서간 일행과 조금 다른 길로 들어서 우리는 마당바위쪽으로 올라갔다. 통화를 해보니 중간에 계곡으로 들어가서 관음암쪽으로 이동중이라고 한다. 다시 내려가서 따라 가기에는 너무 올라와서 관음암 아랫쪽 공터에서 만나기로 했다.부지런히 올랐더니 우리가 선두그룹보다 더 높은 곳까지 먼저 도착하게 되었다. 잠시 마당바위에서 간단히 간식을 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마당바위에서 선인봉으로 오르지 않고 다른 일행을 만나기 위해서 관음암쪽으로 넘어간다.  






 관음암 아래에 먼저 도착해서 다른 길로 앞서 갔던 일행을 다시 만났다. 우리가 워낙 빨리 이동해서 한참을 기다려서 다른 계곡으로 올라오는 일행을 만나게 되었다. 관음암으로 올라가기 전에 바위벽 사이로 들어가면 전망이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이 코스를 자주 와 보지 않은 사람은 등산로에서 벗어나서 조금 이동해야 알 수 있는 곳이여서 그냥 지나치는 곳이다. 이곳에서 산 아래를 배경으로 사진도 몇 장 찍는다. 눈이 왔을 때 이곳을 한번 왔다가 위험해서 바로 되돌아 나왔던 적도 있었다.   






 전망바위는 장소도 좁고 휴식을 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해서 바로 옆 적당한 공간으로 이동해서 간식 시간을 갖는다. 모처럼 기획된 산행이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함께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항상 만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우리들이다. 자주 만나야 할 이야기가 많은 법인데,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오랫만에 만나도 할 이야기가 많다. 산행은 오늘 중에만 내려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바쁠 것도 없는 산행이다.   






 도봉산산이나 주변에 사찰이 30여개 이상 산재되어 있지만, 도봉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사찰은 도봉산 칼바위 9부 능선에 있는 관음암으로 생각된다. 관음암은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 미륵불을 만나고 나중에 조선 태조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크고 아름다운 바위 밑에 많은 불상을 배치해 둔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고,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오백나한전이라고 하니 석불의 숫자가 500개인 모양이다.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데...    






 도봉산 암자들이 모두 그렇지만 참 명당자리에 있다. 산세도 좋고 조경, 전망이 모두 좋은 곳이다. 오백나한전 윗쪽으로 올라가보니 산신각이라는 자그마한 법당이 있다. 삼신각의 처마에 달려 있는 풍경의 소리는 참 청아하게 들린다. 산신각으로 가는 길은 등산로와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이 길을 따라 도봉주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삼신각 옆 바위도 특이한 모양이다. 뒤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이 바위를 옆으로 올라 뒤로 가면 등산로가 이어진다.  





 관음암 삼신각을 지나 석문을 지나면 주봉으로 가는 오름길이 나오는데 위험하진 않지만 조금 비탈지고 때론 절벽이라 조심 또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이곳부터는 오늘 산행의 가장 환상적인 조망이 보여진다. 관음암 코스에서 가장 멋진 조망권으로 자랑할만한 이곳을 바로 지나지 못하고 함께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도봉산 세 봉우리가 만들어 놓은 만물상 경관이 한 눈에 다 보이고, 날이 비교적 맑아서 산 아래 도봉구와 노원구의 아파트가 한눈에 보인다. 날이 더 맑아야 하지만 요즘은 이 정도만 보여도 썩 맑은 날에 속한다.    






 이 멋진 풍광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가. 아마도 오늘 산행을 주도한 황완성이가 이 코스를 안내한 것은 여기서 몃진 풍광을 즐기라는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발 아래쪽이 절벽이긴 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그리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단체 사진도 찍고, 개별 사진도 찍어주면서 오늘 산행중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장소다. 독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곳에서 독사진 몇 장을 찍었다.   







 절벽길을 지나 도봉주능선에 오르니 멀리 오봉이 보이고 저 멀리 삼각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만간 오봉쪽으로도 가 봐야 할텐데 함께 갈 친구가 없다. 다들 정상도 오르지 않고 중간에 내려가길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운봉까지 올라 갔다가 왔으면 좋으련만 자운봉까지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다시 하산하기로 한다. 그래도 도봉주능선이 있는 곳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능선길로 하산하니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도봉주능선에서 우이암쪽으로 내려가다가 우이암 못미처 보문능선을 따라 도봉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기로 한다. 도봉주능선도 내려 가는 동안 주변 경관이 좋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녀서 길이 매끈하다. 도봉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상장능선과 주봉 봉우리도 멋있다. 







 우이암까지는 가지 못하고 보문능선을 따라서 하산을 했다. 도봉산에 자주 와 보았지만 아직 산행로를 정확하게 꿰고 있지 못해서 갈 때마다 헛갈린다. 거미줄같이 얽혀 있는 등산로를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다. 산행 리드를 잘해주는 사람과 항상 함께 다녀서 더욱 그런 모양이다. 중간에 문사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었지만 오늘은 문사동계곡으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보문능선으로 내려 온다.  







 보문능선 길을 거쳐 도봉사 앞으로 내려 오면서 오늘 외대학보 선후배들과 함께 한 도봉산 산행을 마친다. 도봉상에 많이 왔었고 도봉사 앞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이상하게 도봉사에는 한번도 들어 가 본적이 없는데 오늘도 결국 들어가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가을 단풍이 좋을 때도 도봉사 앞을 지나면서 단풍 사진 찍을 생각만 했지 들어가보지 못했었다. 다음에 도봉사를 지나게 되면 꼭 한번 방문해야겠다. 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봉사는 제법 규모가 큰 절이다. 오늘 1년에 한번 모이는 선배님과 후배들과의 산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 있고 즐거웠던 산행이 되었다. 다음 산행이 기다려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