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에도 ITC산악회에서 아차산과 용마산 산행을 했는데 꼭 1년 6개월만에 같은 곳을 다녀 오게 되었다. 어느 산을 오르더라도 회원들이 함께 모여서 다녀 온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준다면 산행장소는 어느 곳이든 크게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산, 갔던 산이라도 다른 코스를 다녀 보는 것이 좀 더 재미있고 새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번 같은 산을 오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이런 매너리즘을 극복하려면 등산로를 바꿔가며 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ITC의 산행대장을 맡고 있는데 내가 미리 계획해 놓았던 산행지를 회장이 말 한마디로 바꾸어 버려, 오늘 산행은 그냥 산행대장이라는 의무감에 함께 해 주었다. 5월달에 간다고 했던 을릉도 트레킹도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시 6월로 변경할 모양이다. 나름 사정이야 있겠지만 계획을 너무 쉽게 바꾸어 버리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도 모임은 광나루역에서 시작했다. 날이 풀리고 주말이라 광나루 역에는 정말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 들었다. 주변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단체로 산행을 하는지 역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많은 학생들이 산쪽으로 간다. 광나루역 1번 출구를 모여서 광장 중학교 쪽으로 출발한다. 아차산은 무엇보다 높지 않고 아담해서 좋다. 험한 산세를 자랑하는 다른 큰 산이나 웅장한 산들보다 훨씬 만만하다. 조금만 올라가도 시원한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50m정도만 올라가도 군데 군데 쉬어 갈 수 있는 마당만한 바위들이 널려 있고, 거기에 서면 굽이굽이 흘러가는 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아차산 산행의 매력이다.
광장초등학교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차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주말농장을 하는 텃밭을 지나게 된다. 개인에게 분양을 한 듯 이름표가 세워져 있다. 봄을 맞아 밭에 여러가지 씨를 뿌려둔 듯하지만 아직 새싹이 나오지 않은 곳이 많다. 주변 숲의 초록의 나무잎들이 가장 보기 좋은 봄날의 풍경을 연출한다.
아차산 생태 관찰로를 지나 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오늘도 지난번 아차산 용마산 산행때처럼 이영우 ITC회장님께서 아차산 종합안내도를 보면서 어느 길로 산행을 갈지 설명해 준다. 지난번에 했던 산행코스와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오늘은 중간에 범굴사를 들러서 가겠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아차산에도 샛길이 있는데 가보지 않은 길로 가게되면 한결 산행이 재미있어진다. 산행에 앞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아차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가지 않고 아차산 솔길로 들어선다. 무엇보다 아차산의 솔 숲은 휴식이라는 말에 어울릴 수 있도록 좋은 길이다. 산행을 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책 한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도 좋은만한 장소다. 하지만 오늘은 산행을 시작하니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조금 오르니 바로 구리암사대교도 보이고 그 뒤로 강동대교와 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굳이 정상을 밟지 않아도 되는 이 근처의 주민이라면 여기까지만 산책 삼아서 왔다가 돌아가도 좋을 것이다.
범굴사로 가는 길목에 겹벚꽃이 피어 있다. 색상도 예쁘고 꽃도 예뻐서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산행객들도 그냥 지나지는 사람이 없다. 산행하는 길가를 따라서 누군가가 일부러 심어 놓은 것 같은데 봄마다 사람을이 꽃을 보면서 좋아할 것 같다.
아차산은 능선을 따라 봉우리마다 보루라는 군사유적이 있다. 보루란 적을 막거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주로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요새다.
아차산의 보루는 삼국시대 고구려가 만든 것으로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한강 유역에 진출한후 551년 백제와 신라에 의해 물러날때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문화재 답사 여행이 아니어서 보구 구경을 하지 않고 산 길을 따라서 이동한다. 이동중에도 주변의 조망이 가능한 지역이 많다. 범굴사로 향하는 길은 편한 등산 코스를 지나 암벽으로 돼 있는 좁다란 길을 따라 가도록 되어 있었다.
지난번 산행과는 달리 오늘은 범굴사를 방문했다. 얼마전까지 대성암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암자에서 사찰로 승격을 한 모양이다. 대성암은 보이지 않고 범굴사로 되어 있다. 아차산 입구에 있는 영화사에 비해서는 규모가 너무나 적은 곳이지만 전망과 위치는 훨씬 더 좋은 곳이 아닌가싶다. 지금의 범굴사 자리는 삼국시대 신라의 유명한 승려인 의상대사가 도를 닦던 곳이라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의상대사가 도를 닦던 사찰이 도대체 몇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니 그냥 믿어 주기로 한다.
석가탄신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 와서 좁은 절마당에 오색 연들이 가득달려 있었다. 보기 좋은 것 같기도 한데 많이 걸치적거리는 느낌도 있다. 엄청나게 큰 느티나무 아래 절 마당에는 플라스틱 의자도 몇 개 놓여 있어서 편하게 앉아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한강 전망도 좋고 시원하기도 해서 일행들이 한참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산행이다.
범굴사 뒷편으로 범종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제법 높은 바위 언덕이 나온다. 경사가 급하긴 하지만 바위에 계단로 파여져 있고 로프까지 있어서 오르는데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이 언덕에서도 한강이 잘 보인다. 요즘 봄철 산행에서 제일 아쉽고 짜증 나는 것이 미세먼제로 인해서 전망을 재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이 오늘은 모처럼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지 않아서 주변 경관을 보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는 날씨였다. 얼마전에 완공된 잠실 롯데월드 123층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아차산 2보루 아래쪽에 있는 이곳에서 간단히 간식을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판이 커져 버렸다. 중간에 더 먹을만한 공간이 없다고 이곳 나무그늘에 모여서 각자 준비해 온 것을 꺼내서 함께 먹었다. 원래는 커피나 한잔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모두 오늘 산행을 전부 다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산 아래 슈퍼에서 준비해온 막걸리도 한잔씩 나눠 마셨다. 간단히 쉬어야 할 장소에서 머문 시간도 많아져 버렸다. 이영우 회장님이 다시 산행을 시작하고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움직이기로 한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아차산 정상 아차산 4보루에 도착했다. 아차산 4보루는 성벽에 접근하는 적을 옆에서 공격할수 있도록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만든것도 특징이라고 한다. 4보루에는 식수 저장을 위한 저수조가 발견되었고, 항아리 시루같은 그릇과 농기구도 다량 발견되었다. 성곽이라고 하는데 성곽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좀 큰 감시 초소나 전망대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아차산의 정상이기 때문에 이곳도 서울의 동쪽 전망이 좋다.
4보루를 지나 아차산에서 용마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내리막 끝에는 긴고랑입구로 해서 아차산을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일부 회원은 이곳에서 뒷풀이 장소로 직행하고 나머지 회원은 용사산으로 오른다. 그리 높지 않은 길을 오르면 헬기장도 나오고 체육시설이 있는 장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정상이 나온다. 용마산이 아차산보다 몇십미터 더 높은데,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 높이에 있다.
정상 바로 아랫쪽에 아차산-용마산 등산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긴고랑길쪽을 내려갈 예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이용이 편리한 용마산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다음에 다시 용마산을 오게 되면 그 때는 용마폭포공원이 있는 용마산역으로 하산해 볼 생각이다. 정상에서 아이스바를 판매하고 있었다. 운동량도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가 아까 쉬면서 먹은 양이 많아서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모 동문이 몇 사람에게 아이스바를 사주고 싶어해서 맛있게 얻어 먹었다. 더운 날씨에 정상에서 먹는 아이스바는 특별한 꿀맛이다.
바람과 그늘이 있었던 용마산 정상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용마산 정상이 아차산(287m)보다 조금 높은 348m다. 정상에서 긴고랑길 방향으로 내려서면 바로 긴 계단이 나오고 전망대가 나온다. 이 하산길은 하산하는 내내 전망이 참 좋다. 중랑청과 한강도 보이고 멀리 남산도 보인다. 최근 들어서 미세먼지가 많았는데 오늘은 비교적 날씨가 맑은 편이어서 멀리까지 보인다. 이보다 훨씬 더 맑아야 하는데 이 정도라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니 요새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북한산과 도봉산, 노원과 도봉구가 보이는 풍경인데, 전망대에서 북쪽 방향으로는 미세먼제가 좀 덜한 모양이다. 같은 하늘이라도 방향에 따라서 먼지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잠실쪽으로는 먼 산이 흐릿하게 나왔는데 북쪽의 산은 비교적 깨끗하게 나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쪽은 도심을 끼고 있어서 매연이 더 심해서인 듯하고, 북쪽은 도심에서 벗어나 있고, 산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매연이 가득한 남쪽이다.
용마산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아차산의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멋진 풍광을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회장님이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꼭 찍고 가야 한다면서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 아차산 아래로 우리가 내려가야할 긴고랑 계곡의 모습도 보인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내내 서울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내려 갈 수 있었다. 다음에 저녁 무렵에 이곳에 와서 서울 야경을 찰영해도 괜찮은 사진이 나올 듯하다. 그리 높이 오르지 않아도 멋진 사진을 나올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아차산 고구려 역사길 안내판도 많이 세워져 있었고, 긴고랑길 입구와 마을버스 정류장을 알려 주는 이정표가 많이 세워져 있어서 길을 찾아 내려오기가 쉽다.
군자역까지 운행되는 마을 버스가 있는 긴고랑계곡 입구 버스종점으로 하산했다. 지난번 산행때는 10월 말이어서 가을의 끝자악이었는데 오늘은 봄의 시작이어서 분위기가 한결 다르게 느껴졌다. 잘 관리되어 있는 화장실 주변으로 철쭉을 비롯한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고, 지난번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막판에 조금 급한 경사를 내려 오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마음이 많이 편해진다. 산에서 날씨가 어떨지 몰라 긴팔을 입고 왔는데 갈아 입을 반팔이 없어 제법 땀도 흘리고 더워서 힘들었다. 벌써 반팔을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어 버렸다.
긴고랑 계곡에서 광진둘레길을 따라 아차산 관리사무소가 있는 방향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오늘은 볼거리가 많아서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긴고랑계곡 입구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했다. 중곡동 방향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마을을 구경하면서 내려간다. 이곳 마을에도 고등학생들이 벽화를 그려 놓아서 심심찮게 구경하면서 내려 갈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워낙 이름난 벽화 마을이 많이 있지만 낙후된 마음에 벽화를 그려 놓으면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는 생각이다. 이곳의 벽화는 썩 잘 그린 그림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 친구의 딸 결혼식이 수원교총회관에서 있어서 먼저 출발해야 했지만 산행에 참석하지 않고 뒷풀이 장소로 오는 일부 회원이 있어서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에 잠시 들렀다. 어짜피 오늘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집으로 가는 더 편한 방법이었다. 산행에 참가하지 않은 회장과 중간에 용마산으로 가지 않고 조금 일찍 하산한 회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뒷풀이도 함께 하면 좋았겠지만, 더 원론적으로 말하면 결혼식 참석하기 위해 산행에 참석하기 어려운 것을 무리해서 진행한 것이다. 당연히 식사는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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