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도봉산 산행 - 23차 동문산행 (2017.3.11)

남녘하늘 2018. 8. 9. 00:23


 3월 동문산악회의 산행지는 도봉산이다. 오늘은 도봉산 산행과 함께 시산제가 함께 진행된다. 작년에도 시산제를 도봉산에서 지냈는데 올해도 도봉산에서 지내게 되고, 앞으로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도봉산에서의 시산제는 거의 전통이 되어갈 듯하다. 산행에 앞서 회원들은 도봉산역 입구쪽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 시산제를 위해서 집행부의 몇 몇 회원은 조금 일찍 도착해서 행사 준비를 해야 했다. 60여명의 회원이 모이는 행사여서 준비해야 할 물품들이 많아서 산 아래에서 행사장까지 옮여야 했고, 여러가지 준비를 하느라 아침에 바빴다. 나도 수원에서 도봉산까지 이동하기 위해 바쁜 아침을 보냈다.  






 오늘 시산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도봉산 용어천 계곡에서 진행되었다. 몇 몇 회원들이 발빠른 준비로 행사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미리 도봉산탐방 지원센터이 문의를 하니 시산제를 공식적으로 허가해주는 곳은 몇 곳 되지 않고 나머지는 비공식적으로 눈 감아 준다고 한다. 이곳도 시산제가 많이 열리는 곳인데 빨리 가서 자리 잡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할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아서 아침 일찍부터 몇몇 회원이 자리 선점을 위해서 수고 했다. 덕분에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산악회장님이 시산제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등산용 스위스칼을 선물로 나눠 주었다. 참가한 회원들도 많은데 매번 이런 통큰 협찬을 하고 하신다. 받는 사람은 칼 한개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계절은 봄이 되었지만 아직 응달에는 봄 기운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쌀쌀함이 남아 있다. 한참 움직여 몸이 덥혀질 때까지는 겉옷을 벗기 어려운 쌀쌀함이다. 






 올 한해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동문산악회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매번 동문산악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체계적으로 잘 진행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다른 시산제 행사와 달리 준비상황이 거의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준비품 하나만 보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산악인의 선서를 적은 종이나 축문이 적힌 종이도 그냥 일반용지가 아니라 한지에 예쁘게 프린트해 왔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썼으니 전체를 보면 거의 완벽했다고 평가한다.   






 오늘 산행과 시산제에는 특별히 외대총동문회장님도 참석해 주셨고 총동문회 산하 다른 산악회에서도 총동문회 산악회 행사에 대표자격을 참여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형식과 격식을 모두 갖춘 시산제 행사가 잘 진행되었다. 아직 총동문 산악회가 출범한지는 만 2년도 되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을 갖추고 있는 회원들이어서 수준이 올라오는데에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은 듯하다. 다만 아직 회원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부족한 부분이지만 급하게 회원 숫자를 늘릴 생각이 없으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문이 돼지머리를 협찬해서 올 시산제에는 모형이 아니라 실제 돼지머리가 올려졌다. 산중에서 지내는 시산제인데 젯상도 준비가 되었고 시산제에 사용할 모든 것들이 거의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누군가가 젯상을 이곳까지 가지고 올라 왔을 것이다. 일반적인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많은 회원들이 스스로 봉사해서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수고한 동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종교적인 편견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산제가 진행되었다. 올 한해 산행에 따르는 안전을 기원하고 동문산악회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서 행사를 진행했다. 산행 회비는 따로 받지 않고 찬조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총동문회장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은 통 큰 기부를 해서 행사준비 비용과 뒷풀이 비용까지 충당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올 한해 안전 산행을 기원했다. 





 중간에 산중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당초 계획은 작년처럼 문사동 계곡을 조금 더 올라가서 옛 절터 근처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시산제 행사가 자꾸 길어지면서 결국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워낙 노래를 잘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우리가 노래부르는 것을 지나치는 산객들이 감상하기도 한다. 노래와 함께 노래에 얽힌 옛 추억의 내용을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과거 선배님들은 풍류도 있었고, 로멘스도 멋져 보인다. 좋은 시간을 가졌다.  






 금년 5월이면 현 동문산악회장의 임기가 끝나게 된다.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 미리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 시산제 행사에서 정외과 67학번이신 선배님을 차기 동문산악회장으로 추대했다. 평소에도 워낙 동문들과 후배들에게 관심도 많고 평판이 좋은신 선배님인지라 모두가 좋아한다. 대한항공에서 임원으로 오래 계셨고, 산행도 사람도 모두 좋아하시는지라 동문산악회가 더 발전하는데 기여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총동문회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동문들이 축하해 주었다. 몇 달 더 수고해주실 현 회장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시산제와 몇 가지 행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음복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간단하게 끝났어야 할 음복의 시간이 돋자리를 펴고 앉아서 거의 파티 수준으로 가 버렸다. 간단하게 시산제에 준비했던 음식을 나눠먹고 산행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차기 회장 선임 축하에서부터 여러가지 이유를 만들어 시간도 길어지고 먹는 것도 많았다. 산행중에 먹으려고 준비했던 것을 이곳에서 모두 먹어 버린 듯하다. 많은 회원들이 산행보다는 이것이 더 좋았던 것 같은 느낌. 산행 한번 덜하면 어떠랴 싶어서 나도 동참했다.  






 시산제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앞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었다. 오늘은 시산제 행사가 너무 길어져 버렸다. 시산제를 간단히 끝내고 음복이나 하는 정도로 간단하게 준비한 음식을 먹고 산에 올랐어야 했는데, 분위기가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고 쉬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아직 날씨가 많이 풀리지도 않았고, 굳이 산에 올라야겠다는 열의가 없었던 모양이다. 술도 한두잔 이상 한 동문이 많아서 음주산행이 될 수도 있어, 더 이산 산에 오르는 것이 무리가 될 수도 있어 이곳에서 일부회원은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은 것이다.  





 용어천 계곡에서 일부 회원은 뒷풀이 장소로 내려가고 나머지 회원을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져서 원래 목표로 했던 마당바위와 천축사까지는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당을 예약해 놓았는데 너무 늦게 내려가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당바위로 올라가다가 중간에서 되돌아 내려오기로 했다. 몇몇 회원은 당초 계획했던 마당바위까지 갔다 오겠다고 하는데 따라가고 싶어도 많은 회원들과 함께해야 햐는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 그냥 계곡에서 되돌아가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산행을 마친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뒷풀이가 있었다. 시산제를 마치고 산에서 배불리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산에서 내려오니 다시 식욕이 돋는다. 미리 집행부에서 식당을 예약을 해 놓아서 바쁘지 않게 진행이 가능하다. 차기 총동문산악회장으로 추대된 선배님의 인사말을 다시 한번 듣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산행은 너무 짧았고, 운동시간에 비해서 먹고 마시는 시간은 많이 길었던 것 같다. 좋은 선후배님은 만나기에 가능한 일이지, 산행 효율성을 따지면 아주 비효율적이다. 






 뒷풀이 장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프를 한잔 더 하자고 하는데 분위기는 함께 하고 싶지만 술을 잘 못하는 회원들은 술자리가 부담스럽다. 또한 술자리에 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 또한 상당한 부담이다. 함께 나오다가 의견이 맞는 몇 몇 회원들은 슬쩍 빠져서 차나 한잔 더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한번에 모두 나오질 못해 호프집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으려니 길가가 아닌 주택가여서 카페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장소를 정하고 몇 몇 회원들이 모여서 차한잔 하면서 시산제를 겸한 3월 산행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